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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국보 경매 '간송 컬렉션' 2점 유찰... 국립중앙박물관 나설까

입력
2022.01.27 19:35
수정
2022.01.27 19:5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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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강남구 케이옥션 본사에서 진행된 경매의 마지막 순서에 국보 '금동계미명삼존불입상'이 등장했다. 케이옥션 제공

27일 서울 강남구 케이옥션 본사에서 진행된 경매의 마지막 순서에 국보 '금동계미명삼존불입상'이 등장했다. 케이옥션 제공

재정난을 겪고 있는 간송미술관이 경매에 내놓은 국보 2점이 모두 유찰됐다.

2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에서 열린 경매에 국보 '금동계미명삼존불입상(癸未銘金銅三尊佛立像)'과 '금동삼존불감(金銅三尊佛龕)'이 출품됐으나 응찰자가 없었다. 이날 경매 막판에 등장한 2점의 국보는 각각 32억원, 27억원으로 출발했지만 나서는 이가 없어 바로 유찰됐다. 국보라는 상징성에다 수준 높은 소장품으로 유명한 '간송 컬렉션'의 출품작이다보니 큰 주목을 받았지만 새 주인을 찾는 데는 실패한 것이다. 게다가 경매 시작가도 워낙 높아 개인이나 기관이 나서 사들이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가도, 개인도 아닌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국보 DAO(탈중앙화 자율 조직)'에서 국보 2점 낙찰을 위한 모금에 나서기도 했지만 경매에 참여하기 위한 최소 목표 자금 50억원을 모으는 데 실패하면서 응찰에 나서지 못했다.

국보 금동삼존불감. 연합뉴스

국보 금동삼존불감. 연합뉴스

이미 매물로 나온 만큼 국보 2점의 앞으로 운명에도 관심이 쏠린다. 간송미술관은 2020년에도 보물인 금동불상 2점을 경매에 내놨고, 그때도 유찰됐다. 이후 국립중앙박물관이 약 30억원에 사들였다. 이번에도 국립중앙박물관이 나설지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이번 국보 2점의 경우 지난 보물 2점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불교미술사에서 점하는 가치가 큰 귀한 유물이라 결국 국립중앙박물관이 나설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올해 국립중앙박물관의 유물 구입 예산이 39억7,900만원에 불과해 2점을 모두 구입하긴 무리다. 무엇보다 '간송 컬렉션'이라고 매번 국가가 사들이는 건 무리라는 여론도 터져나온다.

간송미술관 측은 최근 들어 재정난을 이유로 불교 문화재 매각을 추진해왔다. 앞서 "재정적인 압박으로 불교 관련 유물을 불가피하게 매각하고, 서화와 도자, 전적에 집중하려 한다"고 한 바 있다. 간송미술관은 누적 적자에다 2018년 전성우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사장 타계로 인한 상속세 문제, 최근의 코로나19로 인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하지만 국가지정문화재인 국보에 대해서는 상속세를 물리지 않는데다 국보 2점은 간송미술관이 아닌 전인건 간송미술관장 개인 소유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판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어찌됐든 일각의 부정적 여론을 감수하고도 국보를 내다 팔려던 간송미술관으로선 이번 유찰로 인해 명성과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됐다.

경매에 유찰된 계미명삼존불입상은 한 광배 안에 주불상과 양쪽으로 협시보살이 모두 새겨진 일광삼존 양식으로, 광배 뒷면에 새겨진 글로 미뤄 백제 위덕왕 10년(563년)에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11~12세기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금동삼존불감'은 사찰 내부 불전을 축소한 형태다. 일제강점기 사재를 털어 문화유산을 지킨 간송 전형필이 수집한 것으로 1962년 동시에 국보로 지정됐다.

간송미술관은 일제강점기에 중요한 문화재를 대거 수집해 우리 문화유산을 지킨 사업가 간송이 세운 우리나라 최초 사립미술관이다. 국보 훈민정음과 신윤복의 미인도 등 문화재를 대거 보유하고 있다. 간송 사후 그의 장손인 전인건 관장까지 3대에 걸쳐 소장품을 지켜왔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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