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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매스터 "美 전략적 자아도취로 북미 비핵화 협상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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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두 번째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에서는 양측이 품고 있던 오해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협상 능력과 경제적 혜택이 주는 위력에 대해 지나친 확신을 갖고 김정은에게 자신의 할아버지인 김일성이 북한 주민들의 자립과 이익 최우선, 그리고 혁명의 순수성을 내세워 선포했던 주체사상을 포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과대평가를 했는지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주민들의 삶을 개선할 기회를 언제든 포기할 수 있는 독재자의 의지를 과소평가했을 수도 있다."(534쪽)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2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허버트 맥매스터가 본 트럼프 행정부의 북미 비핵화 협상 실패의 주원인 중 하나는 '전략적 자아도취'다. 정치학자 한스 모겐소가 처음 언급한 전략적 자아도취는 이 세상을 오직 미국과 관련해서만 바라보고 앞으로 일어날 일이 주로 미국의 결단이나 계획에 따라 이뤄진다고 가정하려는 관점이다. 맥매스터에 따르면 이 같은 관점은 북한뿐 아니라 미국 외교의 위험 요소인 러시아·중국·남아시아·중동·이란과의 관계에서도 자주 목격된다. 최근 번역 출간된 그의 책 '배틀그라운드'는 백악관 근무 시절에 대한 회고록의 모양새를 띠고 있지만 미국 안보에 대한 냉철한 비판과 깊은 통찰을 담은 분석서의 성격이 강하다.
2017년 2월부터 2018년 4월까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맥매스터는 한국 언론을 통해서는 '트윗 해고'의 피해자로 가장 크게 각인됐다. 하지만 미 육군에서 30년 이상 복무한 그는 박사학위까지 소지한 군사역사학 전문가로 더 유명하다. 따라서 2020년 9월 미국에서 처음 출간된 책의 핵심은 미국이 맞닥뜨리고 있는 위기의 현주소 진단이다. 그의 후임으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이 같은 해 폭로로 가득 찬 '그 일이 일어난 방'을 출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저자는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국가들과 또 다른 위협 요소인 인터넷 공간에 대한 분석까지 총 7개 장(章)으로 책을 구성했다.
러시아에 대해서는 미국을 적대시하는 강대국의 패권경쟁 중심에 러시아가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경제 성장을 기반으로 군사적 우위에 도전하고 있는 존재다. 북한과 관련해서는 북한의 개방이 정권의 본질을 바꿀 것이라는 햇볕정책의 실효성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한국과 미국, 일본의 대북 정책 연계가 비핵화에 대한 광범위한 국제적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미국 외교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략적 자아도취에 빠졌다는 그의 진단은 지난해 8월 미군이 철수한 뒤 아프가니스탄에 펼쳐진 상황을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맥매스터는 '남아시아'를 다룬 장에서, 아프간을 방문한 2017년을 회고하면서 "우리 직원 중 일부가 철수와 대화 전략에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이입이 됐고 그 때문에 환상이 현실을 압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직원들은 잔혹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아프간에서 이슬람 토후국을 세우겠다는 목표를 포기하고 새롭게 태어난 탈레반의 모습을 상상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미군 철수 후 아프간 정권을 다시 잡은 탈레반은 인권을 존중하는 정상국가를 약속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전략적 자아도취와 더불어 책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개념은 '전략적 공감'이다. 미국의 환상을 바탕으로 한 가정을 깨뜨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특히 그는 '현실주의자'를 자처하며 미국 밖 군사 개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에게 "제대로 된 현실주의자라고 볼 수 없다"고 꼬집는다. 그는 '해외에서 미국의 존재 자체가 적을 만들어 미국이 경쟁 지역에서 철수하면 더 안전해진다'는 이들의 주장이 오히려 전략적 자아도취의 대표적 사례라고 덧붙인다. 그러면서 미국을 비롯한 자유진영 국가들의 국력 신장에 기여할 때 미국의 이익도 커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2017년 정의용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일화를 소개하는 대목에서 한국 386세대에 대한 자세한 묘사를 담는 등 폭넓은 경험과 지식이 돋보이는 책이다. 새 정부 출범에 따른 대미 외교 점검이 필요한 시점인 만큼 한국 독자에게도 시사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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