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실적 예전만 못하네… '북미'에서 살길 찾는 'K뷰티'

입력
2022.01.2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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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 '중국 의존' 경고등
북미 등에서 '새 활로' 찾아… M&A 등 밑작업

지난해 6월 서울 LG광화문빌딩 내 LG생활건강 직영점에 후, 숨, 오휘 등 대표 화장품들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6월 서울 LG광화문빌딩 내 LG생활건강 직영점에 후, 숨, 오휘 등 대표 화장품들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중국 성장세가 둔화된 'K뷰티'의 양대산맥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이 북미 시장으로 눈을 돌린다. 소비심리 위축과 경쟁 심화로 중국 내 한국 화장품의 입지가 줄어들자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새 수익원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국, 애국 소비·소비 심리 위축… K뷰티 '불안'

중국에서 고급 화장품으로 통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던 LG생활건강의 대표 브랜드 후. LG생활건강 제공

중국에서 고급 화장품으로 통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던 LG생활건강의 대표 브랜드 후. LG생활건강 제공

업계는 중국 내 한국 화장품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피부로 느낀다. 애국 소비를 독려하는 '궈차오(國潮)' 열풍으로 현지 브랜드가 뜨면서 한국 기업의 성장세가 둔화됐다. 지난해 말부터는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의 봉쇄 조치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어 K뷰티가 설 자리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27일 증권가에 따르면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모두 지난해 4분기 성적이 부진하다. 삼성증권은 LG생활건강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이 2조700억 원, 영업이익은 2,329억 원으로 증권사 평균 영업이익 전망치를 12% 하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이베스트투자증권이 매출 1조1,860억 원, 영업이익 396억 원으로 흑자전환을 예상했지만 역시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

LG생활건강은 특히 면세 매출의 하락폭이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다이궁(중국 보따리상)에게 지급하는 수수료가 뛰면서 마진이 줄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박은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달 다이궁이 무리한 할인 요구를 했는데 LG생활건강이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 응하지 않으면서 실적이 하락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내 이니스프리 폐점으로 매출 하락폭이 확대됐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의존도 줄인다… '세계 최대 시장' 북미로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의 콘서트에 스폰서로 참여해 현지 고객들과 소통했다. 사진은 당시 공연장 앞에서 운영한 고객 참여 부스. 아모레퍼시픽 제공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의 콘서트에 스폰서로 참여해 현지 고객들과 소통했다. 사진은 당시 공연장 앞에서 운영한 고객 참여 부스. 아모레퍼시픽 제공

이에 업계가 새로 공략하는 곳은 북미다. 세계 최대 규모 시장인 미국은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필수 관문인데다, 최근 한국 화장품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도 조금씩 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북미에서 온·오프라인 판매 채널을 확장하면서 지난해 3분기 북미 매출이 12%가량 상승했다. 라네즈가 편집숍 '세포라 앳 콜스'에 입점하고 설화수도 신규 전자상거래(e커머스) 플랫폼에 진출하면서 채널을 다변화한 것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11월 말 방탄소년단(BTS)과 협업한 한정판 제품을 선보이는 등 현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LG생활건강은 2019년 미국 '더 에이본 컴퍼니'를 인수하고 다음 해 '피지오겔', '리치', '유시몰' 등 글로벌 브랜드의 북미 사업권을 각각 인수하며 시장 진출의 기반을 다졌다. 올해는 '후'의 럭셔리 브랜드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현지인이 선호하는 향과 용기 디자인을 적용한 신규 라인을 강화해 북미 진출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북미는 진입 초기 단계라 다양한 시도를 해봐야 한다"며 "현지 소비자에게 친숙한 원료를 활용하거나, 기초화장을 간소화하는 경향을 고려하는 등 익숙한 제품으로 먼저 다가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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