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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X 속지 마세요"... B·C노선 삽도 못 떴는데 E·F까지 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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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의 시기에 치러지는 20대 대선은 대한민국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대 선거라 불립니다. 네거티브 공세로 선거판이 혼탁하지만 미래 비전과 정책 검증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한국일보는 이슈가 되는 대선 후보 공약의 이면을 면밀히 따져봅니다.
대선판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뛰어들었다. 한 표가 급한 여야 양강 후보들이 GTX 노선 연장과 신설 공약을 막 던지면서다. 공약 내용은 대동소이하고 수도권 전역을 30분대 생활권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도 똑같다.
누가 봐도 수도권 '표심'을 노린 공약이라 정부는 물론 유권자에게도 썩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당장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는 부작용에다 너무 더딘 기존 노선 공사 속도 탓에 "또 안 속는다"는 불신만 가득하다. 전문가들은 '노선 퍼주기' 경쟁에 우려를 표하며 기존 노선을 서둘러 현실화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한다.
수도권에 한정된 GTX 확대는 비수도권을 자극할 수 있어 역대 대선에서 나오지 않았던 공약이다.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나 등장할 법한 공약이 이번 대선에서 튀어 나온 이유는 결국 부동산 민심 때문이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먼저 GTX 공약을 꺼낸 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다. 윤 후보는 지난 7일 기존 A·C·D노선을 연장·확대하고 E·F노선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뒤질세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이달 24일 GTX 5개 노선을 신설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두 후보의 GTX 공약은 큰 틀에서 비슷하지만 신설 노선에 차이가 있다. 이 후보가 구상한 신설 E노선은 인천공항~포천, F노선은 포천~파주 구간이다. 반면 윤 후보의 E노선은 인천(검암)~남양주, F노선은 고양~안산~수원~하남~의정부~고양을 달리는 순환선이다. 현재 김포~부천으로 계획된 서부권 광역급행철도(일명 GTX-D)는 두 후보 모두 서울 강남과 직결시키겠다고 했다. 지난해 D노선이 강남을 지나지 않고 부천에서 멈추는 걸로 확정되자 김포시민 등이 강력히 반발했다.
다만 이 후보는 GTX-D를 김포와 인천공항에서 각각 출발하는 Y자 노선으로, 윤 후보는 삼성역에서 팔당, 여주로 갈라지는 Y자 노선으로 구상했다. 기존 A·C노선은 평택까지 연장하고 B노선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두 후보가 같다.
GTX는 '집값 상승 열차'로 통했다. 지난해 C노선에 인덕원역과 의왕역이 추가 정차역으로 지정되자 인근 아파트값이 급등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의왕시 아파트값은 작년 한 해 36.9% 올랐고, 인덕원역 인근 안양시 동안구 아파트값은 35.35% 상승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금리 인상, 대출 규제 등으로 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인 상황에서 GTX 공약이 다시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 후보가 평택까지 A·C노선을 연장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조사된 이달 10일 기준 주간 아파트값 상승률은 0.14%로 전주(0.04%)보다 뛰었다. 이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부 지역의 주택가격이 대규모 개발 공약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기존 A·C노선 평택 연장은 개발 비용에 따라 차기 정부에서 추진할 가능성이 있지만 E·F노선 신설은 거의 불가능해 공수표 논란도 고개를 들고 있다. 약 17조 원이 투입되는 현재 GTX처럼 대규모 예산이 수반되는 철도사업은 향후 10년간 철도 투자의 방향과 사업을 담은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돼야 한다. 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1~2030년)은 지난해 확정돼 노선 신설은 5차 계획(2031~2040년)에서나 검토될 가능성이 높다. 5차 계획은 2026년에 수립하고, 2031년 확정된다. 설사 차기 정부가 임기 말에 겨우 계획을 세워도 사업계획 확정은 차차기 정부 몫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GTX는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드는 사업이라 5차 계획에 포함되기 전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기존 노선 연장은 단순 보수나 기존 선로를 이용할 경우 4차 운영 계획에 포함될 수 있어도 사업성이 나오는지 운영 주체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GTX는 지하 50m에서 시속 100㎞대로 달리는 열차다. 서울에 살지 않아도 GTX를 타면 30분대 서울 도심 출퇴근이 가능하도록 추진됐다. 이런 GTX의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노선 신설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게 대다수의 지적이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수도권 외곽 주민들의 출퇴근길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정책은 단기적으로 필요하지만 GTX 확대는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며 "중장기적인 수도권 공간구조를 감안해도 서울 중심부로 더 중요한 기능들이 쏠리게 되고, 서울 집값이 더 오를 수 있어 GTX 남발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이번엔 안 속는다" “선거철만 되면 그림 그리기, Z노선까지 그리자" 등 불신 가득한 글들이 넘친다.
기존 노선이 주민 반발과 재원 확보 등으로 공사 속도가 더딘 것도 문제다. 현재 A노선만 착공했고 B·C노선은 첫 삽도 못 떴다. 계획부터 착공까지 7, 8년 걸렸던 A노선은 2024년이 개통 목표였지만 예상 완공 시점이 2028년까지 늘어졌다. C노선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지하 관통과 도봉구 도봉산역~창동역 구간 지상화 방안이 주민 반발에 부딪혔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A노선은 간신히 착공했지만 계획보다 3, 4년 늦어지고 B·C노선은 비용 대비 편익(B/C)을 억지로 맞추기 위해 지상 구간으로 추진하다가 주민 갈등만 불렀다"고 꼬집었다.
수도권 외곽 노선은 실효성부터 의문이 제기된다. 철도는 외곽으로 연장할수록 비용이 늘어나는데 수요가 그만큼 따라주지 않아 적자폭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윤 후보의 수도권 순환선인 F노선은 사업성은 물론 속도도 안 나올 것이란 부정적인 평가가 앞선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고속 급행 원칙은 직선 직결이라 도시철도에 어울리는 순환선 방식은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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