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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갈라치기 독감' 걸린 한국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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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현안과 외교·안보 이슈를 조명합니다. 옮겨 적기보다는 관점을 가지고 바라본 세계를 전합니다.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공정과 정의, 통합을 강조했다. 이제 보수는 진정한 변화가 없이는 권력을 가질 기회가 사라질 것처럼 보였다. 더구나 박근혜 정부를 탄핵하고 출범한 새 정부에는 9ㆍ11 사태 이후의 부시 정부, 금융위기 직후의 오바마 정부처럼 협치와 포용의 정치를 할 절호의 기회가 주어졌다. 보수진영에선 당시의 정치적 명분과 지지 기반을 활용해 새로운 정치적 합의의 전통을 만들어냈다면 보수는 재기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회고한다.
보수진영의 이런 우려와 달리 촛불정부는 그 길로 가질 않고, 적폐청산의 길을 선택했다. 혁명정부처럼 이전 정권들의 비리를 들추며 적폐만 청산하면 미래가 구현될 것이란 믿음이었다. 하지만 정치적 상대를 단죄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또 다른 방식의 갈라치기로 전락했다.
자신의 지지 세력만을 겨냥하고 그렇지 않은 세력은 무시하는 갈라치기는 배제의 정치다. 분열과 배제의 정치로 선거에서 이길 수는 있지만 나라는 두 동강 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적폐청산 지지층들은 카타르시스를 느꼈지만 그 상대 세력들은 분노를 축적했고, 분열의 대가도 찾아왔다. 적폐청산을 둘러싼 문제들이 갈등과 혐오를 조장하는 코드로 바뀐 것이다.
대선 국면에서 진보정권 5년 만에 정권교체를 바라는 여론이 50%를 넘어선 배경에도 적폐청산의 갈라치기 문제가 저변에 흐르는 것은 물론이다. 또 다른 문제는 정권교체 세력 역시 갈라치기 정치를 동원하는 현실이다. 여성가족부 폐지 등 ‘이대남(20대 대학생 남자)’을 겨냥한 공약은 대표적이다. 지지율을 붙잡기 위해 통합이 아닌 분열의 정치, 50%의 정치를 하는 것이지만 대선이 끝나고 치러야 할 대가들은 클 수밖에 없다.
미 언론인 파리드 자카리아는 최근 자신의 CNN 프로그램인 GPS에서 ‘한국의 놀라운 반페미니스트 운동’이란 제목으로 이 문제를 다루며 ‘기이한 국가’라고 꼬집었다. 이슬람 국가처럼 차별이 심한 기이한 국가에 진보와 성장을 이룬 한국 같은 나라가 있다는 것에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대선 국면에서 갈라치기 정치는 어떤 문제에 대해 특정 유권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약속을 하는 선까지 가 있다. 국가적 문제에는 무관심한 채 특정 지역의 공원주차장, 아파트 재개발 같은 매표용 공약을 내거는 후보들을 보면 대통령 선거인지 시장 군수 선거인지 헷갈릴 정도다. 미국진보센터(CAP) 존 핼핀 선임연구원은 미 언론 기고에서 “정치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정치가 과도하게 유권자들의 삶에 초점을 두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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