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조지 소로스는 저서 ‘세계자본주의의 위기’에서 글로벌자본의 흐름을 하나의 거대한 순환체계로 비유한다. 세계자본은 자본의 ‘중심부’, 즉 미국이나 유럽 등에 결집됐다가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된 지역, 곧 ‘주변부’로 흘러나간 뒤 다시 중심부로 환류하는 순환을 되풀이한다는 것이다. 심장에서 흘러나가 온몸을 순환하는 인체의 혈류 순환과 비슷한 셈이다. 다만 대체로 예측 가능한 자연현상과 달리, 자본 순환과정에서 빚어지는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라고 짚었다.
▦ 소로스는 금융시장의 극단적 변동성을 설명하는 틀로 ‘반사성’ 개념을 제기했다. 물리법칙에 따르는 자연현상과 달리, 경제현상과 사회현상에는 ‘생각하는 참여자’들이 개입된다. 예를 들어 미국이 금리인상에 나서면 그에 따라 발생하는 미국 주식이나 채권 가격의 상승 정도를 감안한 투자수요가 몰릴 것이다. 그런데 실제 시장 참여자들은 다른 모든 참여자들 역시 미국 자산 투자에 나설 것이고, 그렇다면 자산가격 상승 정도가 금리인상분을 넘어설 것이라는 ‘추가적 판단’하에 더 적극적인 투자를 감행한다.
▦ 요컨대, 금융시장에서는 애초의 기초조건 변화에 더해, 시장 참여자들 각각의 추가적 판단이 마치 서로 반사하듯이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증폭돼 상품가격이 일시적으로 폭등·락하는 극단적 ‘오버슈팅’이 빚어진다는 얘기다. 물론 이 추가적 판단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어느 정도의 규모로 작동할지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어찌 보면 ‘나비효과’가 상시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셈이다.
▦ 최근 미국에서 양적완화 조기종료 및 금리인상 기조 강화 분위기 속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자, 글로벌 증시가 급등락하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당장은 미 연준이 금리를 안 올릴 수도 있고, 올려도 0.25%포인트, 또는 0.5%포인트 정도겠지만, 시장에서는 그 정도만으로도 얼마든지 글로벌시장에 ‘긴축발작’ 수준의 극단적 변동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공포감이 감돌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와 금융당국 역시 시장의 극단적 변동과 위기상황 발생까지 염두에 둔 치밀한 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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