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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쿠데타 수장, 정상회의 초청했다" 훈센 고집에 커지는 아세안 분열

입력
2022.01.26 15:43
수정
2022.01.26 15:50
18면

말레이ㆍ인니ㆍ싱가포르 반대에도
훈센 "휴전 중재가 우선" 마이웨이

지난 25일 훈센(왼쪽) 캄보디아 총리와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말레이시아 총리가 화상 통화를 하고 있다. 크메르타임스 캡처

지난 25일 훈센(왼쪽) 캄보디아 총리와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말레이시아 총리가 화상 통화를 하고 있다. 크메르타임스 캡처

쿠데타로 정부를 장악한 미얀마 군부를 둘러싸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내 갈등이 커지고 있다.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캄보디아 훈센 총리가 미얀마 군부의 아세안 복귀를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있어서다.

26일 프놈펜포스트 등 현지매체의 보도를 종합하면, 훈센 총리는 전날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말레이시아 총리와의 화상통화에서 “미얀마 내 평화 합의 이행에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 아래, 군부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올해 아세안 정상회의에 초청했다”고 통보했다. 지난해 10월 ‘미얀마 민주세력과 아세안 특사와의 면담을 거부하는 군부 대표를 정상회의에서 배제한다’는 아세안 합의를 의장국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뒤집은 것이다.

훈센 총리는 “미얀마 정세는 매우 복잡해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며 “미얀마를 아세안의 틀로 유도해 폭력 없는 휴전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나름의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7~8일 자신이 단독으로 미얀마를 찾아 흘라잉 사령관과 채택한 ‘소수민족 반군과의 휴전 연장’ 선언을 현실화시키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논리다.

이스마일 총리는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미얀마 군부가 휴전 선언 이후에도 군용기를 반군과의 교전 지역에 투입하는 등 상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말레이시아는 미얀마 대표를 아세안에 초청하려는 어떤 시도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훈센 총리는 “교전이 지속된다는 상황을 들었고, 이와 관련해 오늘(25일) 흘라잉 사령관과 통화할 예정”이라고 말할 뿐 초청 철회 등의 얘기로 이어가진 않았다.

말레이시아와 함께 반(反)군부 성향인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도 반발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같은 날 인도네시아 빈탄섬에서 진행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의 회담에서 "미얀마 군부 배제는 아세안 차원의 결정이며, 아세안은 미래의 도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회원국 간 단합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직격했다. 리셴룽 총리 역시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해선 아세안 특사의 현지 활동이 필수적"이라며 훈센 총리의 독자 행동에 반대했다.

미얀마 문제로 촉발된 아세안 내부 갈등은 쉽게 가라앉긴 힘들어 보인다. 동남아 외교가 관계자는 "훈센 총리가 마이웨이를 고집할 경우 아세안 정상회담 등 파행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지난 7일 미얀마 군부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왼쪽) 최고사령관이 수도 네피도에서 훈센 캄보디아 총리에게 현지 방문 기념품을 증정하고 있다. 이라와디 캡처

지난 7일 미얀마 군부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왼쪽) 최고사령관이 수도 네피도에서 훈센 캄보디아 총리에게 현지 방문 기념품을 증정하고 있다. 이라와디 캡처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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