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프리카는 무슨 맛일까? 파프리카는 고추과에 속한 작물이지만 캡사이신이 없어서 매운맛이 없다. 고추는 후추와 완전히 다른 식물이지만 콜럼버스가 유럽에 가져올 때 후추의 매운 맛이 닮았다고 페퍼의 하나로 취급되었다. 하지만 맵지 않은 고추인 파프리카는 종(bell) 모양을 닮아서 '벨페퍼'라고 한다. 나라마다 이름이 다른데, 우리나라는 녹색을 피망이라고 하고, 노랑이나 빨간색 등은 파프리카라고 한다. 피망은 일본에서 프랑스어 고추(piment)라는 단어를 차용해 붙인 이름이고, 파프리카는 같은 품종을 좀 더 개량한 것인데 상업적 목적으로 구분해 부른다. 파프리카는 엽록소로 인해 녹색이었다가, 익어감에 따라 녹색은 사라지고 카로티노이드에 의한 노란색이 드러난다. 그리고 적색이 된다.
파프리카는 은근한 단맛과 아삭한 식감 덕분에 샐러드나 요리 재료로 쓰이는데 그 향이 좀 독특한 편이다. 파프리카의 향은 요리할 때는 별로 느껴지지 않다가 입안에 넣고 아삭 씹었을 때 강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그것을 파프리카의 맛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벨페퍼 피라진이란 냄새물질이다. 파프리카의 향은 거의 이 한 가지 물질로 이루어진 것이라 이 물질의 냄새를 맡으면 바로 '아 이것이 파프리카의 향이구나'하고 알 수 있다. 1/10억의 적은 양도 감각이 되는 강한 냄새물질로 다른 야채도 만들지만 그 양이 파프리카보다 워낙 작은 양이라 거의 느끼기 힘들다.
우리는 향을 코로 맡는다고 생각하지만 음식을 먹을 때 목 뒤로 넘어가면서 코로 느껴지는 향이 훨씬 강한 경우가 많다. 서양인은 코로 냄새를 맡는 향수도 좋아하지만 한국인은 맛과 완전히 결합해 그것이 맛인지 향인지 구분이 잘 안 되는 향을 훨씬 좋아한다. 혀로 느끼는 맛은 5가지뿐이니 코로 냄새가 없던 것이 입안에 넣고 씹으면 온갖 풍미가 살아난다고 해도 그것은 냄새인 것이다. 한국인은 맛에 강하고 향에 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알고 보면 둘 다 향이다. 우리는 꽃이나 향수처럼 코로만 맡는 향에는 약하고, 입과 코로 동시에 느끼는 향에는 매우 예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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