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할 수 있을까... 30대 후반 네 친구는 새 삶을 찾아나섰다 [몰아보기 연구소]

입력
2022.01.28 10: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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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 영화 '해피 아워'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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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후반 동갑내기 네 친구는 만나며 서로 즐겁고 행복하다. 하지만 인생은 우정만큼 간단치는 않다. 영화사조아 제공

30대 후반 동갑내기 네 친구는 만나며 서로 즐겁고 행복하다. 하지만 인생은 우정만큼 간단치는 않다. 영화사조아 제공

왓챠 바로 보기 | 1부작 | 15세 이상

30대 후반 네 사람은 절친이다. 여행을 같이 다니고, 함께 강좌 듣기를 즐긴다. 무슨 일이 있으면 단번에 달려 올 친구들이다. 남다른 우정을 나누는 사이지만 성격도, 직업도, 가정 환경도, 가치관도 다르다.

‘돌싱’인 아카리(다나카 사치에)는 간호사로 일하고 직설적인 성격이다. 사쿠라코(기쿠치 하즈키)는 속내를 쉬 드러내지 않는 가정주부로 시어머니와 남편, 중학생 아들과 함께 산다. 차분하고 이성적인 후미(미하라 마이코)는 문화공간에서 큐레이터로 일한다. 출판 편집자 남편과 살고 애는 없다. 준(가와무라 리라) 역시 기혼으로 자녀가 없는 가정주부다. 네 친구는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각자 말하지 못할 고민이 있다. 이들은 준이 남편과 이혼소송에 돌입하면서 인생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①제대로 잘 살고 있는 걸까

준은 승산이 없음에도 진흙탕 싸움을 자처한다. 자신의 인생에서 당당해지고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영화사조아 제공

준은 승산이 없음에도 진흙탕 싸움을 자처한다. 자신의 인생에서 당당해지고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영화사조아 제공

준은 후미가 기획한 문화 행사에 참여했다가 뒤풀이 자리에서 이혼소송 중임을 친구들에게 갑작스레 고백한다.

준의 이혼소송은 힘겹다. 준이 부정한 일을 저지른 데다 남편은 이혼할 생각이 전혀 없다. 준은 사랑 없는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싶으나 남편은 여전히 사랑한다며 요지부동이다. 준이 이기기 힘든 진흙탕 싸움을 자처한 건 홀로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해서다.

친구들 역시 삶이 간단치 않다. 아카리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으나 이전 결혼의 상처가 발목을 잡는다. 사쿠라코는 일중독자 남편과 소원한 사이이고, 아이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후미는 남편과의 사이가 예전 같지 않다. 세 사람은 행복을 위해 힘겨운 생활을 자처한 준을 보며 자신들의 삶을 되짚는다.

②중심 잡기와 주변과의 조화

우리는 살아가면서 제대로 중심을 잡으며 행복을 찾아가고 있을까. '해피 아워'가 던지는 질문이다. 영화사조아 제공

우리는 살아가면서 제대로 중심을 잡으며 행복을 찾아가고 있을까. '해피 아워'가 던지는 질문이다. 영화사조아 제공

영화 초반부에 등장하는 문화 행사는 꽤 상징적이다. 강사는 의자를 한 발로 세우는 시범을 보이며 강의를 시작한다. 강사는 중심점을 찾으면 뭐든 세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행사 참여자들에게 각자 등을 맞대고 함께 일어서도록 하면서 중심점의 의미를 강조하기도 한다.

강사의 말들은 영화 전반을 관통하는 메시지 같다(강사는 후반부 주인공들에게 결정적인 조언을 하거나 도움을 준다). 인생을 살다 보면 홀로 중심 잡기가 필요하다. 중심 잡기는 혼자 해내야 할 과제에만 머무는 게 아니다. 주변과의 조화를 감안한 중심 잡기 역시 절실하다. 준은 남편과의 이별을 통해 새로운 삶의 중심 잡기에 나서고, 세 친구들 역시 관성적인 삶을 뒤로 하고 새로운 중심을 찾으려 한다.

③현실감 가득한 대사와 장면들

네 친구는 다시 만나 수다를 떨며 환하게 웃을 수 있을까. 각자의 삶이 제대로 정리된 후 가능한 일이다. 영화사조아 제공

네 친구는 다시 만나 수다를 떨며 환하게 웃을 수 있을까. 각자의 삶이 제대로 정리된 후 가능한 일이다. 영화사조아 제공

영화는 평범한 일상에서 비범한 순간들을 포착한다. 네 친구의 사연을 매개로 사람들과의 교류에서 얻는 쾌감과 심적 고통, 의사소통의 즐거움과 소통 불가의 괴로움 등을 전한다.

등장인물들이 대화하는 장면이 많다. 대사마다 폭발물이 내재된 듯 의미와 긴장감이 서려 있다. 현실에서 마주할 만한 장면들과 대화가 공감을 산다.

※몰아보기 지수: ★★★★(★ 5개 만점, ☆ 반개)

일본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의 2015년 작품이다. 하마구치는 최근 ‘드라이브 마이 카’(2021) 등으로 세계 영화계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고 있다. ‘해피 아워’는 그의 될성부른 떡잎을 관찰할 수 있는 수작이다. 지난 연말 개봉해 전국 극장 3곳(25일 기준)에서 아직 상영 중이다. 하마구치가 왜 요즘 영화팬들의 시선을 붙잡고 있는지 새삼 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상영시간은 318분. 드라마 5, 6부작에 맞먹는 분량이다. 의의로 시간이 빨리 흐른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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