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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 아무리 노력해도 20대 여성은 '요지부동', 도대체 왜?

입력
2022.01.26 04:30
수정
2022.01.26 07:5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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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8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여성위원회 필승결의대회'에 참석, 여성 관련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8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여성위원회 필승결의대회'에 참석, 여성 관련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비해 여심(女心) 공략에 훨씬 적극적이다. 지난해 11월 선대위 발족 이후 이달 24일까지 총 84일 동안 이 후보가 여성 관련한 간담회를 참석하거나 정책·메시지를 내놓은 날은 25일(30%)에 이른다. 올해 들어서도 자궁경부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무료접종(1일)→황예진법(데이트폭력 처벌 강화) 제정(5일)→간호사법 제정(11일)→성평등임금공시제 도입(18일) 등의 공약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이여자'에 손 내밀었지만 '제자리걸음'

이 배경에는 "민주당의 전통적 우군이었던 20대 여성(이여자)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다면 목표치인 '지지율 40%'대 안착이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앞세워 '반(反)페미니즘' 행보 중인 윤 후보를 겨냥해 "퇴행적 정치"라며 대립각을 세우는 이유다.

이러한 노력에도 20대 여성은 이 후보에게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고 있다. 지난 16~21일 실시한 리얼미터·오마이뉴스 여론조사 결과, 20대 여성의 이 후보 지지율은 28.2%였다. '젠더 갈라치기'를 통해 20대 남성(이남자) 공략에 올인하고 있는 윤 후보(28.6%)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조사기간을 넓혀도 결과는 비슷했다. 지난해 12월 4주 차부터 올해 1월 3주 차까지 매주 실시한 리얼미터 조사에서 이 후보의 20대 여성 지지율은 31.9→28.4→29.2→29.6→28.2%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같은 기간 윤 후보 역시 29.2→31.3→27.1→28.2→28.6%로 변화가 없었다. 당내에선 당초 ①이 후보의 여성 맞춤형 정책 ②윤 후보의 반페미니즘 행보 ③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미투 폄훼' 발언 등의 영향으로 20대 여성 표심이 이 후보 쪽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민주당의 예상이 철저하게 빗나간 결과인 셈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20대 지지율 추이. 그래픽=김대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20대 지지율 추이. 그래픽=김대훈 기자


후보의 형수 욕설·민주당 2차 가해의 기억

원인은 이 후보와 민주당에 있다. 우선 여배우 스캔들과 형수 욕설로 인해 "이재명은 도저히 뽑기 싫다"는 20대 여성들이 적지 않다. 최근 민주당 서울시당 의뢰로 실시된 집단심층면접조사(FGI)에서도 여성들은 이 후보의 형수 욕설과 관련해 "저급하다"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여권 관계자는 "20대 여성만 보면 문재인 대통령과 이 후보 지지율 격차가 10~15%포인트에 달한다"고 했다. 한때 문재인 정부의 가장 강력한 지지층이던 20대 여성이 이번 대선에서 자신을 대변할 새 후보를 찾고 있지만, 이 후보를 대안으로 생각하지 않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민주당에선 박원순·오거돈·안희정 등 소속 광역지방자치단체장들의 잇단 성추행 사건이 불거졌다. 특히 박 시장 사건 당시 여권 인사들이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칭하는 등 2차 가해까지 하면서 20대 여성 사이에 '반(反)민주당' 정서가 강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이를 극복할 만한 대안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민주당의 고민이다. 선대위 일각에서는 "20대 남녀 모두의 지지를 받겠다는 전략적 '줄타기'로는 어느 쪽의 확실한 지지도 받을 수 없다"는 견해도 나온다. 윤 후보와 대비되는 보다 선명한 여성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 공약에 따른 역풍, 즉 민주당의 반사이익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생각보다 20대 여성이 젠더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또 '친페미니스트' 기조로 급격히 전략을 전환한다고 해도 다른 세대의 집토끼가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안티 페미니즘 정서가 최근 20대 남성을 넘어 30~50대로 확산되고 있다"며 "20대 여성의 거부감을 해소할 방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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