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복범죄 해마다 느는데… 100건 중 15건은 영장 기각

입력
2022.01.2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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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범 위험·피해자 위해 우려도 구속 요건 포함해야"

연인과 헤어지면서 협박과 폭행을 당한 A씨는 B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A씨의 안전을 고려해 B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반성의 태도를 보이고 있고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의 신변보호 조치에도 B씨의 괴롭힘은 계속됐다. 그는 검찰의 영장 기각 후 A씨 어머니에게 딸의 알몸사진을 전송하고 A씨를 승용차에 감금하기도 했다. 결국 B씨가 추가 범행으로 구속된 뒤에야 A씨는 B씨와 분리될 수 있었다.

스토킹으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김병찬이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스토킹으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김병찬이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B씨 사례처럼 경찰이나 검찰이 보복범죄 혐의로 요청한 구속영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피해자학회가 발표한 '보복범죄 방지와 범죄 피해자 보호를 위한 구속제도의 재설계'에 따르면, 보복범죄 발생건수는 2018년 267건, 2019년 292건, 2020년 293건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전체 범죄 건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보복범죄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2020년 보복범죄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률은 14.5%에 달했다. 수사기관이 가해자 100명에 대해 영장을 신청하거나 청구해도 15명 정도는 구속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보복범죄 성격상 재범 위험이 높고 피해자 보호가 시급하지만, 현행 구속 제도로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행법상 구속 사유는 주거지가 없거나 증거 인멸 또는 도주 우려가 있는 경우로 제한된다.

김혁 부경대 법학과 교수는 "보복범죄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려면 구속이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이 돼야 한다"며 "재범 위험성과 피해자 위해 우려를 별도 구속 요건으로 정하는 등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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