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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란 소지 안은 선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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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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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우리 선거시스템은 수출품목의 하나였다. 투ㆍ개표 장비는 물론 선진 IT기술을 접목한 전자투표 시스템은 아프리카와 남미,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K보팅’으로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정치 지형이 상이하고 전자투표에 익숙지 않은 일부 개발도상국에서 부정선거 우려를 제기하고 나섰다. 급기야 감사원이 ‘대상국의 정치환경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무리한 사업’에 제동을 걸면서 선거 한류를 향한 중앙선관위의 꿈은 좌절되고 말았다.
□ 중앙선관위가 이번에는 선관위원 선임 논란으로 생채기를 입었다. 대통령이 임기 연장을 밀어붙이던 조해주 상임위원과 국민의힘이 추천한 문상부 선관위원 후보자가 동시에 물러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대선을 코앞에 두고 선거감독 기구의 중립성은 상당히 훼손됐다. 3년 임기가 끝난 상임위원을 비상임위원에 임명하려던 대통령의 아집과 한 차례 상임위원을 지낸 인사를 다시 비상임위원에 앉히려던 야당의 무리수가 합작한 인사 실패 사례다.
□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각 3명씩 임명ㆍ선출ㆍ지명하는, 9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3권 분립 원칙에 충실하다. 국회에서는 여당과 야당이 각 1명씩, 여야 합의로 1명을 선출해 중립성 논란을 피하고 있다. 위원회 의장인 위원장과 선거 사무를 총괄하는 상임위원을 호선(互選)으로 선출하는 규정도 중립성 유지를 위한 장치다. 상임위원은 3년 임기를 마치고 사퇴하는 게 관행이지만, 규정에 따르면 6년 임기의 조해주 위원이 호선 상임위원 3년 임기를 마친 뒤 비상임위원으로 잔여 임기를 채우는 게 위법은 아니다.
□ 현실은 다르다. 위원장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대법관이 겸직하는 게 관례다. 대통령의 정치적 입김과 정당의 정파성을 배제하기 위한 관행으로 보이지만 호선 규정과는 배치된다. 상임위원은 통상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처음부터 비상임위원과 다르게 취급한다. 선관위의 균형과 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한 현실적 선택이긴 하지만, 관행과 규정의 차이는 언제나 분란의 여지를 남긴다. 중앙선관위의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심각히 고민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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