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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 하나도 놀랍지 않다" 건설노동자들의 성토

입력
2022.01.25 17:00

'선분양→공기 단축 요구 →후속작업 날림' 여전
중대재해법 시행에도 '1호가 될 순 없어'로 일관

25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D-2, 공기 단축이 부르는 아파트 건설현장 중노동과 부실공사 증언대회'에서 전국건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현장 증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D-2, 공기 단축이 부르는 아파트 건설현장 중노동과 부실공사 증언대회'에서 전국건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현장 증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파트 공사를 하다 콘크리트에 크랙(균열)이 가면 보이지 않게 망치로 긁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도 제거가 안 되면 콘크리트에 물을 섞은 '물콘크리트'를 그냥 부어버려요. 이러니 붕괴 사고가 나는 것 아니겠습니까."(형틀노동자 윤승재씨)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부실 공사가 만연해 있음에도 건설사들이 공사기간(공기) 단축을 위해 이를 묵인·방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현장에선 안전이 강화되는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광주 사고 놀랍지 않다... 정부 감독도 부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25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공기 단축이 부르는 아파트 건설현장 중노동과 부실공사 증언대회'를 열었다. 시공 단계에 따라 철근, 형틀, 알폼, 타설, 해체정리 작업을 담당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참석해 건설 현장의 ‘민낯’을 전했다.

타설공 복기수씨는 "사실 건설 노동자들은 최근 벌어진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를 접하고 전혀 놀라지 않았다"며 "비슷한 사고 한두 번은 다 겪어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에도 타설 후 철근이 무너지는 현장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다"며 "이런 일은 알려지지 않았을 뿐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거푸집 해체전문가 이승하씨는 "하도급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음에도 여전히 건설 현장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이뤄지고 있고, 국토교통부나 고용노동부, 시청이 점검을 하러 오지만 불시점검이 아니라 예정된 일정이라 부실시공이 드러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공기 단축이 부실 초래

부실 시공이 이뤄지는 구조적인 원인으로 공기 단축을 꼽았다. 알루미늄폼(알폼) 노동자인 김훈씨는 "거푸집을 만들고 28일 정도가 지나야 콘크리트 강도의 70%가 나오는데, 12일 만에 작업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강한수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우리나라 아파트는 선분양되기 때문에 원청인 시공사는 무조건 공기를 맞출 것을 요구한다"며 "토목공사가 두 달 지연돼도 전체 공사기간은 절대 지연되지 않아 결국 후속 작업을 빨리, 대충 진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광주 사고 역시 공기 단축이 원인이 됐을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강 위원장은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은 12~18일 동안 콘크리트를 양생시킨다고 했지만 실제로 아파트 한 층이 지상에서 지어지는 시간은 4~5일에 불과하다"며 "건설 노동자들은 모두 이 사실을 알고 있는데, 회사 측은 공기를 지키고 있다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 D-2에도 변화 없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렇다 할 변화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복씨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한다고 해서 안전이 강화됐다거나 건설사들이 무슨 조치를 한 것은 없다"며 "'1호 처벌 사례만 되지 말자'며 시행일에 맞춰 장기간 휴가를 주는 등 꼼수만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노조는 "감리의 권한을 부실시공뿐만 아니라 안전에 대해서도 확대하고, 적정 공사 기간과 안전 비용을 담고 있는 건설안전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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