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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를 마시다' 푸드테크 적컴퍼니 윤소영 대표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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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식을 'K푸드'로 세계에 알린 1등 공신 중 하나가 김치다. 최근 해외에서 김치는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만 김치의 아쉬운 점은 가공식품으로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치 고유의 맛과 효능을 살리며 음료나 과자 등 다른 형태의 식품으로 다시 만드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이 어려운 과제에 도전한 주인공이 있다. 2018년 푸드테크 분야의 신생기업(스타트업) 적컴퍼니를 창업한 윤소영(42) 대표다. 윤 대표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김치를 이용한 에너지 음료를 만들어 전세계에 수출하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 입소문을 타고 주문이 들어오면서 김치를 이용한 가공식품 분야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원래 적컴퍼니는 종자개발 회사 지구에서 출발했다. 지구는 무균 상태에서 식물종자를 배양하는 농업분야의 스타트업이다. 윤 대표는 이를 활용한 음식점을 기획했다. "무균 상태에서 기른 채소를 식재료로 활용한 레스토랑을 서울 압구정동에 열었어요. 단순히 음식만 파는 것이 아니라 공연도 하며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기획했죠."
그런데 생각보다 잘 되지 않아 카페로 변경하고 독특한 건강 음료수를 개발해 판매했다. "무균 상태에서 기른 산삼으로 만든 셰이크, 아보카도를 이용한 해독 음료 등 수십 가지의 실험적인 음료수를 만들었죠."
독특한 건강 음료수들이 크게 성공하며 유명 백화점의 입점 제의까지 받았다. "롯데 백화점 식품관에 입점 제의를 받았는데 미처 일손이 부족해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건강 음료 사업이 잘됐어요."
그때 김치를 이용한 에너지 음료 사업을 구상하면서 적컴퍼니를 창업했다. 에너지 음료를 아이템으로 정한 것은 당시 일하면서 얻은 습관 때문이었다. "일이 많다 보니 너무 피곤해 매일 에너지 음료 '핫식스'를 5, 6캔씩 마셨어요. 그러다 보니 문득 우리 선조들의 에너지 원이었던 김치로 에너지 음료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했죠. 특히 대중화를 위해 캔 음료수를 기획했어요."
문제는 김치의 효능을 살리며 캔 음료수로 만드는 방법이었다. "해외에서 김치를 이용한 잼과 주스 등이 나온 적은 있어요. 하지만 캔 음료로 나온 적은 없죠."
김치처럼 맵고 신맛 나는 음료라면 마시기 힘들다. 그래서 윤 대표는 김치의 맛이 아닌 유산균 성분만 살리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식물 종자 배양 기술을 이용해 김치의 유산균 배양에 성공했다.
하지만 여기서 또 다시 벽에 부닥쳤다. 살아있는 유산균은 캔에 넣을 수 없다. "캔은 무조건 들어가는 성분을 살균처리 합니다. 그러니 살아있는 유산균을 넣을 수 없어 대안으로 죽은 유산균(사유산균)이 들어간 김치 농축액을 개발했죠. 죽은 유산균도 살아있는 유산균보다 떨어지지만 효과가 있어요. 그래서 캔에 사유산균이 들어 있다고 표기를 해요."
그렇게 해서 윤 대표는 3년의 개발 끝에 절대 수치 0.001%를 어렵게 찾아냈다. 덕분에 지난해 5월 세계 최초의 김치를 이용한 에너지 음료 '김치 에너지'가 탄생했다. "김치 에너지에 독자 개발한 김치 농축액이 0.001% 들어가요. 이 수치가 김치 맛을 최소화하며 효능을 끌어낼 수 있는 신비의 비율이에요. 0.002%만 돼도 김치 맛이 강해져 마시지 못해요."
여기에 피로를 덜어줄 타우린과 딸기 맛이 나도록 향을 배합했다. "마셔본 많은 사람들이 김치 맛을 느끼지 못하고 딸기 음료 같다고 해요. 민감한 사람들은 약간 김치 맛을 느껴요. 이때 얼음을 넣어 차게 만들면 김치 맛이 사라져요. 그래서 얼음을 넣어 마시라고 추천해요. 미지근하면 김치 맛이 살짝 나기 시작하죠."
윤 대표는 김치 에너지가 스트레스를 줄여줄 것으로 기대했다. "김치를 먹으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호르몬인 코르티코스테론 수치가 30% 줄어든다는 동물 실험 결과가 있어요. 따라서 김치 농축액이 들어간 김치 에너지도 그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생산은 적컴퍼니에서 개발한 방법으로 외부 업체에서 김치 농축액을 추출한 뒤 다른 성분들과 배합해 용기에 담는 과정을 거친다. "음료에 들어가는 농축액은 모두 국내 생산한 김치로만 만들어요. 이렇게 추출한 농축액에 일정 비율로 타우린 등을 배합하죠. 이후 용기에 탄산 주입을 거쳐 캔을 만들어요."
하지만 난관이 이어졌다. 먼저 캔에 탄산을 주입하는 공장에서 소량 생산을 거부했다. "돈이 없어서 1만 개를 만들어 다 팔면 그 돈으로 다시 1만 개를 생산할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국내에서 탄산을 주입하는 공장들은 최소 주문량이 50만개예요. 탄산 주입 공장들이 주문량이 적다며 모두 거절하는 바람에 이들을 설득하느라 고생했어요."
어렵게 탄산 공장을 설득했으나 이번에는 용기인 캔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3월 국내 최대 캔 생산업체인 한일제관의 충북 음성 공장에 대형 화재가 발생했어요. 그 바람에 캔 공급이 안 돼 음료업계에 비상이 걸렸죠. 지금까지도 생산량 회복이 안 되고 있어요. 그 바람에 다른 캔 생산업체들까지 주문이 몰려 더더욱 캔을 구하기 힘들게 됐어요. 할 수 없이 다른 음료업체의 캔 주문량에 포함해 얹어 받는 방식으로 겨우 캔을 구했죠."
캔 표면에 김치 사진을 넣은 것은 반전을 노린 전략이다. "김치 사진을 보고 매울 것을 예상한 사람들을 달콤한 맛으로 깜짝 놀라게 만드는 일종의 반전 전략이죠."
우여곡절 끝에 나온 최초 물량 2만 캔은 뜻밖에 매진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는 안 팔릴 것으로 생각했어요. 실제로 '누가 반찬을 음료로 마시냐'며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죠. 많이 걱정했는데 쿠팡, 티몬, 옥션, 네이버스토어 등 12개 온라인 쇼핑몰에서 두 달 만에 다 팔렸어요. 돈이 없어서 광고도 못 하고 유튜브에 '이쯤되면 범상치'라는 제목의 영상 하나 올렸는데 영상 조회수가 100만 건을 기록하면서 유튜버들 사이에 관심을 끌었죠."
마침 중국에서 김치가 중국 음식이라고 우기는 '김치 공정' 사건이 터졌다. "김치 공정이 터진 것을 보고 이만하면 김치 음료가 나올 시기가 됐다는 뜻으로 유튜브 영상에 '이쯤되면 범상치'라는 제목을 붙였죠. 애국심에 호소한 '국뽕 마케팅'이었는데 김치 공정과 맞물려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었어요."
초도 물량 완판에 고무된 윤 대표가 두 번째로 김치 에너지를 2만 개 생산했을 때 해외에서 뜻밖에 신호가 왔다. "일본 유튜버들이 희한한 음료가 나왔다며 재미 삼아 마시는 영상을 올렸어요. 이를 본 사람들이 따라 마시면서 '신기하다' '맛있다'는 현지 반응들이 나왔죠. 특히 한국일보에서 보도한 김치에너지 개발 소식을 일본 언론들이 그대로 전하면서 현지에서 많이 알려졌죠. 이후 대만 유튜버들도 김치 에너지를 마시는 영상을 올리며 한국이 김치의 나라라고 인정해 줘서 기분 좋았어요."
일본을 시작으로 독일 캄보디아 싱가포르 미국 캐나다 대만 등에서 수출 제의가 잇따라 들어 왔다. "일본은 총판 계약을 마치고 판매를 시작했어요. 미국은 막바지 총판 계약서를 조율 중이에요. 캄보디아에는 1차 견본품이 넘어갔어요. 그만큼 올해는 해외 판매를 늘려야죠."
원래 윤 대표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부친의 농식물 육종 사업을 돕다가 2020년 지구를 설립해 적컴퍼니와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아버지가 40년 넘게 종자 육종 사업을 했어요. 직접 개발한 종자를 국내외에 판매하는 사업이었죠.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도우며 이 일을 하다가 지구를 세우며 사업을 키웠죠."
지구에서 번 돈과 공연 기획자로 일하는 남편의 돈이 적컴퍼니의 종자돈이 됐다. 남편 덕분에 알게 된 가수 김종서도 적컴퍼니에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남편이 공연 기획자여서 연예인을 많이 알아요. 그 중에 가수 김종서씨가 김치 에너지 개발에 관심이 많아 앞으로 함께 사업하는 방안을 얘기 중이에요."
다음 제품은 '동치미 에너지'와 '백김치 에너지'다. 이름 그대로 동치미와 백김치를 이용한 에너지 음료다. 두 가지 신제품은 다음달 출시 예정이다. "두 제품은 동치미와 백김치 농축액이 각각 0.001% 들어가요. 배 맛이 나는 동치미 에너지는 무처럼 소화를 돕는 성분이 들어 있어요. 예전에 고구마를 먹고 속이 더부룩하면 동치미를 마셔서 속을 뚫었던 느낌을 살리도록 개발했어요. 그래서 당류도 줄였죠. 백김치 에너지는 사과 맛이 나요."
김치 에너지의 맛을 다르게 개발하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 "거꾸로 김치의 강한 맛을 살리는 제품도 연구 중이에요. 해외에서는 김치 주스가 아마존에서 판매 1위를 한 적도 있어서 이를 감안한 신제품도 검토 중이에요."
판매처 또한 늘릴 계획이다. "온라인 외에 오프라인 판매점을 늘릴 생각이에요. 현재 일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판매중 인데 이를 시중 편의점으로 늘리기 위해 이마트, GS25 등 대형 편의점 업체들과 논의 중입니다."
윤 대표가 바라는 점은 김치 에너지가 한국의 대표 음료로 부상하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음료로 김치 에너지를 떠올리면 좋겠어요. 수출 문의가 많이 들어오는 만큼 가능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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