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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 소리 나는 이재명·윤석열의 미니 공약... '돈 문제'는 "모른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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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의 특징 중 하나는 '마이크로 공약' 경쟁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이라는 이름으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심쿵 약속’이라는 이름으로 '생활 밀착형의 작은 공약'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대형 공약에 뒤따르는 언론·시민단체의 검증을 피하면서도 득표 효과가 쏠쏠한 게 장점이다.
공약 이행에 드는 비용까지 작지는 않다. 연간 수천억~1조 원이 넘는 막대한 재정 지출이 필요한 공약도 있다. 그러나 두 후보 모두 '뒷일'엔 눈감고 있다. 필요한 재정 규모나 재원 마련 대책을 제시하지 않은 사례가 허다하다.
이 후보는 지난해 11월 이후 최근까지 51개의 '소확행 공약'을 내놨다. 하루 평균 0.7개꼴이다. 이달 들어 작은 공약 경쟁에 가세한 윤 후보는 '심쿵 약속'을 19개(하루 평균 0.9개) 쏟아냈다. '작다'는 수식어가 무색하게도, 일부 공약에 들어가는 예산은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공약 못지않다.
이 후보는 상병수당(근로자가 아파서 쉴 때 소득 일부를 보전하는 제도) 도입을 약속했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추계에 따르면, 연간 건강보험 재정 8,000억~1조7,000억 원이 필요하다. 이 후보는 또 건강보험 적용 혜택을 받는 노인 임플란트를 현행 2개에서 4개로 늘리겠다고 공약하면서 소요 예산을 1,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윤 후보는 승용차의 음주운전 방지 장치 설치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을 포함한 음주운전 근절 3대 공약을 내놨는데, 연간 3,000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됐다. 당뇨병 환자의 연속혈당측정기에 건강보험을 확대하겠다는 윤 후보 공약을 지키려면 연간 1,000억 원이 필요하다.
이 후보의 '소확행 공약' 중 정부 예산 투입이 필요한 건 총 25개. 이 중 재정 추계를 직ㆍ간접적으로 밝힌 공약은 3개에 그쳤다. 재원 대책도 없었다.
이 후보의 ‘재정 포퓰리즘’을 비판해온 윤 후보도 다르지 않았다. '심쿵 약속' 중 예산 투입이 필요한 공약은 14개이지만, 소요 재정 규모를 밝힌 건 4개뿐이었다.
재정 대책이 있어야 공약을 발표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정부가 규제 완화나 강화로 해결할 수 있는 공약도 있고, 세수 감소 규모 예측이 어려워서(이 후보의 가상자산 과세 1년 유예 공약), 혹은 수요 예측이 불가능해서(윤 후보의 대기업·중소기업 복지 공유제) 재정 추계를 내놓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의지'만 있으면 대략의 재정 추계를 할 수 있는데도 무심하거나 게을렀던 사례가 상당하다는 게 문제다.
이 후보의 피임·임신중지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공약은 연간 비급여 피임·임신중지 건수와 1건당 진료비 관련 정보를 어렵지 않게 추정할 수 있음에도 소요 재정을 밝히지 않았다. 윤 후보의 택시기사 보호 칸막이 설치 지원 공약은 서울시 지원 사업 사례(택시 1대당 20만 원)와 등록된 택시 대수(23만 2,435대)를 곱한 뒤 신청률을 가정하면 쉽게 추계가 가능하지만, 윤 후보는 이를 생략했다.
공약 내용이 부실해 재정 추계가 애초 불가능한 공약도 있었다.
윤 후보는 응급환자 이송용 닥터헬기를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닥터헬기 1대당 가격은 80억여 원이지만, 몇 대를 추가할지 밝히지 않아 예산이 물음표로 남았다. 이 후보는 공공 산후조리원 확대를 공약하면서 확대 규모를 제시하지 않았다. 경기도 사례를 보면, 한 곳 신설에 50억여 원이 드는 것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두 후보 모두 공약의 핵심을 놓친 탓에 재정 추계를 어렵게 한 것이다.
이 후보의 △입사 시험을 보는 청년의 면접 비용 현금 지원 △초등 돌봄교실 오후 7시까지 확대 △아동급식 개선 공약과, 윤 후보의 △군 격오지에 이동형 원격진료 확대 △반려동물 쉼터 확대 공약 등도 필요 재정을 공개하지 않은 사례다.
두 후보 모두 공약의 말랑한 외피를 앞세워 소요 재정을 정확히 알려야 하는 의무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과거 대선에선 ‘공약 가계부’라는 이름으로 재원 소요를 밝히고, 어떻게 조달한다는 것을 큰 틀에서 밝혔는데, 이번엔 그런 시도조차 보이지 않는다”면서 “과거엔 ‘더 풀자’와 ‘아끼자’가 부딪혔는데, 이번에는 ‘더 쓰자’는 분위기여서 재정건전성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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