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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는 '스펙트럼'…모든 인간에 장단점이 공존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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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는 스펙트럼'이라고 인식하는 게 중요합니다. 모든 인간을 볼 때 장단점을 동시에 볼 수 있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제62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부문 수상작인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꿈꿀자유 발행)는 두 명의 저널리스트가 자폐증을 둘러싼 다양한 현상과 담론을 통시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의학적 견지에서 다룬 내용이 많아 번역이 까다로운 이 책을 소아과 전문의이자 출판인인 강병철 번역가가 직접 번역하고 출판해 과학 출판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24일 오후 7시 화상(줌·Zoom)으로 열린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작 북 콘서트에서 그는 우리 사회의 자폐에 대한 관점 변화사를 설명하고 현재 필요한 인식·제도 등의 변화에 대해 강연했다.
강연과 질의응답을 포함해 1시간 50분가량 진행된 이날 북 콘서트는 새벽 시간임에도 미국 뉴욕에서 접속한 독자를 포함해 110여 명이 참여했다. 참여자들은 강의 직후 질문을 쏟아내며 큰 호응과 관심을 보였다. 특히 강병철 번역가가 거주하는 캐나다와 한국의 정신장애 공동체를 비교하거나 한국보다 선진화된 해외 정책을 묻는 질의가 적지 않았다. 이런 질문들은 한국사회가 여전히 정신장애에 배타적이란 점을 시사했다.
강병철 번역가는 이날 자폐의 역사를 설명하면서 "사실상 자폐 부모의 역사"라고 말했다. 자폐인 자녀를 둔 부모가 사회적 편견에 좌절을 겪기도 하고 또는 변화를 일으키며 걸어 온 길이라는 의미에서다. 1940년대 처음 자폐를 규정해 '자폐의 아버지'로도 불렸던 레오 카너의 엄격하고 획일적인 자폐 진단과 관련, 그는 "자폐를 육아의 문제로 돌려 '유해한 양육', '냉장고 엄마'와 같은 말이 생겨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후 "부모들의 생존권 투쟁과 같은 반박으로, 60년대 이후가 되어서야 자폐가 선천적이라는 학계 연구가 쌓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로 명명돼 매우 다양한 종류의 신경 발달 장애를 포괄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호주의 사회학자 주디 싱어의 '신경다양성'이란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누구나 독특한 존재이고 자폐도 뇌가 다수의 사람과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사교성, 언어 능력, 추론 능력 등 수많은 측면에서 보면 개개인이 모두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그 다양성을 인정하자는 얘기다.
더 나아가 어쩌면 한 곳에 무섭게 집중할 수 있는 자폐적 지능은 인류의 소중한 유전적 유산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북유럽 기업 중에는 이런 인재 발굴을 통해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사회가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면 이들이 심각한 장애로 이어질 가능성을 줄이고 대신 이들의 장점을 살려 사회에도 공헌할 수 있도록 충분히 상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자폐에 포용적 사회를 만드는 과정은 험로임이 분명하다. 먼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그럼에도 해결책은 '연대'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자신도 정신장애인 가족이라고 밝힌 그는 "자폐 스펙트럼 양 끝에 있는 사람들마저도 서로를 차별하고 구분해선 안 된다"며 "정신장애인은 물론 전체 장애인이 연대하면 그 힘으로 누구를 비난하거나 공격하지 않고도 포용적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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