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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개미' 잡으려면... "기울어진 운동장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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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3,000의 주역인 ‘동학개미’들이 국내 주식시장에 계속 열정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이유는 소액주주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제도가 쉽게 개선될 것이라고 믿지 못해서다. 상장기업 대주주가 제도의 사각을 파고들어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사례가 증가한 것에 크게 실망한 것도 개미들의 주식 시장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등 임원 8명이 스톡옵션을 통해 900억 원에 가까운 차익을 남긴 ‘카카오페이 먹튀’ 사건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컬리·쏘카·카카오엔터 등 유니콘 기업이 잇따라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만큼 소액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방안은 신규 상장기업의 경영진이 스톡옵션 행사로 받은 주식을 일정기간 매도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이다. 현행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유가증권과 코스닥시장 상장기업의 경우 최대주주는 6개월, 우리사주는 1년 간 주식을 매도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스톡옵션은 행사 전까지는 주식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정우용 상장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상장 후 6개월 또는 상장 후 1년간 (스톡옵션 행사로 생긴) 주식을 팔지 못하게 하는 식으로 매도기간을 제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상장사 임직원이 자사주를 매도할 때 이를 시장에 미리 알리는 법 제정도 추진되고 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부자 거래 사전신고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마련해 현재 국회 법제실로 넘긴 상태다. 개정안에 따르면 상장사 임직원 등 내부자는 감사위원회나 상근감사로부터 주식거래와 관련한 허가를 받아야 하고, 회사는 이를 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신고·공시해야 한다. 또 내부자 주식은 공시한 날로부터 90일이 경과해야 거래가 가능하고 매도 시점도 적시해야 한다.
대기업 상장사들이 핵심 사업부를 자회사로 쪼갠 뒤 상장하는 '물적분할 후 재상장' 행위가 반복되는 것도 동학개미들이 시장의 '공정한 룰'에 대해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다양한 시장 참여자가 '물적분할 후 재상장'이 대기업 대주주만 배불리는 제도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제도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대기업들은 해마다 투자금 모집의 수단으로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모회사 주주들에게 새 상장사 주식을 우선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주식 공모 청약 때 임직원에게 우선권을 주는 ‘우리사주조합원 우선배정권’과 비슷한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다만 배정수량 등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해 보다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물적분할·상장요건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물적분할을 하려는 회사의 규모, 분할 후 상장시기, 주주가치 훼손검토 의무화 등을 상법에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모주 청약과정에서 기관투자자가 증거금 납부를 면제받는 것이 개인투자자(청약금의 50% 증거금으로 납부)와의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 청약과정에서 자본금 50억 원의 한 투자자문사가 이 같은 제도적 허점을 파고들어 7조 원어치의 공모주를 신청하기도 했다.
이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공매도 시장과 비슷한 상황이다. 현재 기관·외국인투자자의 공매도 담보비율은 105%이지만 개인투자자에 적용되는 담보비율은 140% 수준이다. 담보비율은 부채액을 주식 평가액으로 나눈 값을 의미한다. 만약 공매도에서 약정된 담보비율을 지키지 못할 경우, 보유 주식은 반대매매로 인해 강제 청산된다.
빌려온 주식을 갚아야 하는 상환기간 역시 개인은 90일이지만, 기관·외국인은 무제한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형평성 차원에서 공모주 청약증거금은 50%, 공매도 담보비율은 140%, 상환기간은 90일로 개인과 기관을 똑같이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증거금 납입 여부·담보비율 차등화 등은 개인과 기관의 신용도가 달라 발생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관과 개인에 청약증거금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을 꼭 공평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오히려 주관사가 자산규모, 자본금 등을 기준으로 개인·기관의 신용도를 따진 뒤 (개인과 기관을 가리지 말고) 신용등급별로 증거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역시 “각각의 개인투자자들도 신용도에 따라 공매도 담보비율을 다르게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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