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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시대를 향한 석유산업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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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중립을 향한 시계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석유, 가스 등 전통 에너지 기업에 '탄소중립'이라는 단어는 낯설어 보인다. 하지만 Shell, BP 등 글로벌 에너지 기업 역시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하였다. 재생에너지와 수소 생산 등 신사업 비중을 높여 탄소 중심 비즈니스에서 벗어나고, 바이오 연료,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기술 개발을 통해 기존 인프라를 활용한 탄소배출 최소화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석유산업은 어떨까? 국내 정유사 역시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열분해유, 주유소 인프라를 활용한 에너지슈퍼스테이션 등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으나, 탄소 중립을 위한 충분한 대비를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자칫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국내 석유산업이 탄소 중립의 물결 속에 큰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 국내총생산, 수출,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석유산업이 흔들릴 경우 국가 경제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같은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탄소 중립을 지향하면서도 전통 에너지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가 함께 모색해야 한다. 산업의 변화 주체는 기업이지만, 산업 혁신을 위한 정부의 정책 지원 없이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첫째, 감축 기술 확보를 위한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최근 정부가 신성장·원천기술의 범위에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등 탄소 감축 기술을 포함시키기로 한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기업 규모에 따른 세제 혜택보다는 탄소 저감 기여도 등을 반영한 기준을 제시하고, 연구개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세제 혜택 수준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재원은 기업이 부담하는 탄소 비용으로 마련하면 된다.
둘째, 공공 조달을 통한 탄소중립 제품 시장 창출이 필요하다. 재생합성연료(e-fuel), 탄소중립 원유를 이용한 제품 등에 대해 초기 시장을 만들어 주고, 규모의 경제와 기술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환경 변화에 따른 규제 개선이다. 화석연료 기반의 주유소를 친환경 차 충전과 분산발전까지 가능한 친환경 인프라로 확장하여 전통에너지와 신에너지가 공존하게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주유소 내 분산 전원 설치, 전기차 충전기 이격 거리 관련 규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고, 나아가 최소 규제(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전환하여 기업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탄소 중립을 외치며 전통 에너지 산업을 지원하는 것이 모순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탄소 중립은 신산업 육성과 함께 기존 산업의 친환경적 전환이 균형 있게 이루어져야 달성 가능한 목표이다. 기후 위기 대응과 함께 경제와 에너지 안보까지 고려한 균형 있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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