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쓰레기 줄이기, 밑반찬 깔아주는 문화부터 바꿔야

입력
2022.01.26 10:00
수정
2022.01.26 10:15

[쓰레기 박사의 쓰레기 이야기]
<8>음식물쓰레기 줄이기

편집자주

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생태계 파괴 뿐 아니라 주민 간, 지역 간, 나라 간 싸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쓰레기 박사' 의 눈으로 쓰레기 문제의 핵심과 해법을 짚어보려 합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의 저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일보>에 2주 단위로 수요일 연재합니다.


지난해 발표된 탄소중립 2050 시나리오에 따르면 우리는 2050년까지 생활쓰레기를 지금보다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 인구 감소로 쓰레기가 자연적으로 줄어드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절반까지 줄이려면 한 사람이 배출하는 쓰레기가 대폭 줄어야 한다. 그중에서도 온실가스 배출량과 감량효과를 고려하면 음식물 쓰레기를 빨리 줄여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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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생산량 3분의 1이 쓰레기로... 온실가스 배출도 '상당'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식품의 생산, 유통, 가공, 소비 전 과정에서 전 세계 식품 생산량의 3분의 1이 버려진다. 수확 전후로 버려지는 양까지 포함하면 그 비중은 40%까지 높아진다. 식품의 생산 및 소비 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세계 배출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데, 이 중 3분의 1이 쓰레기 때문에 배출된다. 식품의 낭비가 기후위기를 심화시키고 기후위기로 인해 식량생산 위기가 발생하는 죽음의 고리가 만들어진 셈이다.

우리나라는 매년 먹고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만 580만 톤에 달한다. 유통 및 가공공정에서 버려지는 것까지 포함하면 770만 톤 상당이다. 지난 10년 동안 음식물 쓰레기 등으로 버려지는 양은 무려 20% 증가했다. 우리나라 연간 식품소비량의 4분의 1이 쓰레기로 버려지는 것이다. 곡물 자급률이 21%에 불과한 나라에서 식량이 이렇게 줄줄 새고 있다.

2050탄소중립 위해 음식물 쓰레기 줄여야

그동안 쓰레기 관리 차원에서 음식물 쓰레기 감량에 접근해 왔다면, 이제는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식품 낭비 및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대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식품의 가공 및 유통과정에서 버려지는 양을 최소화해야 한다. 특히 유통기한 등으로 포장재도 뜯지 않고 소각장으로 보내는 일이 없어야 한다. 현재 실태 파악도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데 기업별로 통계 및 처리 실적을 보고하도록 하고, 프랑스처럼 소각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 환경부뿐만 아니라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까지 포함한 범부처 접근이 필요하다.

쓰레기 발생, 절대적 양부터 줄여야

음식점과 급식소에서도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을 줄여야 한다.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대형 음식점은 음식물 쓰레기 감량계획을 세워서 실행하도록 하고 있는데, 현재 형식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감량보다는 재활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제대로 줄이도록 해야 한다.

규모를 세분해서 대형 음식점과 급식소는 감량목표를 주고 강하게 관리해야 한다. 필요한 반찬만 돈을 내고 사먹는 주문식단제도 도입돼야 한다. 먹지도 않는 밑반찬을 깔아주는 문화 때문에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이 증가한다. 기본반찬은 최소화시키는 게 맞다. 반찬별로 주문하는 게 번거로울 수 있는데 IT 기술을 접목해 소비자와 음식점 모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가정에선 버린 만큼 비용 지불... '탄소포인트' 연계도 방법

가정에서는 어떻게 할까? 음식물 종량기(RFID) 설치가 늘어야 한다. 버린 만큼 무게를 재고 비용을 지불하도록 해야 한다. 효과를 높이려면 버릴 때마다 월별 누적 배출량, 월별 배출량 추이 등을 휴대폰 등으로 배출자에게 알려주는 서비스도 제공하면 좋겠다. 탄소실천 포인트와 연계해서 쓰레기를 줄이면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캠페인도 할 수 있다. 냉장고가 커질수록 버리는 양도 많아지는데, 가전회사에서 냉장고 크기를 키울 생각만 하지 말고 냉장고 식품 관리를 잘할 수 있는 기능도 개발해야 한다.

늘어나면 좋은 것은 통장 잔고이고, 줄어들면 좋은 것은 근심과 뱃살과 쓰레기다. 올해는 늘릴 것은 늘리고 줄일 것은 줄여서 모두들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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