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조직부터 자동차까지…3D 프린팅에 숨어있는 '미적분'

입력
2022.01.25 04:30
3D 프린팅의 기본 개념은 '적층'
우주항공과 의료 등 모든 분야에 적용돼

울산과학기술원이 3D 프린팅을 이용해 만든 귀 연골의 모습. 울산과학기술원 홈페이지

#국립 종합대학인 홍콩대학에선 최근 3차원(3D) 프린팅 기술로 심장과 콩팥, 간 등 인체 장기 조직을 복사해 만드는 연구가 한창이다. 세포 같은 생체물질이 포함된 바이오 잉크를 3D 프린터에 넣어서 버튼을 누르면 살아 있는 장기가 출력돼 나오는 방식이다. 중증 환자에게 뇌사 판정을 내리고 장기를 적출해 다른 몸으로 옮기는 위험천만한 과정 없이 3D 프린터로 계속 복제해 사용하면 된다. 연구가 완료되면 수술 비용도, 시간도 덜 들기에 이식 장기를 구하지 못해 사망하는 환자는 없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3D 프린팅 기술로 자동차를 만들었다. 대각선 길이로 1m까지 출력 가능한 3D 프린터를 이용해 기아의 모닝과 비슷한 경차를 뽑아낸 것이다. 차체를 만드는 카본섬유가 포함된 재질을 3D 프린터 원료로 넣어 외관 패널과 바퀴, 핸들 등을 만들어 조립했다. 아직 엔진까진 3D 프린터로 만들진 못했지만 버튼만 누르면 자신이 원하는 모습의 자동차가 순식간에 만들어지는 세상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3D 프린팅은 ‘미래의 연금술’로 불린다. 버럭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재임 기간 중 미래 구상을 밝히는 자리에서 “3D 프린팅은 기존 제조방식에 혁명을 가져올 잠재력을 가졌다”고 언급하면서 관심이 모아졌다. 현재 3D 프린팅은 각종 기계부품에서 우주항공과 에너지, 의료 등 거의 모든 분야로 스며들며 산업 생태계의 밑바닥을 뒤흔들고 있다. 재료만 구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에 만들지 못할 것이 없다는 3D 프린팅의 원리를 들여다봤다.

바이오 잉크를 이용해 귀 연골을 만드는 울산과학기술원의 3D 프린터의 모습. 울산과학기술원 홈페이지


국내 벤처기업인 큐브랩스가 3D 프린팅을 이용해 만든 가슴뼈 인공 보형물. 큐브랩스 홈페이지


시각물_3차원 프린터를 이용해 뼈 인공 조형물을 출력하는 과정


3D 프린팅의 기본원리는 ‘미적분’

3D 프린팅의 개념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3차원 물체의 설계 도면을 기초로 3D 프린터에서 재료를 적층해 물체를 만들어 내는 기술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적층한다’는 의미다. 한 층 한 층 쌓아 가며 원하는 물건을 만들어 낸다는 뜻인데, 이 때문에 미국 재료시험학회(ASTM)와 국제표준화기구(ISO)는 3D 프린팅의 공식명칭을 ‘적층가공(AM)’으로 쓴다. 3D 프린팅은 빠르게 제품을 만든다는 의미에서 산업계에선 ‘쾌속조형(RP)’으로 부른다. 3D 프린팅 기술이 처음 등장한 건 1980년대 초반 미국 기업인 3D시스템즈라는 곳에서다. 시험 삼아 제품을 만들어볼 때 더 저렴하면서도 시간 소요를 줄이기 위해 착안됐다.

3D 프린팅의 기본원리는 고교 교과과정에 있는 수학의 미분과 적분이다. 미분은 어떤 면을 미세하게 쪼갰을 때, 각각의 층을 ‘미세한 부분’이라고 하는데 이를 줄여 부른 것이다. 곡선은 수많은 직선들이 모여 이뤄진다. 지구는 둥글지만 발 딛고 사는 세상이 평면인 것과 같은 원리다. 이 때문에 곡선에 수학의 미분 방정식을 대입하면 직선이 된다. 3차원 프린팅은 수학 방정식인 미분을 적용해 복제할 물건을 얇은 두께로 잘라 분석한 뒤, 직선을 모아 곡선을 만드는 적분으로 얇은 막을 한 층씩 쌓아 물체의 바닥부터 꼭대기까지 완성하게 된다. 얇은 막의 두께는 0.01~0.08㎜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3D 프린팅으로 출력한 물체에서 곡면으로 보이는 부분을 현미경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계단 모양을 하고 있다. 가운데 구멍이 뚫려 있거나 한 쪽이 튀어나온 복잡한 디자인의 물체도 3D 프린터에서 쉽게 출력할 수 있는 건 이런 미·적분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 자동차기업 혼다가 3D 프린터로 만든 자동차. 혼다 홈페이지


3D 프린터로 만든 자동차는 차체 외관들을 따로 출력해 조립해 만든다. 혼다 홈페이지


3D 프린팅 재료에 따라 원리 달라...각광 받는 바이오 잉크

3D 프린팅은 쓰는 재료에 따라 작동 원리도 다르다. 재료는 크게 실과 액체, 가루 형으로 나뉜다. 필라멘트라고 불리는 얇은 플라스틱 실을 녹여서 아래부터 위로 층층이 쌓아가는 방식이 기존에 가장 널리 보편화된 방식이다. 요즘 초등학교에선 3D 프린터의 이런 출력원리를 이용한 3D 펜으로 장난감을 만들거나 고장 난 물품을 고치는 수업도 하고 있다. 액체의 경우에는 레이저 같은 특수한 빛을 쏘면 고체처럼 단단하게 굳는 성질을 띠는 물질이 있다. 이를 광경화성 수지라고 한다. 액체형 3D 프린터는 광경화성 수지가 들어있는 수조에 필요한 부분에만 레이저를 쏴서 고체화 시키는 방식이다. 가루는 미세한 플라스틱 분말이나 모래 등을 사용한다. 가루가 들어있는 수조에 접착제를 뿌려 굳히고 다시 가루를 뿌리는 과정을 반복해 물체를 조형하는 식이다.

최근 3D 프린팅 재료로 새롭게 각광받는 건 ‘바이오 잉크’다. 세포나 단백질 같은 생체물질로 이뤄진 바이오 잉크를 3D 프린터에 넣으면 생체 조직과 장기를 출력하는 게 가능하다. 바이오 잉크 개발의 대표적 사례로는 지난 2018년 영국 뉴캐슬대학 연구진이 바이오 잉크를 이용해 인공 각막을 만든 일이다. 뉴캐슬대 연구진은 각막 기증자에게서 받은 각막세포와 줄기세포 등을 혼합해 인공 각막 출력용 바이오 잉크를 만들었다. 국내에서도 3D 프린팅을 이용한 신체조직 출력에 성공했다. 울산과학기술원은 토끼의 연골세포와 생분해성 플라스틱 등을 섞어 바이오 잉크를 만들었다. 이를 3D 프린터로 귀 모양의 연골을 출력해 쥐에 이식했는데 정상적으로 기능한 것이다. 의료업계 관계자는 “모든 사람의 몸체가 각기 다른 특징 및 형상을 갖기에 맞춤형 제작이 가능한 3D 프린팅은 의료 분야에서 최적의 기술”이라며 “의료용 3D 프린팅 기술은 보청기와 임플란트, 인공 뼈 등의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쓰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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