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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년 1월 27일 "개표 조작"… 대통령 선거 재검표 실시, '혹시나' 의혹에 '역시나'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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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DB 속 그날의 이야기. 1954년 6월 9일부터 오늘날까지, 한국일보 신문과 자료 사진을 통해 '과거의 오늘'을 돌아봅니다.
2003년 1월 27일 오전 10시,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선 투표지 재검표가 전국 35개 지법과 지원에서 일제히 개시됐다. 수탁판사의 검증 개시 선언과 함께 시작된 재검표는 전체 투표수의 44.6%에 해당하는 1,104만9,311표의 투표용지를 직접 손으로 일일이 재확인하는 절차로 진행됐다.
각 법원의 대법정이나 회의실에서 실시된 재검표는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한 채 판사의 주관으로 원고 측인 한나라당 참관인, 피고 측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참관인만 입회해 엄중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 2003년 1월 28일 자 한국일보 지면 보러 가기 ☞ www.hankookilbo.com/paoin?SearchDate=20030128 링크가 열리지 않으면 주소창에 URL을 넣으시면 됩니다.)
2002년 12월 19일 치러진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당선자와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표 차는 57만980표였다. 27일 재검표 결과 노무현 당선자는 785표가 줄고, 이회창 전 후보는 135표가 늘어났다. 두 후보 간 집계오류는 판정이 보류된 197표를 포함 1,117표가량에 불과해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재검표 결과 오류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자 한나라당 측은 '혹시나' 했던 기대와 달리 '역시나'라는 반응 속에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서청원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1월 28일 주요 당직자회의 입장 표명을 통해 대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선거무효소송과 대선관련 각종 고소·고발을 일괄 취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29일에는 대선 패배와 재검표 결과에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했다.
이후 한나라당은 내홍을 넘어 뇌사 상태로 빠져 들었다. 지도부 진공상태를 불러 당내 보수파와 개혁파 간 대립이 격화됐다.
대선 재검표를 초래한 '개표 조작' 의혹의 시작은 아주 사소했다. 대선 직후인 2002년 12월 20일 울산의 모 PC방에서 특수학교에서 장애 아동을 가르치던 정 모씨가 '국정원 중견간부로서 대선 음모를 밝힌다'는 내용의 개표조작설을 '조작', 자민련 홈페이지에 띄웠다. A4 용지 한 페이지 분량의 글에서 정씨는 '국정원이 63억 원을 들여 만든 전자개표기는 기호 1번이 연속적으로 10∼12번 나오면 그중 한 번은 기호 2번에게 자동 할당시키고 지역별로 2,000∼2,500표씩 자동 조작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시나리오를 아무런 죄책감 없이 늘어놓았다. 여러 사이트에 떠 있는 '이번 선거는 조작이고 개표도 믿을 수 없다'는 내용의 글을 보고 호기심이 일었던 정씨는 '신빙성을 더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이런 일을 저질렀다.
이 글이 바로 한나라당의 당선무효소송 제기와 재검표 요구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패배를 인정할 수 없었던 한나라당 지지자들을 촉발시키기에는 충분했다. 당원들의 재검표 시위가 잇따르며 당내 압력이 고조되자 이에 대한 대응을 안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한나라당은 2002년 12월 24일 "당을 두 번 죽이는 길"이라는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 당선무효소송 및 투표함 등의 증거보존 신청을 한다. 이후 대법원 3부(주심 변재승 전 대법관)는 2003년 1월 15일 1차 심리를 열고 전국 244개 개표구 가운데 한나라당이 신청한 80곳에 대해 재검표를 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한국일보와 인터뷰한 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에 떠도는 유언비어를 근거로 이처럼 소모적인 일을 벌일 필요가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라고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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