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간적 네거티브 캠페인 종결하고
패자도 국정의 파트너임을 주지해야
취임 후 보편적 정책기조 격상 준비
마지막까지 절체절명의 투혼을 불사르며 자신이 당선되어야 나라가 잘된다는 처절한 외침은 3월 9일 밤 12시를 넘기기 전, 결국 한 사람을 제외하고 공허한 메아리로 사라진다. 후보자들은 분망한 선거운동 기간에라도 승자의 환희와 패자의 굴욕이 교차되는 숙연한 순간에 대비해야 한다.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사탕발림 공약이 난무하는 것은 그나마 무한 경쟁이 초래하는 불가피한 '거품'이라고 이해할 수 있지만, '상대방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네거티브 캠페인이 '극단'으로 치달아서는 안 된다. 상대 후보자의 품격과 역량에 대한 공격을 통해 자신의 우위를 확보하려는 시도는 그런대로 이해할 수 있지만 최악의 상태는 절제해야 한다. 더구나 네거티브의 축에도 들어가기 어려운 후보가족에 대한 무차별적 문제 제기와 대중매체를 통한 의혹 확산 등 선거 경쟁의 본질을 훼손하는 비인간적 행태는 종결되어야 한다.
상대방이 당선되면 나라가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공격을 퍼부었는데, 그 상대방이 선택됨으로써 우려가 현실로 되었을 때, 우려했던 결과를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선거가 종료된 후에도 자신의 우려를 계속 제기할 것인지? 아니면 그러한 공간이 존재하기 어렵기에 새로운 적응과 순응의 길로 들어서야 할 것인가?
후보 시절 절제와 포용, 그리고 협치의 마인드를 갖추어놓지 않으면, 당선된 후 그러한 자세를 발휘하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수년 전 현직 대통령의 탄핵이나 집권당의 분당 사태도 포용과 협치의 결여에 기인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정당의 후보자가 우리 모두의 국가원수로 선출되는 순간 형성되는 '인의 장막'과 엄중한 시스템 속에서 대권 쟁취의 자만심을 절제하고 개방된 언로를 유지하는 것은 오직 당선자의 '균형된 통합' 의지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자신이 선출되면, 승기를 잡기위한 전략적 목표에서 출발한 사고체계를 객관적 국민이익에 부합하고 공감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보편적 정책기조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무언의 책무가 치열한 선거경쟁 기간에 잉태되어야 한다. 당선 후 원활한 국정 운영에 다가서기 위해서 경쟁 과정에서 상대 후보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고 자신의 비교우위를 호소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40의 지지로 당선, 100의 역할을 수행하는 위치로 격상되었을 때, 60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헌법적 신임의 의미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60을 배려하는 것이 바로 협치에 대한 의지의 표현이고, 선거운동 기간에 협치를 준비하는 자세로 국민의 마음에 다가서야 한다. 선거가 마무리되면 공격의 대상이 되었던 경쟁자가 국정의 파트너가 된다는 사실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필자는 "대통령에 취임해보니 안 되는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되는 것도 별로 없더라"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언급을 접한 적이 있었다. 아마도 집권층 내부의 조율은 물론이고, 국회와 여야의 동의, 관료기구의 능동적 협력이 없으면 공언(公言)했던 대국민 약속을 이행하는데 어려움이 많음을 토로한 것으로, 협치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짐작했다.
이번 대선을 통해 정치면에서도 경제선진국 G7의 모범이 되는 전통을 확립하려면 이제부터라도 인신공격을 자제하면서 협치의 문을 여는 후보가 출현해 국민의 신뢰를 받는데 주력해야 한다.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라는 생존형 권력투쟁의 양상을 거두고, 국가 위상을 재정립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니라도 차선을 선택하는 다수유권자의 용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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