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끈 긴 대기업 직원일수록 재택근무 많아… 월급도 더 늘었다

입력
2022.01.20 16: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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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재택근무자 수 12배 급증
비재택근무자보다 임금상승률은 3배 높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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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근무를 해 온 근로자의 임금상승률이 비재택근무자보다 3배가량 높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고학력에 대기업 재직자일수록 재택근무 비중이 높았던 만큼, 이들의 일자리 역시 비재택근무자보다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경향이 컸다.

20일 한국은행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확산과 경기완충 효과'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 9만5,000명에 불과했던 재택근무자 수는 불과 2년 사이 114만 명(2021년 기준)으로 12배나 급증했다.

연령이 낮을수록, 학력이 높을수록 근로자들의 재택근무 비중은 높았다. 특히 학력별 차이가 두드러졌는데, 대학원 졸업자(16.5%)의 경우 재택근무 비중이 고졸 이하(1.2%)보다 무려 14배나 높았다. 일자리 특성별로도 차이가 컸다. 상용직은 7.1%가 재택근무를 했지만, 임시직은 1.7%, 일용직은 재택근무 비중이 0.1%에 불과했다.

또 근로자가 300명 이상인 대기업의 재택근무 비중은 16.7%에 달한 반면, 10명 미만 사업장은 0.6%에 그쳤다. 대기업일수록 재택근무 업무 환경이 잘 갖춰졌기 때문이란 게 한은의 설명이다.

재택근무 활용도가 높을수록 임금상승률도 높았다. 재택근무자의 임금상승률은 2020년 11.8%와 2021년 8.2%였던 반면, 비재택근무자의 경우 같은 기간 4.0%, 2.7%에 그쳤다. 한은은 "개인이나 일자리 특성을 감안해도 재택근무자가 비재택근무자보다 임금상승률이 3~5%포인트 높아 노동시장 성과 측면에서 더 큰 혜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재택근무자는 1년 뒤 취업을 유지할 확률(86%)도 비재택근무자(74.9%)를 웃돌아 일자리 안정성까지 높았다.

한편 한은은 재택근무가 코로나19 위기에서 경기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했다고 봤다. 가령 코로나19 위기가 덮친 2020년 1분기 중 근무지 생산성과 총요소생산성(TFP)은 각각 2.9%, 2.7%씩 감소했음에도, 재택근무 생산성은 4.3% 증가해 완충 효과를 보인 결과 해당 분기 GDP는 1.26% 감소하는 데 그쳤다.

보고서를 쓴 오삼일 조사국 고용분석팀 차장은 "생산요소를 이용 가능한 곳에 적절히 재분배할 수 있는 재택근무 확산은 팬데믹 기간 중 상당 폭의 경기완충 기능을 수행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특히 출퇴근 소요시간이 길고 정보통신기술(IT) 인프라가 발달한 국내에서 재택근무 확대로 인한 생산성 향상 여지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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