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대화 가능성 없다 판단되면 北 초대형 핵탄두, ICBM 시험발사할 것"

입력
2022.01.20 16:00
[김범수의 응시]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 인터뷰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17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적기지 선제타격은 그럴 듯하게 들리지만 기술적으로는 허무맹랑한 개념"이라며 "미국도 1990년대에 검토했다가 포기했다"고 말했다. 배우한 기자

북한이 한동안 뜸하던 미사일 시험발사를 새해 들어 불과 12일 사이 네 차례나 이어가고 있다. 그중에는 전쟁의 판도를 바꿀 전략무기로 평가받는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도 두 차례나 포함됐다. 위기감을 느낀 미국이 관련 물자 조달에 관여한 북한 국적자를 제재하자 이번에는 2018년 북미 1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선언한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을 재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우주공학자이며 미사일 전문가인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에게 북한이 개발 중인 극초음속미사일은 어느 정도 수준인지, 미사일방어나 선제타격으로 대처할 수 있는지, 핵·ICBM 모라토리엄 철회 이후 북한이 어떤 군사적 도발에 나설 수 있는지 물었다. 인터뷰는 17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진행했고 북한의 모라토리엄 재검토 발표 이후 관련 내용을 추가로 들었다.

-북한이 중단했던 핵실험과 ICBM 발사 재개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향후 어떤 군사적 움직임이 예상되나.

“지난해 8차 당대회에서 결정한 국방력발전계획 핵심 5대 과제에 포함된 무기체계가 대부분 핵과 ICBM 수준의 전략무기다. 앞으로도 미국과 대화 재개 가능성은 거의 없고, 특히 최근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로 추가 제재까지 당한 처지라 조만간 공식적으로 모라토리엄 철회 선언을 할 수 있다. 전술핵무기, 초대형 핵탄두 개발을 공언했으니 이를 위한 핵실험을 고려할 것이고, 고체로켓 ICBM, ICBM급 고체로켓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개발에도 속도를 낼 것이다.

액체로켓엔진을 탑재한 화성-15 ICBM도 아직 신뢰성, 재진입기술 등이 검증되지 않아 추가 시험발사 가능성이 높다. 새로 개발 중인 잠수함에 탑재되는 북극성-4, 5형 SLBM도 수중발사시험을 할 수 있다. 아직은 완성도가 제한적인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추가적으로 할 개연성도 높아 보인다. 북한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군 정찰위성 확보를 위한 우주발사체 발사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최근 북한이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의 군사적 가치는.

“일반적인 탄도미사일도 지구 밖으로 나갔다 대기권에 재진입하면 마하 5 이상 속도는 나온다. 그래서 극초음속미사일이 탄도미사일과 큰 차이가 없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세부 기술을 보면 그렇게 평가하기 어렵다. 탄도미사일은 대기권 진입 후 탄착까지 시간이 짧아 기동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에 비해 극초음속 미사일은 최근 북한 사례를 보더라도 고점이 60㎞밖에 안 된다. 전체 비행구간이 대기권 내이고 저고도의 하강단계에서 활공비행과 변칙기동을 한다는 의미다.

극초음속미사일은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는 탄도미사일과 비슷하지만 예측 가능한 궤적을 그려 타격하는 것이 아니라 공기역학을 이용해 자유자재로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결국 현재의 미사일방어(MD) 체계로 막을 수 없다. 러시아와 중국의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을 두고 미군 전략사령관도 “미국이 현재 방어할 수 없는 미사일을 개발 중”이라고 했다.”

-러시아, 중국이 실전 배치 단계이고 미국은 아직 완성하지 못한 첨단 무기인데 “최종 시험발사”라는 북한 주장을 믿을 수 있나.

“북한의 미사일 기술은 축적된 경험이 상당하다. 독자 개발은 거의 없고 대부분 러시아나 중국 또는 미국 미사일을 모방한 뒤 자체 기술을 더해 새롭게 만든 것이지만 수준을 얕잡아볼 게 아니다. 이번 극초음속미사일은 북한이 목표물 타격 사진이나 영상을 공개하지 않아 실제 발표대로 성공했는지는 알기 어렵다. 다만 실패해서 비행체가 폭발하기라도 했다면 그 순간 감시망에 포착될 수도 있는데 그런 건 없었다. 활공비행과 변칙기동을 어느 정도 잘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우리 군은 지난 11일 발사된 미사일을 마하 10 안팎에 700㎞ 이상 비행으로 추정했고 북한은 활공재도약에다 240㎞ 선회기동 후 1,000㎞ 목표에 명중했다고 해 설명에 차이가 났다.

“극초음속미사일이 속도가 빠른 데다 워낙 저고도로 비행하니까 우리 레이더로 탐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지구 곡률 때문에 거리가 멀면 멀수록 음영 고도가 높아진다. 이번 발사는 동쪽으로 쏜 뒤 선회 기동해서 북쪽으로 꺾어 러시아 인근 해상에 떨어졌다. 우리 군은 통상 독도 부근에서 이지스함으로 이런 동향을 탐지하는데 비행체와 거리로 볼 때 고도 40㎞ 이하면 파악할 수 없다. 저고도 비행은 위성으로도 잡기 어렵다. 다만 극초음속 비행 때는 엄청난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조기경보위성으로는 그걸 포착했을 수도 있다.”

-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 미국 연방항공청이 서부 해안에 이례적으로 15분 정도 항공기 운항 중단 조치를 했는데.

“발사 직후에는 우리 군도 상당히 허둥지둥하는 눈치였다. 최초 8개 비행체가 파악됐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실패해서 폭발한 파편 본 거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미국의 항공기 이륙 금지도 그런 정황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정확한 탐지는 못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발사는 지난해 9월 시작해 이번까지 세 차례다. 그 사이 기술적인 변화가 있나.

“지난해 발사 때는 미사일 머리쪽 극초음속활공비행체(HGV)가 쐐기형이었다. 쐐기형은 밑이 평평한 항공기 모양이어서 항력에 비해 양력이 커 뜨는 힘이 좋다. 양항비(항력 대비 양력의 크기)를 증가시키기 위해 여러 나라에서 개발 중인 극초음속 미사일도 대부분 이런 형태다. 다만 당시에는 남북 모두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 관련 시험을 했다고 추정만 했다. 그때 속도가 마하 2, 3 정도여서 아무리 빨라도 개발에 2, 3년은 걸릴 걸로 봤다.

그런데 5일 발사에서는 원뿔형으로 바뀌었고 11일에도 같은 모양이었다. 원뿔형은 쐐기형에 비해 양력이 약하지만 제어 능력이 좋다는 장점도 있다. 원하는 방향이나 고도로 제어하면 바로 반응이 나온다. 최초 쐐기형을 시험했다가 2, 3차에서 원뿔형으로 바꾼 것은 북한이 원뿔형의 장점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일 수 있다.”

-불과 4개월 사이 세 번 발사로 극초음속 개발에 “대성공”했다는 건 과장 아닌가.

“북한이 시험한 미사일은 중국의 중단거리 극초음속 미사일인 둥펑-17과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실전 배치했다는 둥펑-17은 2014년부터 최근까지 모두 십여 차례 시험발사를 해 단계적으로 기술을 진전시켰다. 한 차례 실패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 번 만에 거의 목표에 도달했다는 북한 발표를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군사적 신뢰성이나 안정성을 확보했는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5일 발사 때 우리 군 당국은 HGV가 아니라 기동형탄두재진입체(MaRV)에 가깝다고 평가절하해 논란이 일었다.

“HGV나 MaRV 모두 하강단계에서 극초음속을 내고 변칙기동해 미사일방어망을 회피한다. HGV가 하강단계의 모든 구간에서 지속적으로 빠른 속도를 유지하면서 다수의 변칙기동을 하는 반면 MaRV는 극초음속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없고 표적 부근에서 변칙기동을 하는 정도 차이다.

군 당국은 HGV가 대개 쐐기형인데 5일 발사된 것은 양항비가 낮은 원뿔형이어서 MaRV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러시아의 아방가르드나 중국의 둥펑-17 등이 쐐기형이다. 하지만 미국이 개발 중인 C-HGB처럼 원뿔형도 있다. 바로 극초음속이라고 인정해버리면 안보적으로 상당히 도전적인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고려를 했을 수도 있다. 우리 군의 현무-2C도 비슷한 성능이고 기술력은 우리가 더 좋다는 설명 같은 것도 그런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것이다. 언급할 필요가 없었는데 괜히 북한을 자극하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불과 6일 뒤 발사를 두고는 “진전”이라고 했다.

“북한 발표를 보면 5일과 11일 발사 때 기동 방식이 달랐다. 11일에는 활공재도약을 했다고 설명했지만, 5일에는 다계단재도약이라는 표현을 썼다. 11일에는 하강 중 한 차례 풀업(다이빙과 상승) 기동만 했고 5일에는 두세 차례 풀업 기동을 시험했다고 볼 수 있다. 5일의 미사일 상승 중 최대 속도가 마하 6 정도 나왔다면 하강 단계에서 두세 차례 풀업 기동 후 속도는 마하 2, 3 정도로 줄었을 것이다.

이를 성능이 과장됐다며 극초음속이 아니라고 우리 군에서 깎아내리니까 11일에는 부스터 엔진 출력을 증가시키고 한 번만 풀업 기동을 수행하며 사거리는 1,000㎞, 선회기동 거리도 240㎞로 2배나 늘려 보여준 것으로 판단된다. 같은 미사일을 쏜 건데 추진체 조절을 통해 엔진 출력을 증가시키고 기동을 달리해 사거리 등에 차이가 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위성이나 유무인기 전송 체계를 통한 확인이 제시되지 않아 성공이냐 실패냐 단정은 어렵지만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의 성능 검증 및 최적화 중인 것은 분명하다.”

-우리 군은 이에 대한 탐지 및 요격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는데.

“궁극적으로 극초음속 미사일은 MD 체계를 무력화하기 위해 만든 무기이며 지금 MD 기술로는 방어가 거의 불가능하다. 최고 고도 50, 60㎞에 비행 고도 20~40㎞ 정도면 지구 곡률 때문에 물리적으로 탐지가 안 된다. 북한이 멀리에서 쏠 때와 실전에서 남쪽으로 미사일이 올 때는 상황이 다르지 않느냐는 사람도 있다. 물론 그렇지만 그때는 탐지를 해도 엄청난 속도로 이미 우리 표적지에 근접하여 충분한 ‘요격가능시간’과 ‘요격가능고도’를 확보하지 못해 대응이 어렵다. 일반 탄도미사일이면 궤적을 계산해 요격을 시도할 수 있지만 극초음속으로 날면서 변칙기동 하는 경우 수초에서 수십 초 이후 궤적 예측이 불가능한데 무슨 수로 잡겠나.”

-적기지 선제타격은 대처 방법이 될 수 없나.

“군에서 북한 핵미사일 대응을 위해 3축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데 그 1단계가 선제타격을 담은 킬 체인이다. 핵미사일 발사 직전 징후를 탐지 및 식별하면 선제타격해서 무력화한다는 개념인데 기술적으로는 허무맹랑하다. 선제타격이 가능하려면 가장 먼저 지상에서의 핵미사일 발사 징후를 정확히 식별해야 한다. 만약 실제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라 훈련 목적의 움직임을 공격 징후로 잘못 파악해 선제공격 한다면 효과적인 방어가 아니라 전쟁을 도발한 책임을 져야 한다.

재래식 무기라면 공격받고 반격하는 게 정석이지만 핵은 한 번 공격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낳기 때문에 이런 개념까지 나온 것은 이해하나 기술적으로 어렵다. 핵탄두와 재래식탄두 미사일은 운용 지역이 다른 점 등 차이가 있어도 실제 탄두를 정확히 구별하기란 불가능하다. 고체추진체를 쓰면 발사준비시간이 짧아 정보 파악도 어렵다. 킬 체인은 미국도 1990년대 초 검토 후 포기한 작전 개념이다.”

-극초음속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거나 성능을 ICBM급으로 올리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그러려면 핵탄두 소형화가 필수다. 공개된 북한의 핵탄두는 직경이 0.7~0.8m 정도인데 최근 시험발사한 탄두를 탑재하는 HGV는 이보다 작아 보인다. 당장 장착 가능할지 불확실하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핵탄두를 장착할 때 비로소 게임체인저가 된다.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은 추진체로 중장거리미사일인 화성-12형 엔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경우 ICBM 엔진을 사용해 대기권에 들어올 때 속도가 마하 20을 넘고 목표까지 100㎞ 이하 저고도에서 6,000~7,000㎞ 비행이 가능하다. 이처럼 미국 본토 공격이 가능한 수준이 되려면 화성-15형 엔진을 장착해야 한다. 문제는 시험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극초음속 비행궤적대로 시험비행을 하면 미국은 본토 공격으로 생각해 바로 대응할 수 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저고도 활공비행 및 변칙기동을 해야 하는데 화성-14, 15 ICBM 시험처럼 고각발사를 하면 HGV 성능을 검증할 수 없다. ICBM급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및 시험발사는 쉽지 않을 것이다.”

-북미 대화 재개가 늦어지는 데다 우리 대선을 앞둔 미묘한 시기에 미사일 발사 등 도발에 나서는 것은 정치적 의도도 있지 않을까.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서는 국방발전 5개년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해간다는 것을 대중에 보여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11일 발사 이후 미국은 제재 카드를 들고 나오고 이어 북한은 철도기동미사일 발사에다 모라토리엄 철회 검토 등 여전히 서로를 불신하는 상황이다. 다만 그동안 북한이 중장거리 미사일을 시험하지 않았던 것은 작정하고 미국을 자극하지는 않겠다는 의도도 있다. 북한은 더 이상의 도발을 자제하고 미국도 강 대 강 대응보다는 외교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김범수 논설위원
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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