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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에 대한 낙관은 장애인들의 현실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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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에 사이보그와 가장 근접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장애인이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많은 장애인이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 질병이나 건강을 관리하기 위해 휠체어나 보청기 같은 가시적인 보조기구와 정신 약물의 장기적인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기술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의 장애 상태를 점검받는 현실의 사이보그들이, 과연 대충 매체에서 묘사되는 사이보그들과 얼마나 닮았고, 또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에 대해 얘기해 보고 싶었습니다.”(김초엽)
제62회 한국출판문화상 저술·교양 부문 수상작인 ‘사이보그가 되다’(사계절)는 청각장애인인 김초엽과 지체장애인인 김원영이 자신들의 장애 경험을 바탕 삼아 인간과 기계가 어떻게 결합해야 하는지 탐구하는 책이다. 19일 오후 7시 화상(줌ㆍZoom)으로 열린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작 북 콘서트에서 두 저자는 함께 책을 쓰게 된 계기부터 책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논의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강연과 질의응답을 포함해 1시간 40분가량 진행된 이날 북 콘서트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접속한 독자를 포함해 120명이 넘는 이들이 함께했다. 셰어 타이핑을 통한 문자 통역도 제공됐다.
먼저 강연자로 나선 김초엽 작가는 이날 ‘테크노 에이블리즘’과 ‘크립 테크노사이언스’ 등 책에서 소개된 개념을 다양한 예시를 들어 소개했다. ‘장애 차별주의’ ‘비장애 중심주의’ 등으로 번역되는 테크노 에이블리즘은 기술낙관에 근거해 장애는 반드시 치료되어야 하는 상태라고 주장하는 관점이다. 김초엽 작가는 “테크노에이블리즘의 가장 큰 문제는 낙관이 현실을 가린다는 것”이라며 “장애인들에게 언젠가 너의 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완벽한 기술이 개발될 것이라 말하는 것은 오히려 장애인들의 지금 당장의 현실에는 관심을 두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초엽 작가는 “기술과학 중심에 장애인을 데려오자”는 의미를 지닌 ‘크립 테크노사이언스’에 대해선 “다양한 분야에서 장애인들이 직접 참여하는 것이 어떤 기술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책을 통해 소개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연을 한 김원영 작가는 ‘심리스’, 즉 ‘매끄러움’의 개념을 소개했다. “자동으로 문이 열리고, 자동으로 조명이 작동하고, 디자인적으로도 사용자 경험의 측면에서도 모든 것이 물 흐르듯 흘러가는” 이 같은 매끄러운 경험은 오늘날 현대 기술의 지향점이다. 김원영 작가는 “장애인은 현시점에 존재하는 기술이나 제도를 전부 동원해도 심리스한 세계에서 언제나 울퉁불퉁하고 매끄럽지 않은 존재”라고 말했다.
그러나 '엄청나게 매끄러워 보이는’ 세계는 ‘사실 매우 위태로운' 세계다. 매끄러운 세계의 바닥에는 보이진 않지만 울퉁불퉁하고 물질적인 세계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원영 작가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매끄럽지 않은 상황과 협상하며 살아가는, 매끄럽지 않은 존재와의 연결을 나의 일부로 감수할 역량"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장애인들이야말로 그러한 역량의 전문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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