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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밥 한 그릇 2만원' 대중 골프장 폭리, 말하기도 지쳤다

입력
2022.01.19 18:23
수정
2022.01.19 18:5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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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 혜택 받으며 돈벌이 혈안

골프장. 게티이미지뱅크

골프장. 게티이미지뱅크


“현재 그린피(골프장 이용료)는 주중 18만~25만 원, 주말 22만~37만 원에 달한다. 카트비 12만 원은 차량 렌트비보다 수십 배가 넘는 폭리다. 국밥 한 그릇에 2만 원, 짜장면은 1만5,000원, 막걸리 1병이 1만5,000원이 넘는다. 외부 음식물 반입 금지에다 (이미 계약한) 연단체 운영도 중지하는 등 너무 막 나가는 것 아닌가.”

지난해 11월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온 ‘골프장 갑질과 횡포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할 때’라는 제목의 청원글 내용이다. 구력 17년 된 골퍼라고 소개한 이 청원인은 “특소세 감면 등 대중제 골프장의 세제 혜택이 골프장 오너의 배만 불리는 정책으로 변질됐다”며 “골프장의 갑질은 칼만 안 들었지 강도나 다름없다”고 성토했다.



골프장 경험률

골프장 경험률


국내 골프장업계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골프 붐을 타고 2년째 유례없는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 해외 골프여행이 힘들어졌고, 장시간 야외에서 머물다 보니 다른 스포츠에 비해 상대적으로 코로나19에 안전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 틈을 노려 골프장들은 그린피와 카트비, 식음료 비용을 대폭 인상하고, 배짱 영업을 해 원성을 사고 있다. 특히 대중제 골프장들은 국내 상장기업 평균 영업이익률의 7배가 넘는 40%의 영업이익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한국레저산업연구소 등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 골프장(군 골프장 제외) 이용객 수는 4,673만 명(골프 인구 추산 514만 명)으로 1년 전보다 12.1%나 늘었다. 이용객이 늘면서 골프장 수익률도 크게 증가해 같은 해 기준 국내 골프장의 영업이익률은 사상 최고치인 31.8%(2011년 15.4%, 2016년 12.6%)였다.


골프장 영업이익률

골프장 영업이익률


특히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 대중제 골프장 영업이익률은 40.5%까지 치솟았다. 2020년 상장기업 평균 영업이익률이 5.5%인 점을 감안하면 대중제 골프장은 상장기업 대비 7배나 넘는 수익률을 기록한 셈이다.

이처럼 대중제 골프장의 영업이익률이 급증한 이유는 이용객 급증을 틈타 이용료(그린피)를 대폭 인상한 영향도 크다. 지난해 대중제 골프장 주중 이용료는 19.0% 급증했다. 이는 회원제 골프장의 비회원 대상 주중 이용료 상승률(7.4%)의 배를 훌쩍 넘는 수치다. 비난이 거세든 말든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심산이다.

대중제 골프장이 회원제와 달리 개별소비세(2만1,120원)가 면제되고, 재산세 등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을 받으면 회원제보다 훨씬 싸야 하지만 되레 대중 골프장 이용료가 회원제 골프장 이용료를 역전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회원제 비회원 평균 이용료(주중 19만1,000원, 토요일 24만1,000원)를 초과하는 대중제 골프장이 전체 234개 대중골프장(18홀 이상)의 27.4%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8년 13개소에 불과했으나 4년 새 4배 가까이 급증했다.


2020년 전국 골프장 매출 증가율

2020년 전국 골프장 매출 증가율


대중골프장들은 그린피 외에도 카트 이용료도 기존 8만~9만 원에서 12만~13만 원으로 대폭 올렸다. 일부 골프장은 평일(주중)인 금요일 오후에도 휴일(주말·공휴일)에 준하는 요금을 받는 등 돈벌이에 혈안이 돼 원성을 사고 있다. 골프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그린피가 1년 사이 2배가 됐다”, “막걸리 1통에 4만 원을 냈다” “전반 9홀 라운드 후 1시간 이상 대기했다” 등의 불만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은 "세금만 깎아주고 요금을 관리하거나 규제하지 않으니 골프장 사주들이 요금을 내리기는커녕 계속 올리게 되고 결국, 깎아준 세금이 차츰차츰 골프장 업주들 배를 불리는 데만 사용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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