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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 공모 열풍과 부동산

입력
2022.01.19 18:00
수정
2022.01.19 19:07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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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 마감일인 19일 서울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영업부에서 고객들이 상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LG에너지솔루션의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 마감일인 19일 서울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영업부에서 고객들이 상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요 며칠 잇단 한파에도 증시는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 청약 열풍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실적과 성장성을 널리 인정받은 우량기업 공모주는 투자자들에겐 배정만 받으면 짭짤한 주가 상승 차익이 사실상 보장되는 보너스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국내 증시에서 기업공개가 본격화한 1970년대 중반 이래 우량기업 공모주 청약 땐 증권사 청약창구가 장사진을 이뤘고, 청약경쟁은 과열되기 일쑤여서 중복청약 금지니, 균등배정이니 하는 제도개선이 계속됐다.

▦ 공모주 청약 열기는 당대 산업발전의 풍향계이기도 하다. 1990년대 통신이나 인터넷 포털 기업 공모주 청약만 봐도 그렇다. 2020년부터 이어진 공모주 ‘따상(신규 상장 종목이 첫 거래일에 공모가 대비 두 배에 시초가가 형성된 뒤 가격제한폭까지 올라 마감되는 일)’ 흐름을 만들었던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부터 지난해 공모주 흥행 역사를 연이어 다시 쓴 SK바이오사이언스, 카카오페이 등이 모두 정보통신기술(ICT)이나 바이오 사업에 특장을 가진 기업 공모였다.

▦ LG엔솔은 LG화학 자회사인 데다, 전기차 배터리에서 지난해 세계시장 점유율 22.2%를 기록한 글로벌 2위 기업으로서 성장성을 널리 인정받았다. 향후 중국 CATL(시장점유율 29.0%)을 제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역대급 공모주 청약 흥행이 당연한 이유다. 그럼에도 기관 수요예측에서 무려 1경5,203조 원의 주문이 몰리고, 이틀간 일반청약에서 약 114조 원(잠정치)의 청약 증거금이 쏟아져 공모주 청약에 새 역사를 쓴 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일반청약 증거금 114조 원만 해도 중위가격(약 10억8,000만 원) 서울 아파트 10만5,556채를 살 수 있는 돈이다. 일반투자자들은 LG엔솔 공모주를 설 전 ‘재난지원금’이라고 말한다. 배정 가능 물량을 감안할 때, 일반투자자 1명당 기대수익은 50만 원이 채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무려 114조 원이 단 이틀 만에 동원됐다. 막대한 돈이 이렇게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으니, 그동안 엉성한 울타리 같은 부동산 규제책만으로 투기를 잡으려던 시도가 통할 리 있었겠는가.

장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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