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9일째 이제 와서 '건물 안정화' 운운… 실종자 수색 일정 또 연기

입력
2022.01.19 19:30
구독

자문단 "건물 외부 안정화 작업 선행해야"
실종자 수색 주중 개시 일정, 내주로 미뤄져
광주시장 "정부에 중앙사고수습본부 설치 요청"

이용섭 광주시장이 19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상황 관련 등을 브리핑하고 있다. 뉴스1

이용섭 광주시장이 19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상황 관련 등을 브리핑하고 있다. 뉴스1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붕괴 현장의 실종자 수색 일정이 또 지연된다. 광주시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대책본부) 산하 전문가 자문단이 사고 건물인 201동에서 타워크레인을 해체하더라도 건물 보강 작업을 먼저 거쳐야 실종자 수색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당초 소방당국은 이달 21일 타워크레인 해체를 마치는 대로 남은 실종자 5명이 매몰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 고층부 수색에 돌입한다는 계획이었다. 대책본부의 수색·구조 계획 혼선이 거듭되자 이용섭 광주시장은 정부 차원에서 중앙사고수습대책본부를 설치해줄 것을 요청했다.

자문단장인 박홍근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19일 전문가 회의를 마친 뒤 "가장 문제가 되는 (잔존) 외벽과 타워크레인에 대한 안정화가 선행돼야 실종자 수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 단장은 "타워크레인 해체는 (예정대로) 21일까지 하되, 주말에 건물 외부 안정화를 위한 보강 작업을 하고 다음 주 초 실종자 수색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건물 외부 안정화'라는 절차를 새로 언급한 것인데, 이를 두고 대책본부가 사고 발생 9일이 지나도록 수색 계획은커녕 건물 안정화 로드맵조차 마련하지 못했음을 자인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까지 완료한다던 타워크레인 와이어 보강 작업도 하루 늦춰졌다.

사고 수습 일정이 번복된 건 처음이 아니다. 당초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타워크레인 보강과 해체를 동시 진행해 지난 16일까지 건물 안정화 작업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현장 기술자가 작업 환경의 안전성 문제를 들어 작업중지권을 행사하면서 해체 완료 예정일은 21일로 닷새 연기됐다. 이 과정에서 현장 기술자나 노조(전국타워크레인설·해체노동조합)가 대책본부가 제시하는 계획을 거부하는 일이 수차례 있었다고 한다.

국내 건축물 안전 분야 전문가 19명으로 구성된 자문단이 교수 및 연구원(8명) 위주로 편중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건축구조 전문가는 "실종자 구조를 빨리 하기 위한 회의체인데 실무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며 "현실적 대안이 나올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은 일정 번복에 강하게 항의했다. 이들은 브리핑을 위해 천막을 찾은 현대산업개발과 소방당국 관계자들에게 "맨날 회의만 하고 언제 수색을 하느냐" "결과를 가져오라"며 질타했다. 실종자 가족협의회 대표인 안모(45)씨는 취재진에게 "광주광역시·서구청·현대산업개발이 모두 한통속"이라며 "정부가 특별팀을 만들어 사태를 해결하길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용섭 시장은 이날 현장브리핑에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재정 능력만으론 조기 수습에 한계가 있다"며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요청이 늦은 것 아니냐'는 질문엔 "늦었다고 할 때가 빠른 것"이라며 "그때 그때 필요한 게 있을 때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답했다.

광주= 김도형 기자
광주= 나주예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