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억울" 故 김문기 편지…초과이익 환수 제안, 회사 외면 정황

입력
2022.01.19 16: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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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께 드리는 호소의 글' 2장 분량 자필 초안
배임 핵심 초과이익 환수조항 "제안 반영 안 돼"
"내가 불법행위한 것처럼 여론몰이, 검찰조사"
"법률지원 없이 외면… 회사 원망스럽다" 토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숨진 채 발견된 지난달 21일 경찰이 경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사무실 현장 감식 등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숨진 채 발견된 지난달 21일 경찰이 경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사무실 현장 감식 등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생전에 작성한 편지가 19일 공개됐다. 편지에는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추가할 것을 수차례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과 검찰 조사와 관련한 회사의 법률지원이 전무했던 점에 대한 원망과 억울함이 담겼다.

김 처장 유족은 지난달 21일 그가 숨지기 전 성남도시공사 사장을 상대로 썼던 편지를 이날 공개했다. '사장님께 드리는 호소의 글'이란 제목의 편지는 공책 2장에 자필로 쓴 것으로, 성남도시공사 사장에게 메일로 옮겨 보내기 위해 작성한 초안으로 보인다. 곳곳에 줄을 긋고 수정한 기록 등 고민의 흔적도 뚜렷했다.

김 처장은 편지에서 "대장동 관련 사업에 대해 일선 부서장으로서 최선을 다했는데도 금번과 같은 일들이 발생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지난주 10월 6, 7일 참고인 조사를 받고 13일 세 번째 조사를 받았으나, 회사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갖거나 지원해주는 동료들이 없다"고 운을 뗐다.

그는 "너무나 억울하다"며 "회사에서 정해준 기준을 넘어 초과이익 부분 삽입을 세 차례나 제안했는데도 반영되지 않았고, 당시 임원들은 공모지원서 기준과 입찰계획서 기준대로 의사결정을 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 결정기준대로 지난 3월까지 최선을 다했는데 마치 제가 지시를 받고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처럼 여론몰이가 되고, 검찰 조사도 그렇게 돼가는 느낌"이라고 썼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관련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해 10월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관련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해 10월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처장은 회사에 기여한 점을 언급하며 변호사 선임 필요성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아무런 불법 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는데도 회사 일로 조사받는 저에게 어떤 관심이나 법률지원도 없고, 마치 제 개인 일인 것처럼 외면하는 회사가 너무나 원망스럽다"고 적었다. 김 처장은 변호사 없이 홀로 수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다.

김 처장은 "저는 대장동 일을 하면서 유동규 BBJ(본부장)나 정민용 팀장으로부터 어떠한 지시나 압력, 부당한 요구를 받은 적이 없다"며 "오히려 민간사업자들에게 맞서며 우리 회사의 이익을 대변하려고 노력했고, 그들로부터 뇌물이나 특혜를 받은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 처장은 다만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삭제하거나 지시한 사람이 누군지, 성남시 윗선과의 연관성에 대해선 쓰지 않았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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