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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화천대유에 5억 입금... 초기부터 사업 깊숙이 관여 [‘대장동’ 정영학 녹취록 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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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전 특별검사(특검)가 화천대유가 대장동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대주주인 김만배(56)씨에게 5억 원을 건넨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김씨가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54) 회계사와 주고받은 대화 녹취록과 이를 바탕으로 한 검찰 수사로 확인됐다.
김씨는 녹취록에서 박 전 특검과 대장동 사업 분양대행사 대표 이기성씨 사이의 관계에 대해 자세히 언급했다. 그는 박 전 특검에게 지급해야 할 금전 문제 및 박 전 특검과 대장동 사업자 간의 돈독한 관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19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김만배·정영학 대화 녹취록'에는 박 전 특검 이름이 '박영수 고검장'으로 불리며 여러 차례 등장한다. 박 전 특검이 2009년 서울고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났다는 걸 감안하면, 김씨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박 전 특검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2020년 4월 4일 대화를 보면, 김씨는 박 전 특검 인척인 이기성씨에게 지급하기로 한 돈 문제를 꺼내면서 박 전 특검을 입에 올리기 시작한다. 그는 "우리 법인 만들 때 돈 들어온 것도 박영수 고검장 통해서 들어온 돈"이라며 "(이)기성이 통장에. 그것은 해줘야 돼. 무슨 말인지 알겠지?"라고 정 회계사에게 말했다. 화천대유 설립 당시 유입됐던 초기 자금 중 일부가 박 전 특검을 통해 들어왔다는 설명으로, 정 회계사는 이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잘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김만배씨가 녹취록에서 언급한 '돈의 흐름'은 검찰 수사를 통해서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본보 취재 결과, 검찰은 2015년 4월 3일 박 전 특검 계좌에서 김씨 계좌로 5억 원이 흘러들어간 사실을 파악하고, 정확한 거래 이유를 살펴보고 있다. 박 전 특검이 5억 원 투자를 포함해 대장동 사업에 초기부터 깊숙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박 전 특검이 김씨에게 5억 원을 입금한 시점도 눈길을 끈다. 화천대유는 2015년 3월 27일 대장동 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성남도시개발공사와 사업협약 체결을 앞두고 있었다. 박 전 특검은 사업자 선정 1주일 뒤에 돈을 이체했다.
검찰은 박 전 특검 계좌에서 흘러나온 돈이 화천대유의 사업협약이행보증금으로 사용됐는지 살펴보고 있다. 대장동 사업 시행사인 '성남의뜰 컨소시엄'은 총사업비에서 공사비를 제외한 나머지 비용의 1%를 성남도시공사에 사업협약이행보증금으로 납부했다. 검찰은 화천대유가 납부한 이행보증금 72억3,900만 원 가운데 5억 원이 박 전 특검 통장에서 나온 돈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검찰은 김씨에게 건너간 5억 원이 박 전 특검 돈이라면, 천화동인 주주명부에 올라가지 않은 박 전 특검이 다른 방식으로 투자 수익을 보장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만배씨는 그러나 검찰에서 "박 전 특검 계좌에서 들어온 돈은 박 전 특검 인척인 이기성씨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기성씨 역시 검찰에서 자신의 돈을 박 전 특검을 통해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두 사람 모두 박 전 특검의 대장동 사업 직접 투자 사실을 부인한 것이다. 다만 김씨는 돈을 모두 갚았다고 주장한 반면, 이씨는 돌려받지 못했다며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만배·정영학 녹취록'에는 김씨가 박 전 특검 측에게 돈을 건네는 방법을 두고 정 회계사와 논의하는 내용도 담겼다. 김씨는 2020년 7월 2일 정 회계사에게 "(이기성이) 나한테 ○○(박 전 특검 딸)이에게 돈 50억 주는 거를 자기(이기성)를 달래. ○○이를 차려 주겠대"라고 말했다.
김만배씨는 그러면서 "내가 ○○이를 50억 정도 줄 생각을 하는데"라고 이기성씨에게 말했다는 점을 정 회계사에게 설명했다. 녹취록에 등장하는 박 전 특검 딸은 지난해 6월 화천대유가 보유한 아파트를 시세의 절반 가격에 분양받아 논란이 됐다. 검찰은 아파트 분양이 박 전 특검을 의식한 '대가성 있는 뇌물'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김씨는 2014년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박 전 특검과 대장동 사업자 간의 인연도 털어놨다. 정 회계사와의 2020년 6월 17일 대화를 보면 "(돈 요구) 이제 그만해. 이번에 (협박)하면 진짜로 니네 형(박 전 특검) 변호사 회장 나올 때서부터 그런 것까지 다 나오면 어떻게 해. 남욱이가 돈이 어딨어. 다 그 돈으로 넣은 거지. 이러면 다 죽는다"라고 이기성씨에게 주의를 줬다는 식으로 말했다.
박 전 특검은 이에 대해 자신은 대장동 관련 의혹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는 이기성씨에 대해선 "촌수를 계산하기 어려운 먼 친척"이라며 거리를 두고 있고, 김만배씨와 이기성씨 관계에 대해서도 "두 사람 거래에 관여한 사실이 없어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전 특검 측은 녹취록 내용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본보 질의에 "대장동 사업 관련자 그 누구로부터도 금원을 받기로 약속한 사실도 없고, 받을 이유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며 "(5억원 투자 의혹과 관련해선) 검찰 조사에서 사실대로 자세히 설명했고 어떤 범죄 혐의와도 무관함이 확인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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