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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정치에 이용당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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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지방선거에서 30대 초반 여성이 구의원에 당선되자 이런저런 말이 많았다. 한마디로 아무나 구의원이 되냐는 것이었다. 그 구의원의 경력은 대학 동아리 회장이 전부였다. 나는 그 얘기를 듣고 생각했다. 그게 뭐 어때서? 학생회와 동아리, 창업 활동 등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실천력으로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던 씩씩하고 멋진 제자들이 겹쳐서 떠올랐다. 오히려 묻고 싶었다. 그 많던 씩씩한 대학생들은 다 어디로 갔나?
청년 정치의 또 다른 지형을 볼 수 있는 것은 이른바 '이대남' 현상이다. 진보의 상징이던 청년들은 오랜 일자리 부족의 시대를 거치며 힘없고 외로운 존재가 되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정서를 자극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극우 포퓰리즘의 표적이 되고 말았다. 그런가 하면, 연초 유력 대선후보의 선대위 리스크와 맞물려, '이대남'의 떠난 마음을 잡는다며, 녹색운동과 페미니즘을 기치로 활동해온 청년정치가가 하루 아침에 버려지는 일이 있었다. 애초에 당사자의 선택이 옳았든 틀렸든 간에 젊음을 태워 일했을 청년정치가가 기성정치와의 잘못된 만남으로 처참히 소비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사회혁신가를 길러 내는 일을 해오면서, 기성 정당들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회혁신가들을 이런저런 행사에 초대하고, 정치적 러브콜까지 보낸다는 소식을 간혹 접한다. 이들이 의견을 물어오면 난 조심스럽게 말한다. 사회혁신가는 우리 사회의 소중한 자산인데, 자칫 이용당할 수 있으니까 가능하면 멀리하라고.
사실 사회혁신가들은 지역사회 안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그들은 정치를 통해 더 큰일을 해낼 수도 있다. 정치활동 참여는 각자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스스로 정할 일이겠지만, 적어도 소중한 청년정치인을 기성정치가 이렇듯 막 대하는 환경에서라면 사회혁신가들 스스로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청년의 정치 참여는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처럼 청년들이 이전 세대가 만들어 놓은 성실한 노동과 소비사회의 부속품으로 길들여진다면, 청년들에게 미래는 없다. 청년들은 기성 세대가 만들어 놓은 체제 속에서 무한경쟁을 당연시하고, 형식적 공정성과 같은 지엽적인 원칙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정치적 각성을 통해 이와 같은 현실을 구조적으로 바꾸어 내야 한다.
그렇다면 청년들이 자신을 지키면서 정치에 참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청년운동을 통해 집단적 목소리를 내고 구조적인 변화를 추구하며, 이에 대해 정치권이 응답하도록 만드는 것이 첫걸음일 것이다. 청년운동 속에서 정치적 자산을 쌓고, 청년들에게 지지를 받는 정치가가 된다면, 기성정치가 그를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다.
또 다른 방향은 사회혁신가가 되어 보는 것이다. 대학 시절부터 지역문제와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해결방안을 찾고 노력했던 청년이라면, 졸업할 때 그 모든 것을 접고 공무원시험이나 취업시험을 위해 노량진 고시촌으로 가려고 하기보다는, 지역을 살리기 위해 지자체들이 활발하게 진행하는 다양한 지역혁신 프로그램들에 참여해보는 게 어떨까. 청년들이 기성정치가 베푸는 시혜가 아닌 생활정치로, 시민운동으로, 마을 살리기와 지역혁신의 현장 활동가로 일하고, 또 그것이 정치적 자산이 되어 구의원, 시의원이 되고, 국회의원이 되는 모습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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