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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층까지 올라가보니, 콘크리트 하중 떠받칠 '동바리'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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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것은 단지 고층 구조물만이 아니었다.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붕괴사고 발생 후 일주일 이상 지나면서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의 공사 관리 시스템 자체가 부실했던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사고 지점인 건물 고층부를 전문가들이 직접 확인한 결과 콘크리트 타설 작업 때 하층부 슬래브(slab·콘크리트 구조물)의 지지력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설치해야 할 동바리(비계기둥)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또 각 층에 타설되는 콘크리트의 품질 검사를 위해 콘크리트 덩어리 형태로 만들어 보관하는 공시체(供試體) 또한 붕괴 진원인 39층에선 제작되지 않았다.
건설업계에선 "감리 등 공사 관계자 중 한 명만이라도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있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이번 사고가 불량 자재-부실 시공-사후관리 소홀로 이어진 총체적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붕괴가 일어난 201동 39층의 콘크리트 타설 당시 바로 아래층인 PIT층(설비와 배관이 지나가는 층)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콘크리트 하중을 받쳐줄 지지대는 이미 제거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 1시간여 동안 201동 지하부터 39층 옥상까지 건물 전체를 점검한 사고수습대책본부 전문가 자문단은 공통적으로 "사람이 다닐 수 있는 모든 층에서 건물을 지탱해주는 지지대는 없었다"고 말했다. 자문단장인 박홍근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39층 바로 아래 PIT층엔 동바리가 촘촘하게 배치돼 있었지만, 타설 콘크리트 무게를 집중적으로 받는 38층 이하 모든 층엔 동바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송창영 광주대 건축학부 교수는 "PIT층의 높이는 배관이 지나갈 정도인 1.5m 정도에 불과하다"며 "39층에서 타설한 콘크리트 무게는 PIT층 아래층인 38층 천장으로 그대로 전달되지만 38층 천장을 떠받쳐줄 동바리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의 콘크리트공사 표준시방서 중 거푸집 및 동바리 시공 규정에 따르면 고층 건물을 시공할 땐 최소 3개 층에 걸쳐 동바리를 설치해야 한다. 사고 현장에서 이 규정이 준수됐다면 39층 타설 작업을 할 땐 36~38층 동바리는 그대로 유지됐어야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동바리가 해체된 38층에 가해진 콘크리트 하중은 400톤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붕괴사고에 앞서 평평한 바닥층이 움푹 패이는 등 이상 징후가 여러 차례 나타났는데도 동바리 보강이 뒤따르지 않는 등 현장관리자와 감리업체의 사후관리 역시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지난 14일 현장사무소 등을 압수수색해 콘크리트 압축강도 시험에 쓰이는 공시체 27개를 확보했으나, 사고 당일 타설 작업이 이뤄진 39층 공시체는 확보하지 못했다. 당시 경찰이 압수한 공시체는 22층, 37층, 38층 타설용뿐이다. 압수수색이 동시에 이뤄진 현장사무소 인근 시험실에서도 사고 당일 만들어진 공시체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레미콘이 공사 현장에 납품되면 시공사 측 품질관리자가 레미콘 회사 직원과 감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콘크리트 반죽 온도, 시공 당일 기후 등을 확인한 뒤 시료를 채취해 공시체를 만들고 기록에 남긴다. 이렇게 제조된 공시체는 공사 현장 시험실과 타설 현장에 각각 보관하면서 기후에 따른 압축강도 등 품질 변화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게 된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사고 당시 콘크리트 공시체의 부재는 시공사와 감리 등의 품질관리 및 검사 부실의 증거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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