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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 열풍에 가계빚 또 출렁 조짐...'총량 규제' 어길라 속 타는 은행

입력
2022.01.18 22:0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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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IPO 때마다 신용대출 급증
총량 규제 속 다른 상품 영향받을 수도
당국 대응 못 미더운 금융사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공모주 청약이 시작된 18일 서울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영업부 앞에 관련 안내문이 놓여 있다. 이한호 기자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공모주 청약이 시작된 18일 서울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영업부 앞에 관련 안내문이 놓여 있다. 이한호 기자

'IPO(기업공개) 대어'가 등장할 때마다 출렁였던 가계부채가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공모주 청약 과정에서도 재연될 조짐이다. 공모주를 한 주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금융권 빚을 지고 증거금을 많이 내려는 투자자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총량을 엄격히 관리해야 하는 금융권은 이런 공모주 열풍이 부담스럽다. 필요 이상으로 돈을 빌리는 공모주 투자가 늘면 자칫 다른 대출 상품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다.

공모주 노린 대출, LG엔솔 증거금 100조 전망

18일 증권가에 따르면 이날부터 이틀 동안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LG엔솔 공모주 청약 증거금은 역대 최대인 100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 4월 말 증거금 81조 원을 쓸어모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공모주는 별다른 투자 기법이 필요하지 않고 상장 직후 상한가를 치면 단기 차익도 낼 수 있어 국민 투자 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너도나도 공모주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청약시기가 되면 가계부채도 덩달아 요동치고 있다. 공모주를 더 받기 위해 본인 자금뿐 아니라 신용대출을 받아 증거금으로 쓰는 사람이 늘고 있어서다.

대형 IPO가 등장할 때마다 금융권 대출이 크게 늘었다가 줄어드는 등 가계부채 관리에 혼란을 주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대형 IPO가 등장할 때마다 금융권 대출이 크게 늘었다가 줄어드는 등 가계부채 관리에 혼란을 주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물론 공모주 청약을 노린 대출 증가가 장기적으로 가계부채 규모를 키우진 않는다. 공모주 청약에 실패한 투자자 대부분은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증거금을 반환받아 대출금을 갚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출이 단기간에 급격히 늘었다가 줄면서 가계부채 관리에 혼란을 일으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신용대출이 대부분인 기타대출은 SKIET가 공모주를 청약한 지난해 4월 11조8,000억 원 증가했다가 증거금 반환으로 한 달 만에 5조5,000억 원 감소하기도 했다.

금융권 "IPO 관련 대출, 총량 관리에 부담"

금융당국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9월 "IPO 시장 과열은 가계부채 차원에서 걱정되는데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발언한 것 역시 이런 인식의 연장선이다.

실제 금융당국은 "월 말 공모주 청약을 자제해 달라"고 금융투자업계에 요청하기도 했다. 초·중순에 공모주 청약을 하면 증거금 반환도 해당 월에 이뤄져 월별로 집계하는 가계부채 숫자가 크게 변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는 21일 증거금을 돌려주는 LG엔솔은 사실상 그 첫 사례다.

하지만 올해부터 가계부채 총량 규제로 분기별 대출 한도를 제한받는 금융권은 금융당국의 이런 대처가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대처라고 비판하고 있다.

월별 가계대출 규모야 큰 변화가 없겠지만, 분기 말에 공모주 청약 목적의 신용대출이 크게 늘어나, 가계대출 한도를 꽉 채울 수 있어서다. 이 경우 은행은 다른 대출 상품 판매 중단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분기 초에 하는 LG엔솔 공모주 청약은 사실 총량 규제에 큰 영향이 없지만 분기 말에 거액의 자금이 빠졌다가 들어오는 IPO 관련 대출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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