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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연쇄 도발 진짜 뒷배는 '미중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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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연초부터 거침없이 무력도발을 감행하는 배경은 뭘까. 심각한 경제난에 당장의 실익도 없는데, 나흘에 한 번꼴로 미사일을 쏘아 올린 데는 분명 믿는 구석이 있을 법하다. 정부와 안보전문가들은 ‘미중 갈등’을 북한의 자신감 원천으로 꼽고 있다.
이제는 상수가 돼버린 미국과 중국의 대립으로 북한만큼이나 우군이 없는 중국이 김정은 정권의 몸값을 높이 쳐주기 시작했고, 반대급부로 고강도 군사행동을 묵인하고 있다는 논리다. 이렇게 얽히고설킨 한반도 정세 탓에 정부도 여러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대응 방안을 짜야 하는 난제에 부닥쳤다.
19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은 ‘미중 갈등→북중 밀착→북한 도발’로 이어지는 도식이 굳어졌다고 전했다. 갈등이 커질수록 밀착의 농도는 짙어지고 도발 횟수도 잦아지는, 파급력이 배가되는 구조다. 실제 중국은 내달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을 코앞에 두고도 축제에 찬물을 끼얹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사실상 용인하는 분위기다. 중국 외교부는 17일 “한반도 정세가 오늘에 이르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면서 북한의 도발 책임을 미국에 떠넘겼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한 2018년 이후 ‘한미 대 북중’의 대결 구도가 한층 선명해졌다고 진단한다. 특히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양측의 전선이 이념, 인권, 안보 등 전방위로 확대돼 북중의 밀착 유인은 더 많아졌다. 중국은 전략적 ‘완충지대’로, 북한은 제재를 무력화하고 존재감을 키우는, 든든한 ‘뒷배’로 상대를 이용하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해 9월 방한 일정 중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 했는데도, “다른 나라들도 군사행동을 하고 있다”며 외려 북한을 옹호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런 이유로 미국이 18일(현지시간) 북한 미사일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를 재차 요청했지만, 추가 제재나 공동성명 도출 가능성을 낮게 점친다. 중국은 안보리 결의에 비토권을 갖고 있는 데다, 낮은 단계 대응인 의장성명이나 언론성명을 내려 해도 15개 안보리 이사국 전부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중국이 최근 북중 화물열차 운행 재개 사실을 직접 확인한 것을 두고도 “미국의 제재 기조에 간접적으로 반대를 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 외교 소식통은 “2018년 이후로는 북한이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지 않는 한 안보리 차원의 합의가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북한이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 쏘지 않는다면 중국의 비호 아래 얼마든 ‘상시 도발’ 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올림픽 변수는 사라졌지만, 아직 국면 반전의 계기는 남아 있다. 청와대가 이달 말 개최로 가능성을 열어 둔 ‘한중 화상 정상회담’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베이징 올림픽에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이느냐에 따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북한의 도발 자제를 설득해 달라고 요청할 여지도 생기는 셈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당사자 북한의 생각이다. 무력을 수단 삼아 미국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겠다는 지금의 셈법으로는 당분간 대화 테이블을 꾸리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신종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입장에선 올림픽 개최 전인 1월을 중국 지지를 받으며 미국의 관심을 끌 마지막 기회로 볼 것”이라며 “정부도 종전선언 등 실질적 성과를 내기가 어려워졌다고 포기하지 말고 대화를 위한 대화라도 시도해야 관계 개선을 탐색할 명분이 축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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