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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지지율 들었다 놨다 하는 '이남자'… 전략적 선택의 끝은?

입력
2022.01.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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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에서 열린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 대회 개막전을 이준석 대표와 함께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에서 열린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 대회 개막전을 이준석 대표와 함께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남자(20대 남성)'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지지율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어긋나거나 윤 후보의 리스크가 노출되면 재빨리 지지를 거둬들였다가, 이해관계에 맞는 어젠다를 발표하면 손을 내미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 윤 후보 지지율 반등을 20대 남성이 주도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윤 후보가 청년들을 겨냥한 '진짜 공약'을 여전히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20대 남성의 마음을 온전히 차지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들은 언제든지 전략적으로 다른 후보를 선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남자, 윤석열 지지율 반등 배경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는 지지율 하락 국면을 완연하게 벗어났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조사 결과, 윤 후보 지지율은 35.2%(7, 8일 조사)→41.4%(14, 15일 조사)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남성에선 35.3%→45.9%로 큰 폭으로 지지율이 상승한 반면, 여성에선 35.2%→37.0%로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세대별로는 20대(15.4%포인트)가 상승 폭이 가장 컸고, 60대(6.9%포인트 상승), 30대(6.4%포인트 상승) 순이었다.

이를 감안하면, 윤 후보 지지율 상승을 추동하는 것은 2030세대 가운데 '20대 남성'으로 추론된다. 리얼미터·오마이뉴스 여론조사 결과, 20대 남성 지지율은 1월 1주 24.8%→1월 2주 58.1%로 2배 이상 급등한 반면, 20대 여성 지지율은 27.1%→28.2%로 변동이 없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20대 남성만큼 드라마틱하게 지지율이 출렁이는 세대가 없다"며 "윤 후보의 상승세를 20대 남성이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 약점 찾다가 '여가부 폐지'에 호응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8일 서울 강남구 한 실내 피트니스 센터를 방문해 실내체육시설 종사자들과 간담회를 마치고 직접 운동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8일 서울 강남구 한 실내 피트니스 센터를 방문해 실내체육시설 종사자들과 간담회를 마치고 직접 운동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윤 후보와 20대 남성의 관계는 독특하다. 정치 입문 후 윤 후보가 지지층 가운데 가장 불화했던 게 20대 남성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당시 20대 남성은 주로 윤 후보와 경쟁했던 홍준표 의원을 지지했다. 윤 후보의 손바닥에 적힌 '왕(王) 자'를 가장 먼저 포착하고, '개 사과' 사진을 찾아낸 것은 20대 남성이 중심으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였다. "1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 "집이 없어 (청약통장을) 만들어보지 못했다" 등 윤 후보의 실언에도 비판적으로 대응했다. 윤 후보의 자질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20대 남성을 중심으로 '후보 교체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최근까지도 20대 남성이 윤 후보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은 이유였다. 실제 리얼미터·오마이뉴스 조사의 20대 남성 지지율을 보면, 44.3%(12월 1주)→39.0%(12월 4주)→25.0%(12월 5주)→24.8%(1월 1주)→58.1%(1월 2주)로 꾸준히 하락하다가 최근 들어 크게 반등한 모습이다.

반등 배경에는 최근 '여성가족부 폐지' '병사 월급 200만 원' 등의 공약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많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은 "20대 남성은 한국 정치에서 수년간 관심을 받지 못하던 계층"이라면서 "본인들이 사회 어젠다로 지속적으로 띄운 '안티 페미니즘' 이슈에 윤 후보가 호응하는 순간 '인정 투쟁'에 성공했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이민자 혐오를 무기로 백인 노동계층의 분노 심리를 파고든 것과 유사하다.

윤석열·이남자, 아직은 '불안한 동거'

윤 후보가 최근 20대 남성의 호응을 끌어내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아직까지 이들을 '집토끼'라고 보지 않는다. 언제든 떠날 수 있는 만큼 20대 남성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미투 폄훼' 발언이 공개됐음에도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적극 사과하지 않는 것도 미투에 부정적인 20대 남성을 감안한 측면이 크다.

20대 남성이 대선 투표장까지 윤 후보에 대한 지지를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이달 7~9일 실시된 한국리서치·KBS의 2030대 대상 여론조사에 결과, 20대 남성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은 분야는 일자리(35.4%), 주거(34.4%), 성별 갈등(15.0%) 순이었다. 윤 후보가 성별 갈등을 활용해 20대 남성의 지지를 결집했지만, 일자리나 주거 문제에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아서다. 20대 남성은 각종 이슈에 대해 이해관계에 따라 '게임하듯' 속전속결로 대응하고 있는 만큼, 자신들의 불만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다른 후보를 찾아나설 수 있다.

정 위원은 "윤 후보가 스스로 '안티 페미니즘'으로 선거 의제를 제한하면 청년세대 전체로 지지율 확장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엄 소장도 "청년들이 바라는 일자리·부동산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면서 더 큰 담론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4·7 재·보궐선거 때처럼 2030세대가 투표장에 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리얼미터, 한국리서치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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