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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는 '진실 의무'를 지키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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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영화지만 지금 봐도 재미있는 '라이어 라이어(Liar Liar, 1997)'라는 코미디 영화가 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플래처(짐 캐리 분)는 소송에서 이기기 위해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변호사다. 약속도 안 지키고 계속 거짓으로 변명만 하는 플래처에게 실망한 아들 맥스는 아빠가 단 하루 만이라도 거짓말을 하지 말게 해 달라고 소원을 빌고 신기하게도 맥스의 소원이 이루어진다. 그 다음날부터 플래처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진실만을 말하게 되고 이로 인해 곳곳에서 곤욕을 치른다. 거액의 위자료가 걸린 이혼소송법정에서 플래처는 자신이 대리하는 바람난 여인을 가련한 피해자로 포장하려 하지만 거짓말을 하려 해도 입이 떨어지지 않고 결국 플래처는 재판을 망칠 위기에 놓인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의 직업을 변호사로 상정했듯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변호사는 거짓과 궤변에 능한 부정직한 직업인으로 폄하되곤 한다. 미드를 보면 미국 변호사들은 거짓과 음모에 능한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 미국 변호사들은 진실에 반하는 내용을 진술하거나 주장하는 일이 없도록 극히 조심한다. 물론 사실관계를 자신의 의뢰인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거나 의뢰인에게 유리한 법리를 관철시키려는 노력은 더할 나위 없이 치열하지만 객관적인 사실관계에 반하는 주장을 하거나 엄연한 사실을 부정하는 행동은 윤리위반으로 제재를 받고, 소송을 패소위험에 빠뜨리는 매우 위험한 행동으로 여긴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대체로 쌍방이 공통된 인식을 하는 가운데 공방이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히려 우리 법정에서는 사실에 반하는 거짓주장을 하거나 엄연한 진실을 부인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아니면 말고 식의 주장, 뻔한 사실도 잡아떼는 행동이 의뢰인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명분하에 서슴지 않게 이루어지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대한변협이 제정한 변호사 윤리규약은 변호사 윤리의 기본원칙 중 하나로 변호사의 ‘진실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며, 변호사가 재판절차에서 의도적으로 허위 사실에 관한 주장을 하거나 허위증거를 제출하는 것, 증인에게 허위의 진술을 교사하거나 유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윤리규약 제36조). 하지만 변호사 징계사례를 보면 광고규정 위반이나, 음주운전 등 품위유지의무위반, 의뢰인에 대한 성실의무위반, 수임제한 위반 등이 대부분이고 진실의무위반으로 징계를 받은 사례는 찾아볼 수가 없다. 법원이 진실의무를 위반한 변호사를 제재하는 일은 더더욱 없다.
당사자들 사이의 분쟁을 공정하게 해결하는 것의 출발은 사실관계를 제대로 드러내는 것에 있는데 여기서는 사실관계를 제일 잘 아는 당사자들, 그리고 그들을 대리하는 변호사들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재판은 정의의 실현을 책무로 하는 국가의 인적·물적 자원을 이용하는 공적 절차이기에 당사자들과 변호사들은 재판과정에서 진실을 드러낼 의무, 그리고 진실을 은폐하지도 말아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따라서 변호사가 진실의무를 위반할 경우 변호사협회나 법원으로부터 엄중한 제재가 따라야 한다.
영화에서 더 이상 거짓 주장을 하지 못하게 된 플래처는 궁지에 몰리자 의뢰인이 혼인계약을 체결할 당시 미성년이었으므로 그 효력을 부인할 수 있다는 논리를 극적으로 찾아내어 재판을 승소로 이끈다. 거짓과 편법을 막아야 오히려 변호사들의 진짜 실력이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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