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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대남은 이대남을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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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안티페미니즘, 세계가 주목하는 현상
이대남 남성마이너리티 정체성 배경 봐야
청년기회를 빼앗는 기성세대도 자성해야
OECD 국가 중 남녀의 임금격차가 가장 큰 나라, 국회의원 중 여성이 20%를 밑돌고 상장사 임원 중 여성이 5.2%에 불과한 나라에서 안티페미니즘을 외치다니. 이 기이한 현상을 외신이 놓칠 리 없다. 새해 벽두에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새로운 정치적 외침'이라는 제목으로 이를 보도했다. '페미니스트는 사회악'이라 말하는 신남성연대의 배인규 대표를 인터뷰했고, 그 대척점에 서 있는 해일 김주희 대표의 발언도 실었다. 기사의 전체적 논조는 안티페미니즘에 비판적이다. 양궁 선수 안산을 공격하는 등의 여성혐오 행동들을 열거하고 있다. 강간죄로 무고를 당해 8개월간 옥살이를 한 남성의 이야기도 언급했지만 그런 사례는 제한적이라 보았다.
기사가 소개한 극단적인 사례들만 보면 마음이 불편하다. 그래도 세계적 정론지답게 공신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려고 한다. 기사는 작년 5월 말 한국일보와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근거해 20대 남성, 소위 '이대남'의 피해의식이 널리 퍼져 있음을 보고한다.
작년 6월 16일자 본보(한국일보 : 포커스 취재 > 대선 D-9개월, 젠더·계층을 본다 (hankookilbo.com)에 소개된 그 여론조사에서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각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20대 여성 84%가, 30대 여성 83%가 동의한 반면 20대 남성 중 62%, 30대 남성 중 52%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남녀 사이에 큰 관점 차이가 있긴 하지만 남성의 세대 간 차이는 일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40대 남성의 더 큰 비율(43%)이 30대 남성에 비해 여성 차별이 심각하지 않다고 답했고, 50대와 60대 남성은 절반 정도가 그에 동의했다. 한편 남성에 대한 차별이 심각한가라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 50~60대 남성은 절반이 되지 않았고 40대만 해도 절반을 조금 넘을 정도였다. 그에 대한 여성의 응답(33~54%)은 세대와 무관했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20대 남성의 79%, 30대 남성의 70%가 남성 차별이 심각하다고 답했다는 사실이다. 여러 다른 문항들을 거쳐 이 여론조사는 20대 남성의 의식에 특이한 점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 여론조사를 주도한 한국리서치의 정한울 전문위원은 2019년에 시사인 천관율 기자와 함께 '20대 남자'라는 연구서를 출간했다. 이 연구는 거의 60%에 달하는 이대남이 페미니즘에 비호감도를 보이고, 특히 26%는 매우 강한 안티페미니즘의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에게서 남성 마이너리티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20대 남자'의 저자들은 이러한 이대남의 의식이 무엇에 기인하는지는 추후의 연구 과제로 남겨두었다. 저서 'K-를 생각한다'로 유명한 20대 논객 임명묵은 젠더 갈등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문화적 정체성을 둘러싼 투쟁으로서 사회경제적 요인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그러나 그 역시 산업구조와 노동시장의 변동에 따른 경쟁의 격화라는 배경을 도외시하는 것은 아니다. '20대 남자'에서는 자기가 낸 국민연금을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20대에 지배적이며 특히 남성 마이너리티 정체성을 가진 이대남들에게서는 압도적임을 보여주었다.
한국은 청년의 성평등 의식이 60대보다 낮은 유일한 나라라는 미국 퓨리서치센터의 조사도 인용된다. 여성에게 잘못한다는 말을 들어왔고 실제로 잘못해온 육대남이, 여성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어본 적이 없다는 이대남에 비해 성평등 의식이 높다는 것은 아이러니이다. 경제성장이 부여한 기회를 실컷 누리고 여전히 길을 비켜주지 않는 자기 세대의 모습을 돌아보지 않는 육대남이 이대남의 의식과 그것의 표출을 단지 병리적 현상으로 치부한다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틀딱꼰대'의 횡포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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