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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장은 처음"… 전문가 19명도 혀 내두른 광주 붕괴 사고

입력
2022.01.18 04:1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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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회의 열었지만 뚜렷한 해법 못 내
타워크레인은 '매우 위험' 정도만 공감대
건물 잔존 외벽 안전 여부엔 의견 엇갈려
"크레인 와이어 보강을" 결론은 광주시 몫
"뾰족한 해법 없어 최적안 제시 부담 느껴"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7일째인 17일 오후 구조안전 자문단들이 사고 지점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7일째인 17일 오후 구조안전 자문단들이 사고 지점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17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장. 1시간여 동안 무너진 201동 고층부를 둘러본 국내 건축물 안전 분야 최고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모두 '이런 건물 붕괴는 처음 본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날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의 전문가 회의에 참석한 A씨는 "(붕괴 위험이 높은 구조물을) 빨리 해체하는 게 좋다"고 했다. 일반인들도 충분히 언급할 수 있는 상식적인 말들이 전문가 입에서 흘러나온 것이다. 그만큼 뾰족한 해법이 없어 답답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상 80~130m 높이에 위태롭게 서 있는 잔존 외벽 해체와 매몰자 발굴 방식을 놓고,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이날 광주에 모여 머리를 맞댔지만 속시원한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이들은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고층 건물 붕괴 형태'라는 점에선 "동의한다"면서도, 최적안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모두 말을 아꼈다. 섣불리 작업 방식을 제시했다가 실패할 경우 돌아올 부담감 때문이었다.

결국 박홍근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를 단장으로 하는 건축 시공·구조·크레인·철거 분야 전문가 자문단(19명)은 이날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마라톤 회의를 열었지만 201동과 연결된 타워크레인이 매우 위험한 상태라는 결론만 내놓았다. 201동 타워크레인은 브레이싱(벽면 고정 장치) 8개 중 2개가 떨어져 나갔고 다른 1개도 붕괴 잔해물로 인해 주저앉은 상황이라, 일반인 육안으로도 위험하다는 게 충분히 확인된다.

이상배 광주시 도시재생국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타워크레인은 매우 위험한 상태라 해체 근로자의 안전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작업 근로자의 안전성을 어떻게 확보할지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보고도 믿기 힘든 사고 현장의 흉물스런 모습 탓인지 회의 분위기는 엄중했지만 그 무게에 걸맞은 구체적인 수습책은 없었다. 잔존 외벽 문제만 해도 "안전하다"는 의견과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충돌해, 결국 구조안전진단을 실시 후 보강 방안을 강구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이상배 국장은 "수색을 위해선 내부 안전지대 확보가 매우 중요하므로 일정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종자 5명이 매몰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 고층부에 대한 수색 시점에 대해서도 "어느 지역까지가 안전한지, 어떤 방법을 쓸지 내부 논의가 좀 더 필요한 상황"이라며 명쾌하게 답변하지 못했다.

이날 회의는 참석자들이 붕괴 건물의 안전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갖고 각자 의견을 내는 데 그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참석자는 "각각의 위원 수만큼 방법론이 제각각 제시됐다"며 "전체적인 지향점은 같은데 각론에서 의견이 갈린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잔존 외벽 해체 방식까지 논의가 나가지 못했다"며 "위험하냐, 위험하지 않냐 정도의 얘기만 오갔다"고 전했다.

광주시 관계자도 붕괴 건물 내에서 매몰자 발굴 작업을 진행할 구조대원들의 안전 확보 문제에 대한 질문에 "오늘은 붕괴 현장을 둘러보고 건물 도면을 검토하는 수준에서 회의가 진행됐다"며 말을 아꼈다.

회의 참석자들은 이날 붕괴 우려가 큰 타워크레인을 와이어로 보강하자는 의견도 냈지만, 최종 결론은 광주시 몫으로 돌렸다. 광주시 관계자는 "타워크레인 상태가 매우 불안정해 별도의 보강 안정화 방법이 필요하다"며 "현재로선 와이어를 이용한 보강 방법이 논의되고 있지만 여러 가지 대안들을 검토해 최적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광주= 안경호 기자
광주= 김도형 기자
광주=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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