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되받은 방역당국… "청소년 방역패스 밀고 나간다"

입력
2022.01.17 18:0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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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25~30%가 청소년... 접종률은 저조
마스크·침방울 고려해 방역패스 일부 해제
논란 책임은 정부에... 중수본 "개선하겠다"

17일 오후 대구 시내 한 대형마트에 방역패스 시행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정부가 대형마트 방역패스 적용을 18일 0시부터 해제한다고 발표했으나, 이날부터 해제인 줄 안 일부 시민들이 매장 직원에게 거듭 문의하기도 했다. 대구=뉴스1

17일 오후 대구 시내 한 대형마트에 방역패스 시행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정부가 대형마트 방역패스 적용을 18일 0시부터 해제한다고 발표했으나, 이날부터 해제인 줄 안 일부 시민들이 매장 직원에게 거듭 문의하기도 했다. 대구=뉴스1

18일부터 학원과 독서실뿐 아니라 마트, 도서관, 박물관, 영화관에 갈 때도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서)를 제시하지 않아도 된다. 정부가 감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일부 다중이용시설에 방역패스 적용을 해제했다. 반면 청소년 방역패스는 예정대로 3월 시행을 밀고 나가기로 했다. 확진자 중 청소년 비중이 30%에 육박할 정도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방역패스 논란으로 경각심이 떨어지거나 갈등이 심화해 방역 동력이 약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설 연휴와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코앞인 만큼 혼란을 최소화하고 방역 빈틈을 신속하게 메워야 한다는 것이다.

도서관·박물관·마트·영화관 방역패스 해제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독서실·스터디카페 △도서관 △박물관·미술관·과학관 △백화점·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 △학원 △영화관·공연장(50명 이상 비정규 공연 제외)의 6종 시설에 대해 18일부터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식당·카페와 노래연습장, 실내체육시설, PC방, 목욕장 등 다른 11종 시설은 지금처럼 방역패스가 계속 적용된다.

이번 방역패스 해제는 지난달보다 코로나19 유행 규모가 줄고 의료 여력이 커진 데 따른 조치다. 이달 둘째 주(9~15일)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3,529.1명으로, 지난달 둘째 주(12월 5~11일) 6,069.9명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환자 병상 가동률도 같은 기간 79.1%에서 41.6%로 감소했다. 여기에 최근 학원, 독서실·스터디카페, 서울 대형마트·백화점 방역패스에 대한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으로 혼선이 빚어질 우려가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시설별 방역패스 유지와 해제를 가른 기준은 △마스크를 항상 쓸 수 있는지 △침방울이 나오는 활동을 하는지다. 가령 PC방은 마스크를 쓰긴 하지만, 칸막이가 설치된 경우 취식이 허용돼 있기 때문에 방역패스는 그대로 적용키로 했다. 이번 조치로 기존 방역패스 적용 시설 115만 개에서 11.7%인 13만5,000개가 빠진다.

여전히 불확실한 청소년 방역패스

문제는 12~18세 청소년 방역패스다. 정부는 “청소년 확진자는 감소하고 있지만, 전체 확진자 중 비중이 25%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청소년 방역패스를 오는 3월 예정대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준 청소년 2차 접종률은 62.0%로 다른 연령대에 크게 못 미친다.

17일 서울 마포구 종로학원 강북본원에서 관계자가 방역패스 안내문을 떼고 있다. 뉴스1

17일 서울 마포구 종로학원 강북본원에서 관계자가 방역패스 안내문을 떼고 있다. 뉴스1

그런데 청소년이 주로 이용하는 전국 학원, 독서실·스터디카페에선 지난 4일 법원 결정으로 방역패스 적용이 이미 해제됐다. 14일엔 법원이 서울 지역 청소년 방역패스를 중지하라고 결정했다. 이대로라면 3월부터 서울 청소년은 방역패스 없이 모든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그 외 지역 청소년은 학원, 독서실·스터디카페 외엔 방역패스가 있어야 한다. 이에 정부는 고등법원에 즉시항고 절차를 통해 △학원, 독서실·스터디카페처럼 학습에 필요한 곳 이외 다른 시설 △학원 중에서도 침방울 배출이 많은 관악기·노래·연기 학원에 대해선 방역패스 집행정지 취소 결정이 나오도록 적극 설명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에 대한 법원 판단이 3월 전 나오지 않으면 혼란이 불가피하다. 더구나 오미크론 확산세가 얼마나 커질지도 불확실하다. 정부는 “향후 대면수업이 어려워질 정도로 학생들 사이의 유행이 빠르게 커지면 학습시설에 다시 방역패스를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며 학원, 독서실 재적용 여지까지 남겼다. 당장 학부모들 사이에선 청소년 방역패스를 한다는 건지 만다는 건지, 백신을 언제 맞혀야 하는지를 놓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방역패스 논란보다 오미크론 대비를

방역패스 논란의 책임은 결국 정부에 있다. 사회적 수용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방역을 이유로 국민의 행동을 지나치게 제약하려 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결정 과정을 좀 더 투명하게, 절차를 밟아가면서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공감하고,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확산이 목전에 이른 만큼 시민들은 긴장감을 놓지 말고, 정부는 신속하게 대응 조치를 마련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3월은 오미크론 유행이 극심해질 시기”라며 “청소년 방역패스를 과도하지 않게,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설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현 한림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마트나 백화점에서 마스크를 벗지 말아야 하고, 미접종자는 이용을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다”며 “법원 판단을 존중하되, 방역패스가 제외된 시설엔 별도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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