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작업 빠져라" 정몽규 사과문에 분노한 실종자 가족들

입력
2022.01.1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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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산업개발에 구조 작업 철수 요구
정몽규 회장 사과문에는 "분통 터져"

17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사고 현장 인근에서 안정호 피해자 가족협의회 대표가 구조 관련 등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17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사고 현장 인근에서 안정호 피해자 가족협의회 대표가 구조 관련 등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붕괴 사고 피해자 가족들이 "살인자에게 피해자 치료를 맡기는 격"이라며, HDC현대산업개발을 향해 구조 작업에서 빠질 것을 요구했다.

피해자 가족협의회 대표 안모씨는 이날 오전 10시 20분쯤 붕괴사고 현장 인근에서 취재진을 만나 "(해체크레인) 기반 구축만 일주일 넘게 걸리는 것 아니냐. 현대산업개발이 구조작업에 필요한 인력, 장비, 예산 투입을 망설이고 있다"라며 "그들이 (구조 작업을) 맡고 있는 한 각종 비리와 문제점이 가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외벽에 불안정하게 붙어 있는 기존 타워크레인의 부분해체 완료 시점을 이달 21일로 계획하고 있다.

안씨는 정부가 현대산업개발 대신 구조 작업을 주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부차원의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신속한 구조 작전을 수행하라"며 "국민의 안전권이 달린 만큼 대통령 권한으로 사안을 다루고 정부가 가진 모든 능력을 총동원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씨는 현대산업개발이 피해자 가족의 생계 대책을 마련할 것도 요구했다. 안씨는 "날벼락으로 생계가 막막한 가족들은 장기화된 구조 작전으로 일상생활이 무너졌다"고 호소했다. 현대산업개발의 피해자 지원 여부에 대해선 "아직까지 제안이 없었고, 우리가 먼저 요구하는 것도 웃긴다"라며 "사측에서 먼저 움직여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7일 서울 HDC현대산업개발 용산 사옥에서 광주광역시 아파트 붕괴 사고와 관련한 입장 발표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정 회장은 이날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이한호 기자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7일 서울 HDC현대산업개발 용산 사옥에서 광주광역시 아파트 붕괴 사고와 관련한 입장 발표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정 회장은 이날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이한호 기자

피해자 가족들은 정몽규 HDC 회장의 사퇴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안씨는 "책임을 회피하고 물러날 게 아니라 사태 해결에 대해 총괄 책임진 뒤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의 대국민 사과문에 대해서도 "분통이 터져 죽겠다. 사고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며 "어디선가 또 다른 피해를 양산하겠다는 말로밖에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본사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사퇴를 선언했다. 그는 “1999년 현대자동차에서 현대산업개발 회장으로 취임해 23년간 노력했는데, 이번 사고로 그런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돼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이 시간 이후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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