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천문학적 상상력의 지평선을 넘어

입력
2022.01.19 04:30
26면
구독

1.19 뉴호라이즌스

평균 섭씨 영하 220도 극한의 땅에 약 3,350m 고도로 솟은 명왕성의 얼음산 힐러리. NASA

평균 섭씨 영하 220도 극한의 땅에 약 3,350m 고도로 솟은 명왕성의 얼음산 힐러리. NASA

인류가 띄운 우주선 가운데 태양계 마지막 행성인 해왕성 궤도 너머로 나아간 것은 모두 5개. 1972년 발사된 파이어니어 10호와 자매선 파이어니어 11호(1973), 1977년의 쌍둥이 우주선 보이저 2호와 1호, 그리고 2006년 1월 19일 발사된 뉴호라이즌스호가 전부다. 가장 멀리 나아간 우주선은 네 번째 주자이지만 속도가 빠른 보이저 1호로, 2021년 현재 지구에서 152AU 거리의 태양권 계면을 날고 있다. AU는 지구-태양의 평균 거리(약 1억5,000만km)를 나타내는 천문단위로 152AU는 약 228억km에 해당된다.

태양풍이 미치는 태양계 바깥 경계인 계면 너머를 천문학계는 별 사이의 우주, 즉 성간 우주라 부른다. 만 44년을 줄달음치고도 빛이 하루에 닿는 거리(약 259억km)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보이저 덕에 인류 천문 관측 지식, 나아가 천체물리학의 구체적 상상력이 미치는 공간이 태양계의 담장 너머로 확장됐다.

명왕성과 위성 탐사를 임무로 발사된 막내 우주선 뉴호라이즌스는 태양계의 지평선 너머 '새로운 지평선'으로 나아간다는 야심 찬 이름이 애처롭게도, 국제천문연맹의 행성 분류법 개정으로 명왕성이 왜소행성이 됨으로써 존재론적 위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뉴호라이즌스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2015년 7월 명왕성과 제1위성 카론을 스쳐 날며 이듬해 명왕성 자료를 지구로 전송함으로써 임무를 완수했고, 인류는 '힐러리'와 '노르게이'로 명명된 명왕성의 산들과 '스푸트니크 평원'을 사진으로 볼 수 있었다.

뉴호라이즌스는 앞서간 파이어니어와 보이저를 따르며 언젠가 지구보다 그들 우주선과 더 가까운 지점까지, 핵배터리 수명이 다할 때까지 고독한 비행을 이어갈 것이다. 하지만 역시 속도 차이 때문에 뉴호라이즌스가 보이저를 만나거나 앞지를 순 없는 운명이라고 한다.

뉴호라이즌스가 지구와의 교신을 멈추고 영원한 우주 미아가 될 즈음 인류는 또 한번 그 이름을 듣게 될 것이다.

최윤필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