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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층 외벽 무너진 형태, 전례가 없어 어떻게 해체할지 막막"

입력
2022.01.17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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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8층에 잔해물 떡시루처럼 쌓여
대형장비 동원 어렵고 곳곳 균열까지
실종자 매몰 추정... 걷어낼 엄두 못내
최적 해체 방안 전문가 의견 모아 찾기로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장의 구조작업이 사실상 매몰자 발굴 쪽으로 옮겨지면서 구조당국과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매몰자 발굴을 위한 안전 확보를 위해선 현재 16개 층 슬래브가 무너진 채 위태롭게 서 있는 외벽(기둥) 등을 해체해야 한다. 하지만 외벽 붕괴 위험이 큰데다, 지상 80~130m에 달하는 높이에 실종자들이 매몰돼있을 가능성이 높은 현 상황은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붕괴 형태다. 이에 마땅한 해체 기술과 방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는 17일 건축시공‧구조‧크레인‧철거 등 국내 건축물 안전 분야 전문가들을 한자리에 모아 최적의 방안을 찾기로 했지만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광주 붕괴사고 실종자 추정 위치

광주 붕괴사고 실종자 추정 위치

1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추가 붕괴가 우려되는 201동에는 23~28층에 걸쳐 콘크리트더미 등 잔해물이 떡시루처럼 잔뜩 쌓여 있다. 구조당국은 이 건물 더미에 실종자 5명이 매몰돼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이를 걷어 내는 작업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수색작업에 투입된 인명구조견이 4개 층(22·25·26·28층)에서 이상 반응을 보였지만, 이들 장소가 지상 80m 이상 높이의 고층인 데다 건물 잔해로 공간도 비좁아져 굴삭기 등 대형 장비를 동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엄청난 양의 건물 더미를 구조대원들이 삽 등을 동원해 수작업으로만 제거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고층부 건물 바닥과 천장 곳곳에 크고 작은 균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구조대원 투입 자체도 여의치 않다.

콘크리트더미들이 철근에 매달려 있거나, 잔해에 얹혀 있어 자칫 작업 진동으로 인해 낙하할 위험도 크다. 잔해물 중에는 수십 톤에 달하는 건물 더미도 있어 고중량 잔해물이 추락할 경우 그 충격으로 연약 지반인 사업 부지가 침하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추가 붕괴 우려가 제기되는 23~38층 잔존 외벽의 안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이를 우려해 잔존 외벽의 기울기 등 변위(變位)를 실시간으로 계측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잔존 외벽을 해체한 뒤 내부 잔해물을 제거하는 게 현실적인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지상 80~130m 높이에 위치한 잔존 외벽 해체 작업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국내 구조물해체업계는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초고층 건축물에 대한 해체 기술과 경험을 가진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축구조기술사 등 관련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해체 방식에 대한 여러 제안들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설익은 수준에 불과하다. 구조당국이 23층 잔해물 제거 방식 등에 대해 "말씀 드릴 단계가 아니다"고 말을 아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채명 건축구조기술사는 "잔해물 추락 방지 등 안전 조치 보강 후 잔존 외벽이 건물 바깥 쪽으로 붕괴되지 않도록 1,200톤 해체 크레인과 인접 건물의 타워크레인을 동원해 와이어로 건물 전체를 둘러 묶은 뒤 '줄톱공법' 등을 이용해 외벽을 커팅하는 방식도 해체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엿새째에 접어든 16일 오후 119구급대원들이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엿새째에 접어든 16일 오후 119구급대원들이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는 전문가들이 다양한 경험과 의견을 바탕으로 최선의 수색‧구조 방법을 도출해주길 바라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외벽 해체 작업을 위해 국내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지만 다들 이런 붕괴 사고는 처음이라 뚜렷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 안경호 기자
광주=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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