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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ㆍ싱가포르, '親미얀마 군부' 훈센 총리 독단 행동에 제동

입력
2022.01.16 15:20

'미얀마 사태 중립' 베트남 첫 공식입장
싱가포르 총리는 직접 훈센에 항의 전화
캄보디아, 비판에도 친군부 입장 고수

14일 부이탄손(왼쪽) 베트남 외교장관이 놀린 헤이저 유엔 미얀마 특사와 화상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하노이타임스 캡처

14일 부이탄손(왼쪽) 베트남 외교장관이 놀린 헤이저 유엔 미얀마 특사와 화상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하노이타임스 캡처

미얀마 군부 쿠데타 사태에 중립을 견지하던 베트남이 올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의장국인 캄보디아 훈센 총리의 독단 행동을 처음으로 비판했다. 싱가포르 역시 캄보디아에 직접 항의 전화를 거는 등 아세안 내 훈센 비판 여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16일 하노이타임스 등에 따르면, 부이탄손 베트남 외교장관은 지난 14일 놀린 헤이저 유엔 미얀마 특사와의 화상 회담에서 "국제사회가 미얀마 문제를 성급하게 해결하려고 시도해선 안 된다"며 "현재로선 포괄적이고 점진적인 접근이 필요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얀마 문제 해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제사회와 유엔, 그리고 아세안이 중심을 잡고 미얀마 현지에서 대화와 화해를 촉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지난 7, 8일 아세안과 협의 없이 미얀마 군부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만 만나고 돌아온 훈센 총리를 직접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세안은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 등 민주세력과의 접촉을 막는 쿠데타 주역 흘라잉 사령관을 지난해 10월 이후 배제해왔다. 하노이 외교가 관계자는 "접경국이자 우방인 캄보디아를 베트남이 직접 비판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며 "(베트남이) 에둘러 말했지만 핵심은 '아세안이 사태를 해결할 때까지 훈센 총리는 가만히 있으라'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캡처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캡처

베트남보다 더 강경한 반(反)군부 성향을 가진 싱가포르는 캄보디아에 직접적인 압박을 가했다. 리센룽 총리는 지난 14일 훈센 총리에게 직접 화상전화를 걸어 "아세안 합의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군부는 여전히 시민들을 공격하고, 민주 인사들에 대한 형량도 계속 늘리고 있다"며 "수치 고문 면담 허용과 미얀마 내 폭력 사태 종식에 대한 진전이 있기 전까지 군부 지도자들을 아세안 회의에서 계속 배제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다른 아세안 회원국의 불만 또한 크다. 사이푸딘 압둘라 말레이시아 외교장관은 지난 13일 "훈센 총리의 미얀마 방문은 군정을 인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훈센 총리는 이런 행동을 하기 전에 아세안 회원국 지도자들과 사전에 논의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일부 아세안 국가들은 오는 18일부터 캄보디아 북부 시엠립에서 열릴 예정인 '아세안 외교장관 비공식 자유토론' 행사에 불참을 선언했다.

거세지는 비판에도 캄보디아는 독자노선을 고수 중이다. 쁘락 소콘 캄보디아 외교장관은 최근 "훈센 총리의 미얀마 방문은 군정을 인정하는 게 아니다"며 "지난해 아세안 미얀마 특사인 에리완 유소프 브루나이 제2 외교장관이 수치 고문을 만나겠다고 고집했지만 (사태 해결과 관련해) 전혀 이룬 게 없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회원국들이 반대하더라도, 계속해서 미얀마 군부와 접촉하겠다는 취지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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