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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추워지면 소변 보기가 너무 힘들어요”

입력
2022.01.17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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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선비대증, 교감신경 활성돼 ‘급성 요폐’ 생겨

전립선비대증이 있으면 겨울이면 증상이 심해지면서 오줌도 제대로 누기 어려워질 수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전립선비대증이 있으면 겨울이면 증상이 심해지면서 오줌도 제대로 누기 어려워질 수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날씨가 추워지면 유독 소변 보기가 힘든 남성이 적지 않다. 방광 아래에 위치해 정액을 생성ㆍ분비하는 전립선이 과도하게 커진 ‘전립선비대증’이 악화하기 때문이다. 유지형 인제대 상계백병원 비뇨의학과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 전립선비대증이 더 악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날이 추워지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전립선 주위 근육과 전립선 자체 세포가 수축해 전립선이 요도를 심하게 압박해 오줌이 방광에 꽉 찼는데 소변이 나오지 않는 ‘급성 요폐(尿閉)’가 생길 수 있다. 그러면 병원 응급실에 가서 오줌을 빼야 한다.

◇전립선 비대, 겨울에 유독 증상 심해져

남성에게만 있는 전립선은 소변 길(요도)을 둘러싸고 있다. 모양은 사과처럼 생겼으며, 크기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호두알 정도다. 전립선이 비대해지면(전립선비대증) 오줌을 눌 때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하루 8~10회 이상 소변을 누는 빈뇨(頻尿), 소변 줄기가 약하고 가늘어지는 약뇨(弱尿), 소변을 참기 힘든 급박뇨(急迫尿), 배뇨 후 오줌이 남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잔뇨감(殘尿感), 소변 때문에 잠에서 깨는 야간뇨(夜間尿) 등이 생긴다. 심하면 요도가 좁아져 소변 보기가 힘들고 콩팥이 망가지거나 성 기능 문제도 나타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0년 전립선비대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30만4,329명이었다. 이 중 78%(101만7,722명)는 60세 이상이었다.

나이가 들면 전립선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남성호르몬인 ‘환원형 테스토스테론’이 과다 분비되면서 전립선이 커진다. 비만ㆍ고혈압ㆍ당뇨병으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

전립선비대증은 일교차가 큰 늦가을이나 겨울철에 증상이 심해진다. 기온이 낮아지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전립선 세포와 주변 근육이 수축되면서 요도를 더 압박하기 때문이다.

또한 전립선비대증 환자가 임의로 감기약을 먹다가 자칫 오줌을 제대로 누지 못할 수 있다. 감기약에 든 에페드린제나 항히스타민제 등 교감신경 활성제 같은 성분이 방광 기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윤상진 가천대 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과도한 음주나 임의로 먹은 감기약 등으로 인해 급성 요폐로 응급실을 찾는 사례가 흔하다”고 했다. 윤 교수는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 날 과음하거나 감기약을 맘대로 먹지 말고, 본인의 배뇨 상태에 따른 전문의 진단을 받은 뒤 약 처방을 받으면 급성 요폐를 예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립선비대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20년 130만4,329명이었다. 이 중 78%(101만7,722명)는 60세 이상이었다. 게티이미지뱅크

전립선비대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20년 130만4,329명이었다. 이 중 78%(101만7,722명)는 60세 이상이었다. 게티이미지뱅크


◇‘소팔메토’, 의학적으로 효과 없어

전립선비대증은 조기 발견하면 약만 먹어도 호전된다. 일반적으로 남성호르몬을 조절해 전립선 크기를 줄여 주는 약이 처방된다. 미국국립보건원 임상시험 결과, 해당 약을 먹은 뒤 수술 필요성이 64%까지 줄었다.

전립선비대증은 재발 가능성이 높아 약을 6개월~1년 이상 꾸준히 먹어야 효과가 있다. 약을 꾸준히 먹지 않거나 치료가 늦어져 약물 치료로 개선되지 않으면 수술해야 한다. 최근 치료 효과와 안전성이 높은 수술법이 많이 나왔다.

채식 위주 식습관을 가지면 식물ㆍ채소에 함유돼 있는 식물성 여성호르몬 영향으로 전립선 증식을 억제할 수 있다. 자극이 강한 음식이나 커피도 줄이고 과음하지 말아야 한다.

야간뇨가 심하면 저녁 시간부터 물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 특히 과음하면 소변량이 늘어나 방광에 무리가 갈 수 있기에 음주를 삼가는 게 좋다.

감기약을 먹을 때에는 항히스타민ㆍ에페드린ㆍ항콜린 등 전립선비대증 부작용 성분 유무를 확인하고, 담당 전문의에게 본인 배뇨 상태를 알려 해당 성분을 빼고 처방받아야 한다. 가급적 커피와 탄산음료ㆍ음주ㆍ흡연은 삼가야 한다.

최근 전립선비대증 증상 개선을 위해 천연 야자수 열매인 톱야자(Saw Palmetto) 추출물인 건강기능식품 ‘소팔메토’에 의존하는 사람이 많지만 의학적으로는 전혀 효과 없다는 연구 결과가 적지 않다.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과 미국의학협회지(JAMA) 같은 저명한 국제 저널에 소팔메토가 임상적으로 효과가 없다는 논문이 많이 실렸다. NEJM(2006년 2월)에 실린 논문은 ‘소팔메토는 전립선비대증 증상을 전혀 개선하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스티븐 벤트 박사 연구팀은 전립선비대증이 심각한 49세 이상 남성 225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결과, 전립선 크기ㆍ잔뇨량ㆍ삶의 질 등에서 거의 차이가 없었다.

JAMA 논문(2011년 9월)에서도 ‘소팔메토 열매에서 추출해 만든 제품은 전립선비대증 요로(尿路) 증상 개선에 위약 효과가 있을 뿐’이라고 결론지었다.

이규성 삼성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소팔메토를 복용하다가 전립선비대증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것은 물론 효과 없는 제품을 구입하는 데 적지 않은 비용이 낭비되고 있다”고 했다.

김준철 부천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소팔메토는 전립선비대증에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의학적으로 확인됐다”며 “다만 효과가 있다는 믿음을 갖고 복용해 실제 효과가 나타나는 위약 효과(플라시보 효과)가 40% 정도”라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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