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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벽두에 또 ‘쥐불놀이 학대’.. 피학대 동물 구할 법 어디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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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씀드렸지만, 안타깝게도 똑같은 사건이 1년 만에 또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반려견의 목줄을 잡고 쥐불놀이를 하듯 허공에 돌리는 등 동물학대 행위가 적발됐습니다.
지난 9일, 동물권단체 ‘케어’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영상에는 반려견과 함께 걷던 남성이 갑자기 개의 목줄을 들어 올리고는 한 바퀴 돌리는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남성은 이어서 손바닥으로 개를 때리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케어는 이 사건이 서울 은평구의 한 주택가에서 발생했다면서 “학대범을 찾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영상 게시 하루 만인 10일, 학대범의 정체가 밝혀졌습니다. 케어는 이날 같은 지역에서 개와 함께 산책하던 80대 남성 A씨를 찾아냈습니다. A씨는 “왜 학대 행위를 했느냐”는 케어 활동가들의 질문에 “자식 같은 개가 말을 듣지 않아 화가 나서 그랬다”며 “그게 무슨 학대냐”고 반문했습니다. 그는 “개가 도망가려고 해서 줄을 놓쳤고, 불러도 오지 않아서 때렸다”고 덧붙였습니다. 케어는 A씨가 반려견을 계속 키울 경우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 판단해 A씨에게 반려견 소유권을 포기하라고 설득했습니다. 처음에는 케어의 요구를 거절하던 A씨는 결국 설득 끝에 소유권 포기각서에 서명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케어는 “다행히 구조된 반려견에게서 외상이 발견되지는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1월 발생한 ‘포항 쥐불놀이 학대 사건’과 매우 유사합니다. 지난해 4월,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청은 당시 사건을 일으킨 B씨와 공범에게 각각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쥐불놀이하듯 원을 그리며 허공에 돌리는 등 학대 행위의 죄질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피고인들이 범행을 인정하고 잘못을 뉘우치는 점 등을 고려해 판결을 내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올해 사건을 일으킨 A씨 역시 비슷한 행동을 저지른 만큼 유죄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다만, 당시와 지금 사건에 다른 점이 있다면 피학대 동물의 보호 조치입니다. 포항 쥐불놀이 학대 사건 당시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학대자 B씨로부터 피학대 동물을 긴급격리 조치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포항시는 “B씨가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재발방지 서약서를 쓰게 한 뒤 돌려보냈습니다.
다소 답답해 보이지만, 현행법상 이는 어쩔 수 없는 조치입니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학대당한 동물에 긴급격리 조치가 가능하지만, 민법상 동물은 사유재산에 해당해 소유권을 박탈할 수는 없습니다. 즉, 소유권을 가진 이가 학대 행위를 저질렀을 때는 격리조치 기간 동안 발생한 보호 비용을 납부하면 학대당한 동물을 다시 데려갈 수 있죠. 그래서 올해 사건처럼 학대자가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격리조치를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포항 사건에서도 지자체가 B씨에게 소유권 포기 의사를 물었지만, B씨는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않겠다”며 거절했습니다.
동물학대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후에도 동물의 소유권을 제한하는 조항이 없다는 점은 오래 전부터 지적돼 왔습니다.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동물 학대범의 사육 제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 끝에, 현재 국회에서는 해당 조항이 담긴 개정안을 논의 중에 있습니다.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 등 55명의 의원들이 발의한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 11조에 따르면 동물학대 행위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을 경우 재판부는 최대 5년간 동물 사육 금지처분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처럼 아직 동물학대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임시로 동물을 보호 조치할 수 있는 조항도 개정안에 포함됐습니다. 법원은 피학대 동물의 생명이나 안전, 복지를 위해 확정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동물에게 적정한 치료 및 보호를 제공할 수 없다고 판단될 경우, 소유자의 동물 사육 금지 가처분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해당 조항을 근거로 긴급격리 조치를 취한 지자체는 학대 혐의를 받는 동물 소유자에게 동물을 반환하지 않아도 됩니다.
현재 이 법안은 소관위원회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입니다. 법사위는 지난달 8일 자구심사를 거쳐 9일 열릴 본회의에 상정하려 했지만, 법원행정처에서 개정안 11조에 대한 보완 의견을 내 본회의 상정이 미뤄졌습니다. 법사위 회의록에 따르면 법원행정처 기우종 사법지원실장은 “동물 사육금지 처분의 요건, 절차, 방식, 불복 절차 등이 구체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다”고 보완 의견을 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법원의 사육 금지 조치에 당사자가 납득하지 못할 경우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명시한 조항이 없다는 뜻입니다.
국민의힘 유성범 의원은 법원행정처의 보완 의견을 들며 “사육 금지 처분은 동물 사육을 직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나 영업의 자유를 굉장히 제한하는 강력한 제도”라며 “절차상 문제점을 발견한 이상 이를 보완하는 게 법의 완전성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 의원은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를 향해 “수정안을 들고 오면 바로 처리가 가능하다”며 수정안 제출을 요구했습니다. 농식품부 김종훈 차관은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 등과 협의해 수정안을 조속히 만들어 보고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렇다면 보완 의견을 받은지 1개월가량 지난 지금, 협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요? 농식품부 관계자는 동그람이와의 통화에서 “현재 법원행정처, 법무부와 수정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재판 실무의 주체인 법원 및 검찰과 법안 문구를 놓고 조율 중이라는 뜻입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시점을 확정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빠르게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습니다.
비록 이번 사건은 동물보호단체의 조치 덕분에 피학대 동물이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됐지만, 법 절차상 아직 다른 피학대 동물들은 보호를 받기 어려운 처지입니다. 또한 개정안은 통과된 뒤 1년 후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통과가 목전에 다다른 만큼 입법기관의 신속한 처리로 학대로부터 구조되는 동물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더 커질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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