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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군 위문편지 논란 철저 조사... 학생 괴롭힘 멈춰달라"

입력
2022.01.14 15:52
수정
2022.01.1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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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한 여고 '군 조롱' 위문편지 논란 확산
서울시교육청, 사실관계 파악 및 대책 마련 지원

최근 논란이 된 한 여고생의 군 위문편지. 온라인 커뮤니티

최근 논란이 된 한 여고생의 군 위문편지. 온라인 커뮤니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서울의 한 여고에서 '군 위문편지' 논란이 불거진 뒤 해당 학생 신상이 공개되며 심각한 사이버 괴롭힘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냈다.

조 교육감은 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관내 학교의 위문편지 사안과 관련해 서울 교육을 이끄는 이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지금 진행되는 사안 조사에 철저를 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 해당 학교 학생들을 향한 온·오프라인 공격과 괴롭힘을 멈춰달라"며 "학교에서는 이미 학생의 정서심리 지원에 들어갔고, 교육청도 성폭력피해지원센터 등 전문 기관과 연계해 신속하게 학생, 학부모 상담 치료를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논란은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친구가 원해서 올린다며 서울의 한 여고생이 보낸 위문편지를 찍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서울의 한 여고에 다닌다는 학생은 편지에 '추운 날씨에 나라를 위해 힘써서 감사합니다'라며 '군 생활 힘드신가요? 그래도 열심히 사세요^^ 앞으로 인생에 시련이 많을 건데 이 정도는 이겨줘야 사나이 아닐까요?'라고 적었다. 또 '저도 이제 고3이라 XX겠는데 이딴 행사 참여하고 있으니까 님은 열심히 하세요'라며 '파이팅~추운데 눈 오면 열심히 치우세요^^'라고 덧붙였다. 이 학교는 1961년부터 매해 봉사활동 중 하나로 위문편지 쓰기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군인에 대한 조롱이라는 반발과 시대에 뒤떨어진 위문편지 강요 비판이 함께 일었다. 여기에 일부 누리꾼이 편지를 쓴 학생의 신상 정보를 알아내 유포하고 악성 댓글을 남기거나 성희롱 메시지를 보내는 등 사이버 범죄로까지 번지며 파장이 커졌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위문편지 작성 문화를 중단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여자고등학교에서 강요하는 위문편지 금지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고, 10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이날 성명을 내고 "봉사활동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에게 강압적인 위문편지 쓰기가 이뤄졌다"며 "해당 학교는 도 넘은 폭력과 비방에 시달리는 학생 보호 조치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조 교육감 역시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식, 시대 흐름에 맞는 평화·통일 교육, 성 역할에 대한 여전한 편견 등 기존 수업에서 고려하지 못했던 지점을 되돌아보게 됐다"며 "앞으로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평화 중심 프로그램을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당 학교는 위문편지 쓰기를 폐지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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