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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재에 문제 있나?… 경찰, 불량 레미콘 사용 의혹도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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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의 원인이 콘크리트 양생(養生·굳힘) 불량으로 좁혀지면서 경찰이 저품질 레미콘 사용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사고 직후 골재업계 등을 중심으로 불량 레미콘 납품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 관계자는 14일 "201동 외벽(23~38층)이 무너진 건 레미콘 품질이나 콘크리트 양생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 아니겠냐"고 말했다. 붕괴 원인으로 철근 배근 불량과 빌딩풍(風) 등도 꼽히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레미콘 품질 문제를 가장 유력하게 거론한 것이다. 경찰이 사고 이튿날인 12일 골조 공사 하청업체와 레미콘 납품업체, 콘크리트 타설 장비 업체를 압수수색한 것도 이 같은 의심 때문이다.
골재업계에선 불량 골재 사용으로 인한 레미콘 품질 저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골재 채취업자 A씨는 "광주 지역에선 자연모래 공급난이 심한 탓에 토분(土粉)이 많이 섞인 마사토를 레미콘 원자재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토분은 시멘트 접합력을 떨어뜨리면서 콘크리트 내구성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골재 수급은 지역별 자체 공급을 원칙으로 하지만, 광주시는 토석 채취 여건이 안 돼 전체 수요 물량의 80%가량을 전남의 한 지역에서 공급받고 있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마사토의 경우 채취 후 선별·세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에, 토분 함량이 많아 품질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창근 조선대 건축공학과 교수도 "최근 광주·전남 지역의 콘크리트 레미콘 품질 문제가 얘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물질(토분)이 제거되지 않은 상태에서 레미콘이 제조됐을 개연성이 높다는 얘기다.
경찰도 레미콘 불량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고 당일 레미콘을 공급한 업체에서 확보한 압수물 분석을 통해 불량 골재 사용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경찰은 이날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현장사무소와 감리사무소 등을 압수수색해 콘크리트 압축 강도, 양생 기간 등 품질 관리 내역이 기재된 타설계획서와 작업 일지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불량 골재가 들어간 레미콘이 철근과의 접착력을 약화시키고 콘크리트 양생을 방해해 결국 외벽 붕괴를 초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경찰이 압수물 분석을 통해 불량 레미콘 사용 여부를 확인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콘크리트 타설 업체와 감리업체, 레미콘 업체(11곳) 등이 서류상으로는 타설 방법이나 양생 방법, 양생 기간을 적합하게 만들어 놓았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사고 현장에서 콘크리트 샘플을 채취해 강도 및 성분 분석을 진행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찰은 특히 레미콘 업체가 제조 과정에서 레미콘의 골재 배합 비율을 조작하는 프로그램으로 함량 미달 레미콘을 정상인 것처럼 속여 건설사에 납품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조사 중이다. 광주의 한 건축설계사는 "시멘트 가격 인상으로 레미콘 배합 비율을 철저히 준수하지 않는 업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이번 사고 이후 지역 레미콘 업계에선 수사 확대를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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