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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중산간 유기견, 중성화∙입양 등 모든 방법 동원해야"

입력
2022.01.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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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청원' 공감에 답합니다

편집자주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으로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은 많은 시민들이 동참하면서 공론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 못하는 동물은 어디에 어떻게 억울함을 호소해야 할까요. 이에 동물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의견을 내는 애니청원 코너를 시작합니다.


최근 제주 중산간 지역에 옷을 입은 채 발견돼 구조된 강아지 '도도'가 새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제주에는 개가 집을 나가도 보호자가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혼디도랑 제공

최근 제주 중산간 지역에 옷을 입은 채 발견돼 구조된 강아지 '도도'가 새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제주에는 개가 집을 나가도 보호자가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혼디도랑 제공

"제주 중산간 유기견 2,000마리... 죽이지 말고 입양 길 터주세요"라는 제목으로 보도(7일)한 애니청원에 포털사이트와 한국일보닷컴, 제주생명권행동단체 제주비건, 제주 동물보호단체 혼디도랑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감해주신 분이 5,700명에 달했습니다.

앞서 제주도는 중산간 유기견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유해야생동물 지정 검토 내용이 담긴 '중산간지역 야생화된 들개 서식 실태조사 및 관리방안' 용역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포획 허가를 받아 총기를 사용해 개를 사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시민들의 우려가 컸는데요.

중산간 지역 도로에서 구조돼 지금은 캐나다의 한 가정에서 살고 있는 개 '산록이'의 시선으로 중산간 지역 개들을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하는 것을 반대하고 이들을 위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에 많은 분이 공감해주셨습니다.

이에 제주도 동물방역과에 중산간 유기견의 유해야생동물 지정 여부와 이들을 위한 대책에 대해 물었습니다. 또 김란영 제주동물권연구소장, 지역동물단체 김은숙 혼디도랑 대표에게 중산간 유기견 증가 원인과 이를 막기 위한 대책에 대해 들어 봤습니다. 서울시와 떠돌이개 중성화 사업을 진행했던 김성호 한국성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에게는 '포획-안락사' 외의 대안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전해 드립니다.

제주도 "유해야생동물 지정 결정된 바 없다"

서울 청계천을 떠돌다 포획된 떠돌이개는 누렁이라는 이름으로 새 가족을 만났다. 제보자 김모씨 제공

서울 청계천을 떠돌다 포획된 떠돌이개는 누렁이라는 이름으로 새 가족을 만났다. 제보자 김모씨 제공

-제주도가 발표한 중산간 유기견 대책 관련 용역 결과에 유해야생동물 지정을 검토하자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시민들의 걱정이 큰데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유해야생동물 지정 관련) 아직 결정된 바는 없습니다. 원칙적으로 유해야생동물 지정 권한은 환경부 장관에게 있습니다. 제주도 조례로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방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결정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이하 제주도청 동물방역과 관계자)

-유해야생동물 지정과 별도로 중산간 지역 유기견을 위한 대책은 어떻게 마련하고 있나요.

"동물이 먼저 유기되지 않도록 사전 예방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2019년부터 마당개 중성화 사업을 시작한 읍면 지역을 중심으로 유기동물 수가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중성화 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반면 이미 중산간 지역에 살고 있는 개들의 경우에는 해당 지역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서 할 수 있는 한 포획을 하고 유기동물에 준해 처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실적으로 모든 중산간 지역 유기견을 포획해 지자체 보호소에 입소시키는 게 불가능할 텐데요.

"(포획 후 안락사를 시키지 않고 입양을 보내려면) 사납고 공격성 있는 개들의 경우 순치를 해야 하는데 (지자체에서 하기엔 어렵기 때문에) 동물보호단체 등 민관협력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더욱이 제주도 내 인구가 70만 명으로 제한되다 보니 입양률이 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고심이 큽니다."

"제주 유기견 증가는 풀어 키우는 문화 탓"

경기 과천시 갈현동 재개발지역에서 지내던 떠돌이개들. 박모씨는 여름이(가운데)를 입양했다. 박모씨 제공

경기 과천시 갈현동 재개발지역에서 지내던 떠돌이개들. 박모씨는 여름이(가운데)를 입양했다. 박모씨 제공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중산간 지역 유기견이 2,000마리에 달한다고 추정되는데, 이렇게 떠돌이개가 많은 이유는 뭔가요.

"개를 풀어놓고 키우는 문화가 가장 문제입니다. 중성화를 시키지 않고 풀어 키우고, 또 집을 나가도 찾지 않습니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풀어 키우는 개를 보고도 지자체에 신고를 하면서 보호소에 들어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도민들을 대상으로 동물등록과 중성화 수술의 필요성에 대해 교육을 하는 게 필요합니다."(김은숙 혼디도랑 대표)

-중산간 지역 유기견이 가축에 피해를 입히는 등 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는데요, 이들을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요.

"사실 중산간 지역 유기견 대부분은 사람을 보면 도망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사나운 개들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해 총기로 사살하는 게 대안이 될 순 없습니다. 보호자 교육과 마당개 중성화, 동물등록 활성화뿐 아니라 시범적으로라도 이들을 위한 보호시설을 만들어 순치하고 입양 보내는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합니다." (김란영 제주동물권연구소장)

중산간 유기견이라고 다 같지 않아... 상황 맞춰 민관협력 추진해야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에서 떠돌이개로 살다 구조된 반려견. 영화 '개와 고양이의 시간' 캡처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에서 떠돌이개로 살다 구조된 반려견. 영화 '개와 고양이의 시간' 캡처

-2018년 서울시가 노원구 백사마을에서 떠돌이개 중성화 사업을 시범 시행했는데 결과가 어땠나요.

"2018년 떠돌이개 7마리 구조로 시작해 마지막에는 보호소 주변에 개를 두고 가거나 이미 임신한 채 구조된 개가 출산을 하고 추가 구조까지 이어지면서 30여 마리까지 늘었지만 1마리를 제외하곤 모두 새 가족을 찾아 줬습니다. 시간과 비용, 노력이 필요해서 그렇지 회화가 되지 않는 개는 없었습니다. 야생에서 태어난 개도 사람과 같이 살 수 있는 걸 확인한 겁니다. 하지만 민간단체가 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사업입니다." (이하 김성호 한국성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제주지역 유기견 줄이는 데도 서울시의 시범 사업을 적용해볼 수 있을까요.

"2,000마리라는 숫자가 하나의 원인으로 생긴 게 아닙니다. 사람을 따르는 개도 있고 또 2, 3세대에 걸쳐 야생에서만 자란 개들도 있을 겁니다. 따라서 실태 파악이 가장 중요하고 하나의 방법으로만 해결할 순 없다고 봅니다. 보호소를 만들어 교육, 입양 보내는 일은 민관이 협력해야 가능합니다.

또 해외에서는 개를 포획해 중성화하고 이를 살던 장소로 돌려보내는 대책(CNR∙포획, 중성화, 방사)이 떠돌이개 수를 줄이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지역적 환경이 적합하다면 이 역시 하나의 방안으로 고려해볼 수 있을 겁니다."

2020년 서울 북한산 등산로에서 발견된 유기견. 왕태석 선임기자

2020년 서울 북한산 등산로에서 발견된 유기견. 왕태석 선임기자

-중산간에 살고 있는 유기견을 줄이기 위해서는 '포획-안락사' 이외 뾰족한 대책이 없어 보이는데, 이들을 위한 대안이 있을까요.

"중산간 지역에 사는 유기견이라고 해서 상황이 다 같진 않습니다. 먼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강아지들의 경우는 사회화가 쉬운 편이므로 포획해 입양을 적극적으로 보낼 필요가 있고요.

성견 역시 가능하다면 포획해 교육을 하고 입양을 보내는 게 바람직하지만 이는 지자체, 또는 민간동물단체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에 민관협력이 필요합니다. 다만 지속적으로 사람이나 동물에게 피해를 주는 개들에 대해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면 포획이 필요한 판단 기준과 인도적 포획방법 등을 제대로 설정해야 합니다." (형주 어웨어 대표)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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