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정몽규 사과에도 또 대형 사고... 현대산업개발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입력
2022.01.12 17:05
수정
2022.01.12 23:22
12면
구독

작년 6월 광주 학동 참사 이후 또 붕괴 사고
시장 신뢰 잃어 주가 19% 급락
경영진도 사고 책임 피하기 어려워져

12일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건설 현장. 전날 외벽이 무너져 내부 철골구조물 등이 드러나 있다. 소방청 제공

12일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건설 현장. 전날 외벽이 무너져 내부 철골구조물 등이 드러나 있다. 소방청 제공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에서 7개월 만에 대형 사고를 반복하며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6월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 재개발 철거 현장 붕괴 사고 당시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광주로 달려가 "전사적으로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약속했는데도 또 대형 사고가 발생해 사회적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시공능력평가 9위인 대형 건설사의 잇단 후진적인 사고에 시장의 신뢰는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고 있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광주시는 지역 내 HDC현대산업개발의 모든 건설 현장에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안전 문제로 특정 지역에서 공사 중단 명령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전국의 공사를 모두 일시 중지하고 안전진단과 시공방식 재점검 후 공사를 진행하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파트 브랜드 '아이파크'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아이파크는 지난해 12월 기준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아파트 브랜드 평판 순위에서 9위를 차지했지만 이달에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 이후 한 부동산 커뮤니티가 진행한 '아이파크 브랜드 적합도' 조사에서는 '부실공사 이미지가 강해졌다'는 응답이 80%를 넘겼다. "내 사전에 아이파크는 없다" "2군이라 부르기도 아깝다" 등 싸늘한 반응이 줄을 이었다.

주가도 급락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은 전날보다 19.03% 떨어진 2만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주회사인 HDC(-12.89%)는 물론 HDC랩스(-7.39%) 등 계열사 주가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정몽규 HDC 회장이 지난해 6월 10일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17명의 사상자를 낸 동구 학동 건물 붕괴 사고와 관련해 대시민 사과를 하고 있다. 광주=뉴스1

정몽규 HDC 회장이 지난해 6월 10일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17명의 사상자를 낸 동구 학동 건물 붕괴 사고와 관련해 대시민 사과를 하고 있다. 광주=뉴스1

정몽규 회장이 '학동 참사'로 고개를 숙인 지 7개월 만에 붕괴 사고가 재발된 것을 두고 회사의 안전관리 시스템 전반에 문제가 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교롭게도 사고가 발생한 날은 정부가 학동 참사 재발 방지를 위해 마련한 건축물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날이어서 법안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오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발생한 사고라 HDC현대산업개발이 경영진 구속 등의 처벌은 피해갈 수 있을지 몰라도 현장 관리에 대한 책임은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근본적인 원인 조사를 지시했고, 대검찰청도 합동수사본부를 꾸려 수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사고 현장을 점검한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관리 부실 등 위법사항은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히 처벌하겠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계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이번 사고로 바닥까지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참사가 일어난 지 얼마 안 돼 또 발생했다는 점에서 타격이 정말 클 것"이라며 "신뢰는 물론 입주 지연에 따른 피해액, 추가 공사비까지 감안할 때 손해액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HDC현대산업개발은 13일부터 이틀간 전국 65개 현장에서 공사를 일시 중지하고, 특별 안전점검 시행에 들어가기로 했다. 전 경영진이 위험성 상위 등급 작업 현장을 직접 찾아가 작업 계획, 작업 방법, 안전관리체계가 제대로 이행되는지 점검한다.

김지섭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