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압박이 미국에 경제패권을 돌려줄까

입력
2022.01.13 00:0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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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중국의 첨단기술 분야 도전에 맞서 대중 수출통제를 강화하고 자국 기술혁신 역량 제고를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이제까지 나온 정책들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건 '혁신경쟁법(USICA)'이다.

미국 상원은 지난해 6월 미국의 기술 및 산업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는 혁신경쟁법안을 68대 32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상무, 외교, 국토안보 등 6개 상임위에서 발의되었던 중국 관련 법안들을 패키지 형태로 모은 것으로, △미국 반도체 및 통신 부문 지원 △중국에 대한 수출 통제 강화 △지식재산권 탈취와 관련된 중국산 제품의 수입 금지 △이공계 및 사이버인력 양성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중국을 견제함과 동시에 자국 혁신에 대한 강력한 투자 의지를 담은 이 법안은 하원에서도 신속히 통과되어, 미국 첨단 제조 현장에 투자 자금을 유입시키고 미국 혁신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해가 바뀌도록 이 법안은 여전히 하원에 계류 중이다. 하원은 이 법안이 중국을 견제하기에 충분치 않고 허점이 있다고 주장하며 자체적으로 유사한 법안, '미국리더십법(EAGLEA)'을 준비해왔다. 미국에서는 만약 상·하원이 비슷한 취지의 법을 각각 발의하는 경우 양원 입법안을 검토 및 수정 보완한 최종 법안을 상·하원에서 각각 표결한 후 대통령에게 보낸다. 그런데 상·하원 대표 간 협상과 논의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진전없이 법안 통과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 물론 중국 견제 필요성에 대한 초당적 지지가 있는 만큼, 이 법은 결국 조만간 어떠한 형태로든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심은 이 법 통과 이후다. 법이 만들어지면 과연 미국은 정말로 첨단 제조업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 까. 물론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대규모 투자는 나름의 의미 있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연방자금 투자가 실질적으로 적절히 배분되고 효과를 내기까지는 많은 산을 넘어야 한다.

무엇보다 미국 내에서는 자유 시장 원리를 깨는, 특정 산업 부문에 대한 선택적 지원 정책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다. 예컨대 미국 이동통신산업 협회와 보수적인 싱크탱크들은 정부의 반도체 투자 지원이 차량용 반도체와 같은 특정한 공정 위주로 이루어져 전반적인 시장 왜곡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아울러 미국이 첨단 제조 경쟁력을 잃게 된 시장 요인이 존재하는데, 이를 정부 보조금이나 외국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로 해결하는 것은 근본적, 장기적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미국 제조 역량 강화는 민간부문의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정교하게, 그리고 바이든 행정부를 넘어 상당히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가시적인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향후 미국의 국내 정치가 중요한 변수다.

미국은 1980년대 반도체 부문에서 부상하는 일본을 압박하기 위해, 미일 반도체협정을 체결하고 반도체 연구 컨소시엄을 조성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미국이 경제 활력을 되찾고 패권을 유지하는데 이런 정책들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실리콘밸리 중심의 IT 신경제 부상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것이었다. 비슷한 관점에서 보면 현재 미국의 대중 견제 정책의 단기적 성공 여부보다는, 인공지능 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이 견인하는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을 미국이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아갈 수 있느냐를 더 주목해야 한다.


배영자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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